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혁 (HUTA) “내 일을 할 땐 어떤 타협도 없이 냉정한 사람이에요”
데뷔 14년 차, 이민혁 (HUTA)의 시간은 다시 처음으로.
GQ 새 앨범 <HOOK>의 타이틀곡, ‘보하라(Bora)’ 반응이 상당해요.
MH 너무 감사한 일이죠. 절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GQ 스케줄이 꽤 빼곡하겠어요. 오늘 화보 촬영도 밤이 돼서야 시작했고요.
MH 이제 막 공식적인 음악 방송 활동은 마무리됐어요. 이번 앨범은 발매부터 음악 방송, 콘서트를 하나로 묶어서 기획했는데, 덕분에 바로 콘서트 준비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음방’이 끝나서 ‘이제 숨 좀 돌리나?’ 했는데 계속 바쁘네요.(미소) 아직 워터밤 무대도 남아 있고요.
GQ 음방 활동을 무사히 마친 소감 먼저 들어보죠. 3년 만의 솔로 무대였잖아요. 어땠어요?
MH 맞아요. 3년 만이라 그런지 굉장히 반가웠어요. 무대 설 때마다 ‘그래, 이런 느낌이었지’ 싶었던 순간이 많았거든요. 무대 하나를 오롯이 나 혼자서, 내가 하고 싶은 스타일로 가득 채우는 즐거움도 컸어요. 무엇보다 우리 멜로디. 멜로디들에게 감사했고요. 이젠 같이 나이 들어가는 터라(웃음), 이 새벽부터 나와서 기다려주시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무 잘 알잖아요. 그러니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 감사한 마음, 이런 감정들을 유독 많이 느끼죠.
GQ 새 앨범을 향한 멜로디의 많은 반응 중에서 유독 어떤 내용이 좋던가요?
MH 어떤 한 부분이라기보다 전체적인 반응에 가까운데요, 이번 앨범에서 저희가 의도했던 바를 멜로디가 정확하게 캐치하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 그때 쾌감이 말도 못 해요. ‘보하라(Bora)’의 안무 콘셉트 중에는 ‘블랙 재규어’를 표현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그대로 느껴주시고 반응해주실 때 기분이 상당히 좋더라고요. 격투기 선수 콘셉트로 꾸민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을 향해서도 ‘완벽하다’고 듬뿍 칭찬해주시기도 했고요. 저는 그래서 멜로디의 반응 전부가 좋았습니다. 네.
GQ 맞아요. 격투기 선수를 콘셉트로 했던 스타일링도 화제가 됐죠. 본인 아이디어 였어요?
MH 네, 그런데 저는 미팅 때 아이디어만 냈을 뿐이에요. 제 머릿속에 뭉뚱그려져 있는 걸 진짜로 실현시켜주신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이 컸죠. 노래가 강렬하고 다이내믹한 느낌을 갖고 있으니, 스타일링은 ‘꾸안꾸’로 균형을 맞추려고 했어요. 무대 스타일까지 화려해지면 강강강, 전부 과해질 수 있겠다 싶어서요. 결과적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GQ 앨범 제작 전반에서도 직접 작사, 작곡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했죠.
MH 네, 오랜만의 솔로 앨범이라서 모든 과정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GQ 정성을 쏟은 만큼 기대도 불안도 전부 상당했을 것 같아요.
MH 그런데 사실 저는 이번 앨범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GQ 에?
MH 왜냐하면 앨범을 준비할 때부터 ‘나는 신인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거든요. 정말로요.
GQ 그렇게 마음먹은 이유는요?
MH 3년 만에 내는 솔로 앨범인 데다, 회사인 비투비컴퍼니와는 앨범 제작부터 발매, 활동, 콘서트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호흡을 맞춰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결과보단 과정에 집중하자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것 같아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잖아요? 반면 신인의 태도로 그저 열심히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하니까 정말 걱정이나 부담은 1도 없었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로 진심이었냐면, 정말 회사에서 시키는 건 다 했어요.(웃음)
GQ 솔로 앨범은 3년 만이지만 활동을 쉬었던 적은 손에 꼽을 만큼 바삐 지냈죠. 그 활동을 들여다보면 지칠 법도 할 스케줄이었는데 무엇이 민혁 씨를 그토록 부지런히 움직이게 만든 것 같나요?
MH 두 가지 같은데요, 하나는 이 직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고, 다른 하나는 팬분들을 통해 느끼는 고마운 마음인 것 같아요. 이 둘 중에서도 하나만 고르자면 후자고요. 팬분들은 다른 거 하나도 바라지 않고 그저 제가 즐겁게 활동하는 모습, 이거 딱 하나 보면서 행복해하시거든요. 투명하게요. 그런 모습들을 마주하면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어요. 덕분에 저 역시 데뷔한 지 꽤 됐는데도 아직 더 잘할 수 있다고, 아직 보여줄 게 더 남아 있다고 위로와 용기를 받고요. 그럼 결국 이 에너지가 자신감으로 이어지거든요? 계속 선순환인 것 같아요. 그렇게 얻은 자신감으로 다음을 준비하고요.
