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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의 이야기, 그곳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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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목전에 두었거나 100년이 훌쩍 넘은 공간, 그리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

뒤로 보이는 건물은 나바위성당 맞은편에 지어진 치유의 경당. 가난한 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약소였다. 풍성한 텐트 드레스는 소울 볼트(Soul Vault), 슈즈는 레페토(Repetto).

나바위성당 “20세기 초 3대 포구 중 하나였던 익산 강경읍은 상업과 경제가 발달한 부유한 동네였습니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이곳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죠.” 나바위성당은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조선 교구 3대 교구장 페레올 주교, 조선에 선교사로 발령받은 다블뤼 신부와 함께 황산 나루터로 귀국한 것을 기리는 성당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1897년 베르모렐 신부가 이곳에 본당을 설립했을 땐 우리나라 대부분의 초기 성당 자리가 그렇듯 교육도, 치료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빈민가였다. 2020년에 나바위성당 주임신부로 발령받은 강승훈 신부는 성당 앞에 위치한 치유의 경당도 간단히 진료를 하거나 약을 나눠주기 위해 1956년에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김대건 신부의 입국과 성당이 지어진 시점의 시간적 차이에 대해 질문하자 김대건 신부를 기리는 의미는 나중에 부여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성당의 독특한 아름다움이나 의미가 반감되지는 않는다. 1906년에 12칸 기와집을 매입한 후 짓기 시작해 1907년 완공 당시 모습은 한옥의 목조와 흙벽을 유지한 채 기와지붕에 종탑을 올린 형태였다. 그리고 10년 후 나무로 지은 종탑이 프랑스에서 가져온 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증축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한옥과 서양식 건물이 혼합된 지금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전면의 뾰족한 종탑은 고딕 양식, 둥근 아치형 입구와 내부 기둥은 로마네스크 양식이며, 원래는 남녀 자리를 분리해 미사를 드리도록 기둥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 “가림막은 없어졌지만, 지금도 과거의 풍습대로 남녀가 따로 앉습니다. 부부가 오더라도 각자 다른 문으로 들어와서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에 앉죠.” 중층 지붕 사이에 삼면을 둘러 트인 팔각형 창, 1906년에 중국 수도원에서 제작해 들여온 십자가의 길 14처 성화도도 옛 모습 그대로다. “종교적 관점에서 120여 년의 역사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전면 중앙과 양쪽에 설치된 벽제대입니다. 1960년대 이전에 미사를 거행하던 방식을 보여주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3개의 벽제대는 사제들이 각자 벽을 보고 미사를 거행한 과거의 흔적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천주교 성지인 만큼 코로나19 이전에는 방문자가 연 10만 명에 이르기도 했다. 지금도 4~6월과 부활절 이후에는 수천 명이 방문한다. 주임신부는 방문객을 순례자라고 불렀다. 단순히 구경하러 온 관광객도 있지만 성지를 찾아온 신도도 있기 때문이다. “단체 순례객이 오면 그들만을 위해 미사를 진행합니다.” 순례자들이 계속 이곳을 찾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성직자가 전무하던 시절, 처음으로 신부들이 발을 내디딘 곳입니다. 그들은 42일 동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여기에 도착했죠. 첫 마음, 첫걸음의 의미, 그리고 고난과 역경을 넘긴 후에 갖는 감사의 마음이 담긴 장소입니다. 천주교 신도에게는 초심을 다지는 곳이죠.”

