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수집가 존 멀레이니의 특별한 수집품 5
로버트 레드퍼드에게 영감 받아서 산 첫 시계부터 억만장자가 그에게 바쉐론 코스탄틴을 팁으로 건낸 일까지.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존 멀레이니의 시계 얘기를 모두 모았다.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배우, ‘에브리바디스 라이브’의 진행자인 존 멀레이니는 자기 심야 토크쇼의 매 회를 이렇게 시작한다. 손목을 들어 올리고, 시계를 쳐다본 다음, 시간을 알린다. 이 반복되는 오프닝 신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세련되고 감각적인 신흥 시계 수집가로 만들었다. 이번 시즌 내내 그는 쇼에서 쇼파드나 그렌드 세이코 같은 매력적인 시계를 착용해왔다. 트렌드에 휩쓸리고 과시적이기 쉬운 셀럽의 시계 문화속에서도 멀레이니는 취향 좋은 컬렉터로 자리 잡았다.
수집가로서 멀레이니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의 팬이라면 스탠드업 스페셜에서 잔스포츠 백팩을 멘 멀레이니가 다급히 롤렉스를 사서 전당포에 맡기려 했던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놀랍게도 그가 팔았던 첫 시계는 그게 아니었다. 그보다 조금 전, 멀레이니는 억만장자의 딸 생일파티에서 공연한 대가로 선물받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판 경험이 있다.
구매자는 시계를 사겠다고 했지만 곧 덧붙였다. “다른 브랜드보다 금방 팔리지는 않을 겁니다.” 멀레이니는 되물었다. “금방 팔리는 다른 브랜드는 뭔데요?” 구매자는 답했다. “롤렉스요. 당연히.”
그는 수집가로서의 첫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2021년 11월, 억만장자에게 받은 시계를 현금으로 바꾼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그의 아내 올리비아 문이 아들의 탄생을 기념하며 그에게 올렉스 에어 킹을 선물했다. 그 시계는 멀레이니의 출생 연도인 1982년산 모델이며, 케이스백에는 ‘Malcolm’s Dad’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멀레이니는 그 시계 이후 다른 시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결국 또 사게 되어 있어요.”라고 말했다. 진정한 수집가다운 말이다. 그 후 몇 년간 그는 화이트 골드 롤렉스 서브마리너에서부터 우아한 그랜드 세이코, 고급스러운 쇼파드, 그리고 브라이틀링 탑 타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계를 모았다. 아래는 그가 어떻게 수집을 시작했는지, 롤렉스 대기 리스트를 어떻게 배웠는지, 그리고 로버트 레드퍼드의 세이코가 어떻게 그를 시계의 세계로 이끌었는지 이 인터뷰에서 모두 답했다.
대형 시계 박람회 같은 데 가본 적 있나요?
네,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에 다녀왔어요. 새로 공개된 모델들을 봤나요? 마음에 드는 게 있던가요?
딱히 챙겨 보는 건 아닌데, 요즘은 시계 관련 콘텐츠가 알아서 저에게 들어오네요.
왜 그런 거예요? 알고리즘이 당신이 시계를 좋아한다고 학습한 건가요, 아니면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해줘서 알게 되나요?
지난 몇 년 동안 시계 기사들을 자주 읽었거든요. 그래서 구글 뉴스가 시계 관련 뉴스를 마치 세상에서 세 번째나 네 번째로 중요한 일처럼 띄워줘요. 전 그랜드 세이코를 아주 좋아하는데, 최근에 하이비트의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봤어요. 그랜드 세이코치고는 꽤 독특한 형태예요. 실물은 본 적 없고, 취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길이 갔죠. 그랜드 세이코 시계들을 좋아해요.
그렇죠, 당신이 그랜드 세이코를 자주 착용하는 걸 봤어요. 샤파드나 피아제도 많이 가지고 계시던데요. 그런데 롤렉스나 오메가 같은 유명 브랜드는 그냥 지나치는 것 같아요.
전 롤렉스나 파텍필립, 오메가 같은 시계를 TV에서나 일상에서 자주 착용하진 않아요. 오메가는 아예 없어요.
왜죠? 그냥 취향이 아닌 건가요?
