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책 읽기를 더욱 사랑하게 만들 이것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가 독서의 유일한 목표였다면 다른 즐거움도 맛볼 때입니다. 책 읽기를 더 사랑하게 될 다양한 독서 일지 쓰는 방법과 효과를 심리학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읽은 책 목록이나 책을 매개로 한 SNS, 독서 후 성찰과 예술적 표현을 담은 ‘북 저널’까지, 독서 일지는 어떤 형식이든 가능합니다. 1억5,0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독자 커뮤니티이자 앱인 ‘굿리즈(GoodReads)’에서는 독서 목록, 평점, 리뷰 등 독서와 관련된 개인적인 기록이나 독서 챌린지 같은 활동도 이뤄지죠. 심지어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도 이 플랫폼을 이용해서 그녀가 요즘 어떤 책을 읽는지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엔 휴대전화 메모 앱, 다음엔 굿리즈에 독서 일지를 기록하다 지금은 아날로그적인 독서 불렛 저널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스페인 <보그> 컨트리뷰팅 에디터 마리아 킬레스(María Quiles)는 “독서 일지는 어떤 형식이든 독서라는 행위가 더 개인적이고 성찰적인 수준에 이르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말합니다. 독서 일지는 어떻게 그런 효과를 낳을까요?
기록 그 이상의 효과
스페인의 심리학자 마리아 피아 이스키에르도(María Pía Izquierdo)는 독서 일지를 ‘독자가 책과 함께한 경험을 기록하는 공간’이라고 정의합니다. “책 제목과 작가, 출판사, 장르, 독서 시작일과 종료일, 평점, 리뷰 같은 간단한 정보 기록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기록은 자신을 더 잘 알게 해주는 도구가 됩니다. 책과의 대화를 통해 자기 생각과 감정, 개인적인 배움을 탐색할 수 있죠.”
다양한 방식의 독서 일지
먼저 온라인 플랫폼이나 독서 앱을 이용하면 독서 일지를 체계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읽은 페이지 체크와 메모, 인용구 저장은 대부분이 제공하는 서비스. 아마존이 소유한 굿리즈는 책 제목을 검색하거나 커버 사진을 찍으면 대부분의 영어권 책에 관한 정보를 보여줍니다. 덕분에 개인적인 독서 목록 관리가 쉽고 자신의 독서 습관이나 성향을 관찰하기 좋죠. 굿리즈는 특히 독서 챌린지와 그룹 활동, 리뷰 등 소통이 활발한 서비스로, 이스키에르도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뭘 읽는지 보고 추천도 받을 수 있어 공동체 의식이 생겨요. 이 사회적 연결이 독서 경험을 더 풍부하게 만들죠.” 물론, 북 클럽만큼 깊은 교감은 아니지만요.
한국 독서 앱으로는 개인적인 독서 기록을 중심으로 하는 ‘독서노트’나 내용에 직접 밑줄을 긋고 감상을 적을 수 있는 도서 콘텐츠 앱 ‘밀리의 서재’가 있습니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앱으로는 ‘북덕방’이 있는데, 온·오프라인 북 클럽 개설과 운영을 할 수 있고 온라인상 도서별 대화가 활발한 편이죠.
한편으로는 ‘불렛 저널’ 또는 ‘북 저널’이라 불리는 감성적인 형식도 존재합니다. “책 인용문이나 개인적 성찰을 일러스트, 콜라주 등으로 표현합니다. 창의력과 예술성을 자극하는 방법이죠”라고 이스키에르도는 설명합니다. 표, 그림, 인용문, 레퍼런스, 사진, 그래프 등을 직접 그리거나 붙이는 적극적인 활동은 책과 독자를 깊이 연결합니다. “독서가 북 저널 같은 자신만의 예술 작품으로 발전되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에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예술적이고 감정적인 체험으로 진화한 거니까요.”
거창할 필요는 없다
북 저널 같은 독서 일지는 겉으로는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꼭 많은 시간을 들이거나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서는 매우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독자는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이를 기록하기만 해도 돼요.” 이스키에르도는 요즘 유행하는 방법이 아니라도 수기 독서 목록이나 엑셀 표, 메모 앱 기록을 독서 일지로 활용해도 좋다고 설명합니다.
독서 습관을 강화하는 독서 일지
사실 독서 일지가 주는 유익함 중 가장 큰 것은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이나 이미 읽은 책을 더 의식적으로 관리하게 된다는 거예요. 이 의식적인 기록은 독서 습관을 강화하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에 따르면 습관을 지속하려면 그 습관이 눈에 잘 띄고, 매력적이며, 자신의 정체성과 잘 맞아야 한다고 합니다. 독서 일지는 이 모든 요건을 충족하죠.
또 기록을 통해 자신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왔는지 한눈에 돌아볼 수 있어요. 삶의 특정 시기에 선택한 장르나 주제, 그 책과 내 삶의 연결점, 책에 감정이 움직인 순간 같은 것들 말이죠. “독서 일지는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책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깨닫게 해줘요. 독서를 통한 높은 차원의 경험이죠”라며 이스키에르도는 강조합니다.
왜 독서 일지를 시작해야 할까?
독서 일지는 독서 습관을 강화하거나 읽은 책을 정리하는 방법을 넘어, 심리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책과 나누는 대화가 더 활발해져요. 책이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생각, 배움을 적다 보면 자신의 내면으로 여행하게 되죠.” 이스키에르도는 정신분석가 메라브 로스(Merav Roth)를 인용하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독서 중에는 무의식적인 과정이 수반되고, 이는 독서 일지를 통해 확장됩니다. 책을 덮은 후에도 그 내용이 독자의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죠.”
그리고 이러한 책과의 대화는 자기 성찰, 감정 기억 강화, 감정 처리 능력 향상으로도 이어집니다. 이는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길이기도 해요. 이외에도 집중력, 이해력, 기억력 같은 인지능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의무가 아닌 즐거움으로
독서 일지는 어디까지나 독서의 즐거움을 확장하는 도구여야지, 강박의 원인이 되어선 안 된다고 이스키에르도는 말합니다. “앱에 완독 체크를 하는 건 독서 여정을 시각화할 수 있어 성취감을 줍니다. 하지만 이 도파민에 중독돼 억지로 책을 읽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독서가 할 일 목록 중 하나가 되면 즐거움이 사라질 테니까요.”
나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이스키에르도는 정해진 방식은 없으니, 자신의 시간과 필요, 취향에 맞는 형식을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자연스럽게, 조금씩 시작하는 게 좋아요. 짧은 문장 하나나 작은 생각 하나만 적어도 충분하거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독서 일지를 나만의 피난처라고 생각해보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편한 내면의 공간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