처음 지어질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중앙의 벽제대. 사제가 각자 벽을 보고 거행하던 1960년대 이전 미사 방식을 보여준다. (왼쪽부터) 훅 장식 코트 드레스와 텐트 드레스, 맨 오른쪽 모델의 크롭트 셔츠와 슬릿 스커트는 소울 볼트(Soul Vault), 왼쪽에서 세 번째 모델의 보우 스카프 블라우스와 플레어 팬츠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모자는 에릭 자비츠(Eric Javits).
성당과 함께 지은 사제관은 화재로 소실되었고, 1917년에 새로 건축한 사제관은 현재 역사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우 스카프 블라우스와 플레어 팬츠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모자는 에릭 자비츠(Eric Javits).
한옥 구조가 남아 있는 회랑의 로마네스크 양식 아치형 입구. 원래 툇마루였던 부분을 회랑과 석조 바닥으로 수리했다.
한천천의 시원한 바람이 들도록 입구를 서향으로 지은 진천 덕산양조장. 문 앞에 심은 측백나무는 해충을 쫓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나무의 진액이 바람을 타고 건물 전면에 붙어 외관의 보존을 도왔다. 입체적인 꽃 장식이 달린 민소매 미니 드레스, 시스루 레이스 드레스, 치맛자락에 입체적인 꽃 장식이 달린 에이프런 드레스는 클레시(Klaesi), 제이가 신은 앵클 부츠는 닥터마틴(Dr. Martens), 빈티지 트러커 햇은 옴니 피플 갤러리(Omni People Gallery).

진천 덕산양조장 양조장 안은 달큼한 막걸리 향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너무 강렬해서 건물 자체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살아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100년 가까이 이어져온 효모균이 건물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진천 덕산양조장 대표 이방희의 아들로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이재승 상무는 발효실 내부에 핀 곰팡이도 전부 효모균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자체에 스며든 효모균이 이곳에서 빚은 술에 특유의 맛을 더하기에 새로 지은 공장의 벽과 바닥에도 술을 뿌렸지만, 양조장 건물만큼 배양이 되지 않았다. “100년 가까운 세월을 압축해서 옮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더라고요.”

진천 덕산양조장의 시작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구말 장터에서 몰래 빚어 판 밀주였다. 몇 년 후 대홍수로 장터가 물에 잠기면서 지금의 자리에 정식으로 양조장을 세웠고 1930년에 완공했다. “설계는 일본 사람이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손으로 지은 건물입니다. 그래서 벽도 전통 방식을 따랐죠.” 겉으로 보기엔 하얀 회벽이지만 안쪽은 대나무를 칡넝쿨이나 짚으로 묶어 세운 다음 진흙 덩어리를 던져 단단하게 사이를 메운 황토벽이다. 발효실의 벽은 황토벽을 이중으로 세우고 그 사이에 왕겨를 넣었다. 옛날에 지은 양조장은 발효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온과 단열 효과가 좋은 왕겨를 사용하곤 했다. “발효실 천장 위에도 왕겨가 2m 두께로 쌓여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1.5~1.6m 정도로 줄었지만,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죠.” 서쪽을 향해 건물을 지은 이유도 근처에 있는 한천천의 시원한 바람이 건물 안을 돌아 흐르도록 고려한 것이다. “문을 열어두면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요. 건물 안으로 들어온 바람이 왕겨가 쌓인 천장과 발효실로 이어지는 환기통을 넘나들면서 자연스럽게 통풍이 됩니다.”

진천 덕산양조장 설립자는 백두산의 전나무와 삼나무를 압록강 제재소에서 뗏목으로 들여와 사용했을 정도로 이 양조장에 애정을 쏟았다. 3대째 이어온 가업이 경영 문제로 어려워지면서 이방희 대표가 인수해서 아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도 가문의 일원 못지않게 양조장 고유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씨주모라는 게 있어요. 씨간장처럼, 술을 빚기 위한 밑술이죠. 우리 양조장은 1925년부터 씨주모를 이어왔고 6·25전쟁 때도 양조장에 숨어서 씨주모를 지켰습니다. 지금도 술을 빚을 때 한 바가지씩 넣습니다.” 양조장의 가치 보존에 대해 질문하자 이재승은 이렇게 답했다. “그저 이름만 이어나가기보다 시설 자체를 잘 유지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거라고 여겨요.” 그의 비유는 꽤 흥미롭고 신선했다. “지하 주차장에 세워두기만 한 스포츠카가 쓸모 있을까요? 레이싱 트랙을 달리든 실제 도로를 주행하든 운행해야 가치가 생기죠.”