아니요, 다 멋있어요. 다만, 다른 브랜드들에 좀 더 몰입하게 되는 게 있죠. 예를 들어, 누군가 서브마리너를 차고 있으면 전 별로 묻지도 않아요. 이미 다 아는 모델이니까요. 그래서 좀 더 신비로운 시계들이 흥미롭더라고요. 물론 이건 시계의 미묘한 차이를 완전히 무시한 말이지만요. 아, 근데 제 아내 올리비아가 제게 정말 멋진 빈티지 파텍필립 칼라트라바를 선물했어요.
시계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계기가 뭔가요?
꽤 웃긴 이야기에요.. 어느 날 제가 프라이빗 행사를 했는데, 거기서 바쉐론 콘스탄탱 시계를 선물로 받았어요. 돈도 받았는데, 그 시계는 그냥 팁처럼 덤으로 받은 거예요. 억만장자의 딸 생일파티였죠.
와, 멋지네요.
그런데 인생이 힘들던 시절 그 시계를 현금으로 바꿨어요.
그 바쉐론을요?
네. 그걸 팔러 갔더니, 중고상인이 “이건 제가 값을 많이 못 드려요. 잘 안 나가서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떤 게 잘 나가는데요?”라고 묻자, “파텍필립, 롤렉스.”라고 답했어요. 어쨌든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땐 시계를 잘 차지 않아서 그냥 다 팔아서 생활비로 썼어요.
그러니까… 그 바쉐론을 판 게 오히려 수집가가 된 계기였던 셈이네요?
네, 아이러니하죠. 그 사건 이후로, 몇 년 동안 시계를 거의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2021년에 아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 제게 롤렉스 에어-킹을 선물했어요. 제가 태어난 해인 1982년 모델이었죠. 케이스백에는 “Malcolm’s Dad” 라고 새겨져 있었어요. 제게는 정말 의미 있는 선물이었어요. 그 시계를 받자마자 느꼈죠. “이거면 됐다.”고요. 나는 더 이상 다른 시계를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웃음) 결국엔 다른 시계들을 사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수집가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여전히 롤렉스 에어 킹은 제 최애 시계입니다. 그 시계를 찰 때 기분이 좋아요.
당신의 첫 롤렉스가 ‘아버지로서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일종의 감정적 연결점으로 느꼈나요?
오랫동안 브로드웨이 비디오를 운영해온 앤드류 싱어는 엄청난 시계 애호가에요. 항상 그의 시계를 보면 “왜 저렇게 시계가 탐나는 걸까?” 호기심이 들었죠. 저는 자동차에는 아예, 전혀 관심이 없어요. “롤렉스 같은 시계에 뭐 때문에 끌리는거지?” 생각하다가 가벼운 관심이 시작되었어요.
롤렉스를 더 가지고 있어요? 아니면 에어킹이 유일한 롤렉스예요?
빈티지 데이데이트도 몇 개 있어요. 서류나 박스도 없이 그냥 골동품 가게에서 산 거요. LA에 있는 ‘Wanna Buy a Watch?’라는 이름의 가게에서요. 올리비아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서브마리너를 사줬는데 그게 진짜 멋있어요. 화이트 골드에 파란 베젤이 달린 모델에죠.
아까 앤드류 싱어 얘기를 잠깐 해줬는데요. 수집하면서 조언을 구하는 다른 사람들도 있어요?
스타일리스트 마이클 피셔요. 저랑 같이 일하는 사람이죠. TV에 출연하는 점 중에 좋은 것 하나는 사람들이 시계를 빌려준다는 겁니다. 직접 사지 않아도 좋은 시계를 찰 수 있어요. 평소라면 절대 사서 차지 않을 특별한 시계까지 시도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스켈레톤 시계나 솔리드 골드 피아제처럼. 사실 그건 방송에서 못 찼어요. 메트 갈라에 간 누군가에게 우선권을 빼앗겨서 그 다음 주에 차려고 하니 이미 뉴욕으로 돌아가 버렸더라고요.
폴로 79 말하는 거죠? 그건 시계라기보다 팔찌에 가깝잖아요.
맞아요. 폴로 79.