GQ 비투비(BTOB)로 데뷔한 지도 벌써 14년 차죠. 데뷔 때를 떠올려봤을 때 마음가짐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요.
MH 음, 이건 좋은 변화라고 생각하는데요, 여유가 분명 생겼어요. 이 여유가 어떤 경험에서 오는 여유는 아니고요. 마음가짐에서 비롯하는 여유인 것 같은데, 아무튼 더 좋아요. 예전엔 기대만큼 결과가 안 나오면 실망도, 좌절도 크게 돌아왔거든요? 지금은 좀 달라요. 혹여나 실패를 맞이하더라도 과정이나 결과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GQ 확실한 여유네요.
MH 이렇게 생각할수록, 그리고 어떤 결과든 진심으로 바라보고 흡수할수록 마음이 편해진다는 걸 알게 된 후론 저도 이런 여유가 건강하다는 걸 매 순간 느끼는 것 같아요.
GQ 비투비(BTOB)에서 비투비 포유(BTOB 4U), 나아가 구공탄(90TAN)과 HUTA까지, 이 많은 역할을 통과하며 얻은 건 뭐라고 생각해요?
MH 자신감.
GQ 그렇다고 자신감이 없었던 건 아니었을 테고요.
MH 아녜요. 원래는 굉장히 소심한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말씀하신 여러 역할, 활동, 무대들을 경험하면서 어느 순간 ‘나도 잘할 수 있네?’ 이런 비슷한 마음을 갖게 됐어요. 어느 순간에 훅.
GQ 그 순간이 언제인지 기억해요?
MH 그럼요. 첫 솔로 앨범 때였어요. 앨범을 내기 전에는 저 스스로도 나에 대한 확신이 없을 정도로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나는 이 직업이랑 맞지 않는 사람인가?’를 두고 고민했을 정도로 모든 상황과 환경을 어려워했어요. 거기에 군입대 시기까지 점점 가까워지니까 더 불안한 거죠. 그때 벼랑 끝에 서 있는 마음으로 ‘그래, 무라도 썰어보자’는 기세로 만들었거든요. 첫 앨범을.
GQ 그렇게 만든 앨범, <HUTAZONE>의 결과가 굉장히 좋았으니.
MH 네, 선명한 자신감을 얻었죠. 이후 <킹덤 : 레전더리 워>에 참여한 시간 안에서도 많은 에너지를 얻었고요.
GQ 결국 도전을 통해 얻은 셈이네요.
MH 맞아요. 결국 그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냥 주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요.
GQ 이민혁이 힘들 때 의지하는 존재에 대해 물으면요?
MH 형. 형이 굉장한 조력자예요. 많은 피드백을 전해주는데, 그 피드백이 대체로 제 생각과 맞고, 주변 전문가들의 의견과도 같아서 많이 의지하는 것 같아요. 냉정한 판단을 내려주기도 하고, 정말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기도 하고요. 만약 제가, 제 무대가 성장했다면 형의 역할이 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
GQ 좋은 관계네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을 두고서 거리낌 없이 대화하고 무엇이든 공유할 수 있는 사이는 소중하죠. 거기에 성장할 수 있는 직접적인 도움까지 주면 더더욱.
MH 네, 정말 그런 거 같아요. 솔로 앨범도 형의 확신 덕분에 시작했을 만큼, 그때나 지금이나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GQ 비투비(BTOB)로 이루고 싶은 것과 HUTA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같나요?
MH 음, 네. 다르지 않아요. 두 역할 모두 오래오래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오래도록 활동한다는 건 잘한다는 거잖아요? 잘하고 싶어요. 모든 역할에서.
GQ 비투비(BTOB)의 이민혁과 지금의 HUTA 사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그건 뭐라고 생각해요?
MH 몸?(웃음) 농담이고요. 아니야, 몸이 정말 변하긴 했죠.
GQ 그렇죠. 몸, 오케이.
MH 성격? 마음? 아니, 아까도 얘기했듯이 제가 정말 소심했거든요. 눈치도 많이 보고, 상처도 많이 받고 그랬는데, 그렇게 소심했던 마음이 단단해졌다? 지금은 웬만한 건 툭툭 털어낼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그땐 소년이었다면 지금은 남자가 됐다는 느낌도 들고요.
GQ 반대로 여전한 건요?
MH 아까 대답과 같아요. 일에 대한 애정, 열정. 그리고 팬들을 향한 마음이요.
GQ ‘민혁답다’는 건 결국 어떤 모습 같아요?
MH 음, 제가 일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예요. 엄격하고, 치열하고, 예민해요. 그런데 그래서 일까요, 제 사람들에겐 다정하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결국 ‘민혁답다’는 건 이런 거 같아요. 내 일을 할 땐 어떤 타협도 없이 냉정한 사람, 그 밖에선 좀 헐렁한 사람. 그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