1.5~1.6m 두께로 왕겨가 쌓여 있는 발효실 위 천장 공간. 시퀸 터틀넥 톱과 스커트는 클레시(Klaesi), 빈티지 트러커 햇은 옴니 피플 갤러리(Omni People Gallery).
기역 자로 꺾어진 직각 부분에 위치한 두동교회 강대상. 강대상에서 바라본 왼쪽이 여자, 오른쪽이 남자가 앉는 자리다. 왼쪽에서 두 번째 모델의 슈즈는 캠퍼(Camper), 코트, 니트웨어, 팬츠, 숄, 스커트, 재킷, 로퍼, 장갑, 허리에 두른 백은 두라치 밀라노(Durazzi Milano).

두동교회 김수배 장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두동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 한 70년 돼가는군요.” 7~8년 전쯤 아흔넷의 나이로 작고한 박정호 장로가 어렸을 때도 이 교회가 있었다. “두동교회의 산증인이셨지. 그분이 보고 들은 걸 우리에게 얘기해주면서 지금까지 입으로 전해진 거예요.” 옛날부터 이 동네 주민의 90%가 두동교회에 다녔고, 2km 내에 위치한 3개 마을에서도 일요일이 되면 이 교회로 예배를 보러 왔다. “우리 동네에선 일요일에 모심기도 하지 않았어요.”

두동교회가 공식적으로 설립된 해는 1923년이다. 그러나 김수배 장로의 말에 따르면 1923년은 대한예수교장로회에서 인가를 받은 해이고, 마을 사람들은 7~8년 전부터 두동교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예배를 드렸다. 두동교회가 실제로 지어진 시기에 대해 묻자 “옛날 옛적에”로 말문을 여는 이야기가 시작됐다. “3,000석지기(옛날에 부농을 이를 때 자주 쓰던 말) 부자가 살았는데 처가 네댓 명이었어. 그중 셋째 부인이 임신을 한 거야. 그 부인이 배가 불러서 3km 거리에 있는 교회를 다니니까 그러지 말고 행랑채에서 예배를 드리라고 한 거지. 그래서 그곳에 모여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고, 부인은 아들을 낳아서 요한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이 양반이 예수를 믿으면 잘살고 자손도 많다더라는 얘기에 혹해서(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전부 그런 건 아니잖여?) 계속 자기 집에서 예배 드리는 걸 허락했는데, 아이가 다섯 살이 됐을 때 병으로 죽어버린 거야. 그래서 이 사람이 삐뚤어져서 거짓말이니 전부 나가라고, 예배 보던 80명 남짓한 사람들을 내쫓은 거지. 그중 20명이 우리라도 신앙생활을 이어나가자고 뜻을 모았어. 텃밭을 가지고 있던 이종구 씨가 이 자리에 교회를 세우자고 해서 두동교회를 짓게 된 거야.”

그 시절, 전도의 가장 큰 장애물은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엄격한 유교 문화였다. 그래서 남녀가 서로를 보지 않고서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기역 자로 지은 교회가 흔했다.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여기 두동교회와 김제의 금산교회, 이 두 곳만 남았지.” 1930~1940년대에 교회에서 결혼식을 할 때도 신랑, 신부는 각기 다른 문으로 들어가 중앙에서 만나곤 했다.

지금 두동교회는 1964년에 지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1년에 한 번 창립 주일에만 구본당에서 예배를 본다. “선조들의 신앙을 떠올리며 예배를 드리는 거죠. 옛날에는 신앙이 참 순수했는데, 지금은 많이 변질돼버렸어요. 구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할 때만 해도 살기는 엄청 힘들었지만, 선조들의 신앙심은 대단했거든요. 이제 살기는 훨씬 편해졌지만 조상들의 믿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두동교회의 남자용 입구. 몇 년 전 수리하며 교체한 출입문과 창문 외에는 옛 모습 그대로다. 조선 시대 궁궐을 지을 때 사용한 안면도 소나무 목재로 지어 기본 골조가 튼튼하다.