그러니까 TV에 출연할 때 차는 시계가 있고, 실제로 매일 착용하는 시계가 따로 있네요. 그렇군요. 이번 주에 쇼파드에서 토끼 해를 기념해 나온 스페셜 에디션 시계를 찬 걸 봤어요. 작고 귀여운 토끼 두마리가 있는 시계요.
아 귀여운 토끼 두 마리가 있는 그 시계요? 모두가 좋아한 정말 멋진 시계였죠. 하지만 시간을 알아보기는 어려워요. 금빛 토끼 두 마리 위로 금빛 시곗바늘 두 개가 움직이니까요. 저는 항상 이렇게 했어요. “지금은…” 하고 멈춘 다음, 스튜디오 시계를 보고 다시 시간을 확인했어요.
지금은 토끼 시 토끼 분이네요. 하하! 이제는 쇼에서 당신이 시계를 보고 시간을 말하는 게 하나의 고정 코너처럼 됐잖아요. 당연히 시계가 아주 중요하겠어요.
정말 그래요, 100퍼센트. 그리고 시계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나는 아이 앞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시계를 차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단 한 번이라도 스마트폰을 손에 들면, 이미 끝난 거거든요. 알고리즘에 휩쓸려 몇 십분을 쏟아붓게 되죠. 휴대폰 없이 시간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그렇군요.
그리고 말인데, 잠자기 전에는 야광 시계판이 정말 신나는 일이에요. 아이한테는 완전 흥미진진하죠.
그럼 이제 스스로를 컬렉터라고 한다면, 어떤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들이 태어났을 때쯤 시계를 모으기 시작한 것 같은데, 이제 꽤 인상적인 컬렉션을 갖춘 것 같아요. 좋아하는 브랜드 몇 개가 있어요. 쇼파드, 브라이틀링 등. 이번 올림픽 기간에 파리에서 산 블랙 앤 화이트 듀오페이스 모델 예거 르쿨트르 리버소가 하나 있고, 작은 까르띠에 산토스도 있어요. 그리고 자주 차는 시계를 말하자면, 정말 멋진 IWC 크로노그래프 하나랑 그랜드 세이코 두 개가 있어요. 요즘 자주 차는 것은 브라이틀링 탑 타임.
새 모델이에요?
맞아요. 정말 재밌는 시계에요. 크기도 딱 적당해요. 대부분의 자리에서 무난하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할 때도 시선이 분산되지 않아요.
그런 점까지도 고려하는 군요.
어떤 시계를 차면 관객의 관심이 확 사라질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서브마리너를 차고 무대에 서서 교통 체증에 대해 불평하면 말이에요.
시계 수집가로서 절대 하지 않는 것도 있나요?
로즈 골드나 핑크 골드는 안 차요. 대단한 이유를 말하고 싶은데 간단해요. 내 피부톤이 창백해서 어울리지 않아요.
기억나는 첫 시계는 뭐였어요?
기억이 없는데 스와치를 정말 가지고 싶어했던 건 기억나요. 광고를 정말 잘 했잖아요. 어린이를 위한 명품. 결국 못 샀어요.
처음으로 돈 주고 산 시계는 고등학생 때인가요? 대학생 때?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오는 영화 ‘All is Lost’를 보고 친구한테 저 시계 진짜 멋있다고 말했는데 몇 년 뒤에 친구가 블루 밴드가 달린 그 시계, 세이코 SKX-009를 선물로 줬어요. 그때가 이미 30대였는데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시계 중 하나에요. 정말 자주 찼고, 그 덕에 시계라는 걸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TV나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시계가 있나요?
알 파치노가 영화 히트에서 찬 불가리요. LA 경찰이 살 수 있는 수준의 시계보다 훨씬 비싸다는 내용을 쓴 기사도 읽었죠. 영화는 아니지만 피어스 브로스넌이 자기 시계를 소개하는 영상을 정말 즐겨봤어요. 그의 차분한 목소리가 좋아서요.
시계에 처음으로 큰 돈을 지출한 건 언제예요?
올림픽 때 리베르소를 산 거요. 정말 ‘지출했다’라고 느꼈죠. 매장을 나가면서 이 돈을 벌려면 대학 공연 몇 개를 더 해야 하는지 속으로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