내 배꼽 사냥꾼, 코미디 영화 다 어디갔어?

극장에서 코미디 영화가 사라졌다. 여름 휴가철과 명절이면 어김없이 돌아와 날 잔잔하게 웃기던 코미디 영화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극장의 수익 구조 변화

코로나 이후 매우 축소된 영화관 사업은 이제 블록버스터 영화 중심으로 운영된다. 마블, DC, 디즈니,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처럼 스펙터클한 경험을 제공하는 영화만 수익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코미디는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수익도 작기 때문에 영화관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로 바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성장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쿠팡플레이까지 스트리밍 플랫폼 하나 구독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러한 OTT 서비스의 성장은 코미디 영화의 주요 배급 경로가 되었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제작 리스크가 낮고 관객들이 꾸준히 찾기 때문에 코미디 영화를 꾸준히 배급하게 된다. 특히 짧고 캐주얼한 콘텐츠에 적합한 코미디는 OTT에서 시리즈물 또는 단편 콘텐츠로 소비되는 경향이 높아졌다.

글로벌 시장을 의식한 제작 트렌드

요즘 영화는 전세계 시장을 겨냥해서 만든다. K-웨이브를 타고 누구나 더 멀리 가길 꿈꾼다. 그러나 코미디는 문화적 맥락이나 언어 유머에 의존하기 때문에 현지화가 어렵다. 미국식 유머가 한국인을 매료하지 못하는 것처럼, 한국의 웃음 코드도 중국, 유럽 시장 등에 제대로 먹히지 않을 때가 많다. 반면 액션과 SF영화는 비주얼만으로도 세계인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에 선호된다.

‘PC한가?’

요즘 사회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즉 PC한 콘텐츠인지에 민감하다. 풍자와 농담 안에 인종, 성별, 장애, 종교, 직업, 외모에 관한 편견이나 차별이 섞이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해가며 웃겨야 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 안에서 제작자나 작가, 배우의 유머는 수위 조절이 어려워진다. 과거처럼 자유롭고 과감한 유머는 사라지고 안전하지만 재미도 없는 유머만 남아 코미디의 매력이 떨어졌다.

유통 방식 변화

유튜브 뿐 아니라 틱톡과 릴스 같은 숏폼 콘텐츠에서 빠르고 간단하게 유머를 소비하는 시대다. 90분 짜리 코미디 영화를 영화관에 앉아 보는 것보다 스마트폰 5분짜리 영상에서 더 빠르게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혼합 장르 증가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코미디 영화보다 코미디 요소가 섞인 범죄물, SF코미디, 호러 코미디 등 장르를 섞은 영화가 많이 제작된다. 순수 코미디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극장에서 코미디 영화가 사라졌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