당진전통대장간 하루 종일 강한 비바람이 불어서 혹시 문을 안 열었을까 걱정이 됐다. 대장간 앞에 도착했을 땐 비바람이 훨씬 거세졌는데, 그 날씨에도 대장간 안은 가마의 열기로 후끈하고 분주했다. 충청남도 무형유산 손창식 대장장이 가마 앞에서 거의 1초에 하나씩 호미에 나무 손잡이를 끼우고 있었다. 바닥에는 완성된 호미가 쌓여 작은 언덕을 이루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문을 열어요. 장날에는 평소보다 더 바쁘고요. 오늘 장이 서는 날인데, 비가 와서 장이 깨졌다고 봐야죠.”

웬만한 도구는 동네 철물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지만 가깝게는 서산이나 태안부터 멀게는 대천, 강원도 홍천에서도 이 오래된 대장간을 찾아온다. 필요에 맞게 맞춤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간 주인이 만드는 호미의 종류만 열한 가지, 쇠스랑은 수십 가지, 대장간 내부에 가득한 창과 칼 등 도구를 다 합치면 100가지에 이른다. 그 와중에도 계속 쌓여가는 호미는 서산과 태안에서 바지락을 잡을 때 쓰기 좋도록 가볍게 만든 것으로, 대천에서 키조개를 잡을 때 사용하는 호미와는 다르다.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형님까지 이 일을 하다 보니 각 지역 상황을 잘 알 수밖에 없죠. 그래서 주문이 들어오면 (구체적인 요청 사항이 없더라도) 그 지역의 용도에 맞게 제작합니다.”

4대째 이어온 가업은 100년이 훌쩍 넘는다. 손창식 장인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곁에서 풀무질을 했고, 중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업을 이었다. 그때는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미래를 내다볼 여유가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아마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그가 말했다.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낸 것들에 비하면, 700~800℃ 가마 앞에서 땀 흘리며 손으로 만든 것들은 값을 훨씬 높게 받아야 할 것 같았다. “농민과 어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걸 비싸게 팔 순 없죠. 그저 내가 몸으로 배운 걸 하는 것뿐입니다. 값어치를 따지자고 들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전통 대장간이 사라져가고 쇠를 다루는 기술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줘야 할 시점이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권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제대로 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세월이 흘러서 모든 과정을 알아야 하고, 머리로 배우는 게 아니라 몸에 배야 합니다. 몸과 머리가 함께 움직여야 해요. 쇠를 두드리는 방식, 담금질할 때의 온도와 쇠의 강도, 쇠의 성질은 작업 과정에서 몸의 감각으로 터득하는 겁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쌓인 곳은 다른 어디도 아닌 그 자신이다.

대장간 밖에는 손창식 대장장이 만든 다양한 도구가 전시돼 있다. 체크무늬 슬리브리스 톱과 비대칭 패턴 스커트, 레이스 타이츠는 유한 왕(Yuhan Wang).
뒤로 보이는 가마의 온도는 보통 700~800℃를 유지하며 쇠를 녹일 때는 1,300℃까지 올라간다. 미식축구 톱과 레이스 스커트는 유한 왕(Yuhan Wang).
촬영을 위해 대장간을 방문한 날, 태풍급의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대장간 안은 작업하느라 열기로 가득했다. 레이스 셔츠와 인조 모피 미니스커트, 레그 워머는 유한 왕(Yuhan Wang), 컴뱃 부츠는 닥터마틴(Dr. Martens).
고대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등대 출입구. 모피 트리밍 가죽 코트, 슬립 드레스, 네크리스, 캐미솔, 와이드 팬츠는 끌로에(Chloé).

호미곶등대 실제로 마주한 호미곶등대는 단순하면서도 기품이 있었다. 1908년에 세워져 몇 년 후면 120년이 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하얗고 정갈한 느낌이었는데, 날씨가 좋아 맑은 하늘, 푸른 포항 앞바다와 잘 어울렸다. 등대라는 걸 잊고 조용히 감상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은 방돔 광장 중앙에 솟은 기둥을 연상시킨다. “팔각형 평면을 따라 부드럽게 올라가는 곡선, 고대 그리스 신전이 떠오르는 맞배지붕 장식의 출입문과 창문 등 우리나라 등대 중에서 가장 완성도 높고 아름다운 건축미를 지녔습니다.” 국립등대박물관 학예연구팀 학예사 임정연은 등대의 미적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국립등대박물관은 호미곶등대가 지방 기념물로 지정되면서 1985년 개관한 곳으로, 우리나라 각지에 있는 등대의 역사적 자료와 유물 등을 전시하고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호미곶등대는 영국 건축가 존 레지날드 하딩(John Reginald Harding)이 설계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덧붙였다. 하딩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덕수궁 석조전 공사에도 참여한 인물로, 석조전도 등대와 유사한 신고전주의 양식을 띤다.

호미곶등대는 기능성과 더불어 건축미까지 갖춘 우리나라 최고의 근대식 등대다. 이전에는 선박에 길을 안내하기 위해 봉화나 횃불 같은 원시적 방법을 사용했다. 20세기 초 해난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결정적으로 일본의 어업 실습선이 호미곶 앞바다에서 침몰하자 일본 해군이 등대 설치를 요구해 대한제국의 관청 탁지부에서 건설을 추진했다. “처음엔 군사적 목적이 컸습니다. 해방 이후 어선 활동과 울릉도 인근 조업이 증가하면서 일반 어민들의 안전을 책임졌고요. 레이저나 GPS 같은 현대 항해 장비가 발달한 지금도 항로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프레넬 렌즈와 석유등으로 빛을 냈던 조명은 1959년부터 전기를 사용한 백열전구로 바뀌었다. 현재는 빛을 내는 등명기와 함께 전파로 위치를 알려주는 DGPS 설비도 갖춰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등대 꼭대기로 가려면 108개의 나선형 철제 주물 계단을 따라 6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어린아이들이 오르내리는 놀이터 미끄럼틀 계단만큼 좁아서 위를 바라보며 조심조심 오르게 되는데, 층마다 천장에는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자두꽃) 문양이 장식돼 있다.

호미곶등대는 지난 2022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항로표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100년이 흐른 지금도 실제 등대로 기능하고 있으며, 원형이 거의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당시로는 드물게 등대 외벽을 튜브 형태로 건축해 해안가의 강풍과 지진에도 견딜 수 있었죠. 실제로 포항 지진 때도 손상 없이 온전하게 남았습니다.”

등대 내부는 총 108개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꼭대기로 올라가는 6층 구조다. 각 층은 성인 서너 명이 겨우 설 수 있는 넓이이며, 철제 계단은 한 명이 오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좁고 가파르다. 싸이하이 부츠, 오른쪽 페이지 두 번째 모델의 모피 슬리브 가죽 재킷은 끌로에(Chloé).
유선관을 둘러싼 울창한 숲에서 오랜 세월이 느껴진다. (왼쪽부터) 블랙 브라 톱, 화이트 벌룬 스커트, 레드 페플럼 톱과 저지 스커트, 블랙 가죽 톱, 비대칭 스커트, 블랙 저지 톱, 와이드 팬츠는 애슐린(Ashlyn).
텐트 드레스와 자개 장식 칼럼 드레스는 잉크(Eenk).

유선관 대흥사를 방문하는 이들이 숙박하던 여관인 유선관은 그동안 여러 명의 주인을 거쳤다.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지만, 주변 경치와 한옥의 자태에 비해 다소 소박하고 조금은 무심하게 운영돼온 게 사실이다. “절대 허름하진 않아요. 한옥의 높이가 상당해서 웅장한 기운이 느껴지거든.” 유선관 아래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마을 이장 유순현은 동네 토박이로, 어렸을 때 유선관 뒤에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에 숨거나 오르면서 놀곤 했다. 과거 유선관은 1960년대에 대흥사 승려와 친분이 있던 기생 출신 인물이 일종의 요정처럼 운영했는데,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1990년대에 대흥사가 경매로 다시 매입했다. 2000년에 운영권을 인수한 이가 간단히 수리 후 여관 겸 식당으로 사용하면서 평범한 시골집의 모습을 꽤 오래 유지했고, 2020년에 새 임대인을 만나 개보수를 거쳤다.

유선관의 과거를 들려준 유순현 이장은 수리 과정에도 참여했다. 1914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리 중에 발견한 상량문 기록에 의하면 일제강점기인 쇼와 12년, 즉 1937년에 지어졌다. “옛날엔 작은 방이었어요. 지금은 주방이 된 곳인데, 뜯다가 대들보에서 상량문이 발견됐습니다. 그 전에도 수리를 한 적은 있지만 상량문은 잘 건드리지 않으니까요.” 기존의 작은 방을 합쳐 객실을 6개 만들고, 공동 화장실과 목욕탕이 있던 자리에는 카페를 열었다. 굴뚝 주위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 숲과 어우러지도록 운치를 살렸다.

아침 일찍 도착한 유선관은 한여름에도 서늘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바람이 나무를 스치는 소리, 내천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장은 풍수지리 전문가 박경정이 유선관을 방문했을 때 기가 막힌 명당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명당은 어떻게 판단하느냐고 물어봤죠. 산 사람 사는 곳이나 죽은 사람 묻히는 곳이나 별반 차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물길이 휘감아 흐르는 곳이 아주 드물다고요.”

구교사 외벽에 군데군데 시멘트로 보수한 곳은 6·25전쟁 때 생긴 탄흔을 메운 것이다. 볼레로 부분을 탈착 가능한 파카, 허리 뒷부분에 티셔츠를 장식한 드레스, 오버사이즈 코트, 그린 컬러 윈드브레이커, 화이트 크롭트 톱, 보라색 슬랙스는 리(Lii).

인천창영초등학교 인천창영초등학교의 시초는 고종 황제가 소학교령을 내린 18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 교육의 시작으로 전국 주요 36개 지역에 38개 공립소학교가 설립됐으며, 그중 하나인 인천부 공립소학교가 인천창영초등학교의 전신이다. 차건호 교장은 구교사 특별실 벽에 걸린 빛바랜 연혁표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1896년 1월 22일에 한성사범학교 1회 졸업생 변영대를 교원으로 발령 냈습니다. 당시 교육기관이라곤 서당이 전부였기에 교원의 역할은 사람들을 만나 자금을 모으고 학교 부지를 마련하는 거였죠.”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탓에 대부분의 소학교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거나 사라졌지만, 인천 지역의 첫 공립학교는 꾸준히 졸업생을 배출하며 보통학교, 국민학교를 거쳐 1세대 학교의 역사를 이어왔다. 1907년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았을 때 첫 교사는 소박한 목조건물이었는데,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일제강점기 전반기에 빨간 벽돌 건물을 세우게 됐다. “1924년에 완공했습니다. 원래는 왼쪽과 오른쪽 각각 세 칸(한 칸이 교실 한 개)으로 지었지만 후에 증축해서 각각 다섯 칸, 네 칸으로 늘었죠.” 영화에 나올 법한 미로 같은 계단 구조도 증축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한때 교실 수를 늘리고 신교사를 세울 정도로 학생 수가 많았지만, 사람들이 신도심으로 빠져나가고 학생 수가 급격히 줄면서 2006년 이후로 구교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구교사 뒤편에 하나 더 있던 운동장도 인접한 인천산업정보학교에 내줬다. “학교를 이전할 계획이었습니다. 아파트가 들어설 재개발 구역이었죠. 하지만 동문들의 반대로 계속 이 자리에 머물면서 지난 겨울방학 때 그동안 미뤄온 수리를 진행했습니다.” 인천창영초등학교는 이 자리에서 인천 3·1운동의 발상지가 되었고 강재구 소령, 미술 사학자 고유섭, 야구 선수 류현진 같은 인물을 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을 지켜나가는 것과 학교로서 명맥을 유지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학교로서의 정체성과 의미를 가져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치가 바뀌고 이름만 유지하더라도 초등학교의 역할을 해나가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차건호 교장은 학생 수가 줄면서 폐교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을 염려하지만, 인천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보존 가치가 높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누가 부임하든 이 자리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구교사 공간 일부를 아티스트 레지던시처럼 작가에게 작업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 생각 중이에요. 아이들이 오가면서 구경도 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증축 과정에서 형성된 독특한 형태의 계단과 복도. 레트로풍 블랙 펌프스는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메탈릭한 그린 컬러 하이힐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왼쪽 페이지 세 번째 모델의 실버 컬러 슬링백 플랫 슈즈는 지안비토 로시.
구교사에서 제일 먼저 문화재로 지정된 계단 난간 기둥.
문에 붙여놓은 지도를 보고 사러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지도는 행정 및 군사적 목적을 띤 일종의 공문서로 국가에서 제작해 판매가가 매우 높다. 가격을 들으면 빈손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프린스 오브 웨일스 체크 재킷과 베스트, 팬츠, T 바 슬립온 뮬, 아이웨어는 맥퀸(McQueen).

통문관 통문관의 창업주 이겸로는 평안도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에 친구 소개로 일본인이 운영하던 서점 금문당에 일자리를 얻었다. “할아버지는 1934년에 서점을 인수하면서 간판에서 가운데 글자만 ‘항구 항’ 자로 바꾸셨어요. 그리고 1945년 해방 이후에 통문관이라는 새 이름을 지으셨습니다.” 고려 시대 통역관을 배출하던 관청의 이름도 통문관이지만, 뜻은 다르다. 서점 통문관은 ‘책과 문자들이 오고 가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할아버지 이겸로와 아버지 이동호에 이어 3대인 이종운이 운영하고 있는 고서점은 1960년대에 신축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에 고서 협회에도 등록돼 있을 정도로 유서 깊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우리나라 주요 도서관과 박물관에 전시된 국보급 고서 중 상당수가 통문관을 거쳤다. 1990년대 초까지 학자와 연구가들을 위해 값비싸고 희귀한 고서의 복사본인 영인본을 출판하기도 했다.

통문관 곳곳에는 한자(나날이 아랍어만큼 낯설어지는)가 빼곡한, 빛바래고 테두리가 해진 책이 처음부터 그곳에 자리한 것 같은 모습으로 쌓여 있다. 서점 주인이 바뀌는 동안에도 자신의 주인을 찾지 못한 책, 과거에 누군가 사갔다가 그 사람의 유품이 되어 다시 돌아온 책은 이 서점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69년생 이종운 대표가 기억하는 어릴 적 통문관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제가 앉아서 일하는 곳에 할아버지가 앉아 계셨어요. 그때보다 책이 더 쌓여 있었을 뿐이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006년에 외부를 수리했지만 내부는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때부터 있던 나무 책장 위에 철제 프레임을 올린 게 전부예요.” 높아진 책장 탓에 좀 더 은밀하고 폐쇄적이며 비밀스러워졌다.

어쩌면 그게 지금의 통문관에 더 걸맞은 분위기인지도 모른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진지한 표정의 외국인 관광객을 세 번이나 빈손으로 보내고도 통문관 주인은 전혀 아쉬운 기색이 없다. 이곳의 진짜 고객은 구체적이고 까다로운 소수다. 오뜨 꾸뛰르 고객처럼 말이다. “겉모습은 그대로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더 희귀한 고서를 다루는 방향으로 특화하고 있습니다. 연구하거나 읽기 위한 목적보다 수집할 만한 책이죠.” 이종운은 가치 있는 책을 발견하면 일부러 10년, 20년을 묵히기도 한다. 흐르는 세월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가 농담처럼 말했다. “오늘 판매한 책은 제가 10년 전에 산 거예요. 내일 팔릴 책은 10년 전 그다음 날 제가 산 책이고요.” 낯선 외부인의 눈에 통문관의 시간은 하염없이 그 안에서 맴돌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시간은 연금술사의 마법처럼 매분 매초가 가치로 환산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무 책장은 창업주가 운영하던 시절부터 있던 것으로, 책이 점점 많아지면서 철제 선반을 추가했다. 체크 셔츠와 킬트, 실버 체인 목걸이는 버버리(Burberry), 아이웨어는 맥퀸(McQueen).

광주극장 광주극장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더 단단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오랜 역사가 조명받게 된 계기도 1990년대 후반에 휘말린 소송이었다. “극장 앞에 작은 유치원이 생겼는데, ‘학교보건법’에 의해서 50m 이내 유해 시설은 자진 폐쇄하거나 이전해야 했습니다. 극장도 유해 시설로 분류되던 시기여서 우리도 행정 조치 대상이었죠.” 김형수 전무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장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법률 위헌 여부를 제기하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안 찾아간 데 없이 문을 두드렸지만, 극장이 폐쇄되지 않으려면 법을 개정하는 방법밖엔 없었어요.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법원에서 승소하고, 헌재에 가서 헌법을 개정하기까지 4년이 걸렸습니다.”(이 판결을 계기로 영화관은 문화 예술 시설로 분류되어 대학교 안에도 개관할 수 있게 됐다.)

영화관이 유해 시설이 아닌 문화 예술 시설임을 주장하기 위해 근거를 찾는 과정은 광주극장의 역사를 공부하는 기회였다. “설립 시기부터 시작해 해방 전 시민들의 집회와 예술인들의 발표 장소로 사용돼온 내용을 샅샅이 찾아 극장의 역사를 연표로 정리했으니까요.” 광주극장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조선인의 자본으로 세워 운영한 광주 최초의 극장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웅장했던 규모는 조선을 통틀어 화젯거리였는데, 그 덕에 영화 상영뿐 아니라 주요 집회와 모임의 장이 되었다. “1936년에는 무료 상영회를 빌미로 시민들이 모여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메달 수상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죠.” 해방 직후에는 해방 기념 대공연을 열어 다 함께 ‘해방가’를 부른 상징적 장소지만, 1968년에는 화재로 건물이 전소되는 위기를 겪었다. “주위 사람들 전부 이참에 극장 문을 닫으라고 수리를 만류했어요. 하
지만 선친에게 물려받은 2대 극장주의 굳은 의지로 화재가 일어난 그해 10월에 재축을 마치고 재개관했습니다.”

이때 화재로 최초 설립 당시의 흔적은 일부 집기를 제외하곤 남은 게 없다. 하지만 1960년대 말 재개관한 모습은 지금도 상당 부분 남아 있다. 아직도 매표소에서 종이 티켓을 판매하고, 상영관 제일 뒤쪽 임검석도 그대로다. 일제시대에 일본 순사들이 앉아 공연을 감시하던 자리로, 재축 때도 원형을 유지했는데 1970~1980년대에는 선도부 교사들이 그 자리에서 수업을 땡땡이치거나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를 보는 학생들을 잡아내곤 했다. 손으로 그린 영화 간판은 이제 광주극장이 유일하다. “재작년엔 1940년대에 광주극장 간판실에서 그림을 배우셨다는 아흔 넘은 김창중 어르신이 극장을 찾았어요. 미술실 계보가 분명치 않아서 지금 간판 작업을 하고 있는 박태규 작가님이 3세대일 거라고 막연하게 추측만 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어르신께서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극장 미술인 목록을 꼼꼼하게 기록해두신 덕분에 4세대라는 걸 알게 됐죠.”

광주극장은 올해로 개관 90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헌법 개정을 계기로 예술 영화 전용관으로 운영한 지 20년이 흘렀다. 그 세월 동안 극장을 팔거나 멀티플렉스로 바꾸라는 회유도 끊임없었다. 광주극장을 운영하는 것은 변화를 따르는 것과 고유의 모습을 지키는 것 사이, 선택과 갈등의 연속이다. “90년의 역사는 그 숫자 안에 담긴 무궁무진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이야기는 없었을 거예요. 그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문을 열었기에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김형수 전무는 지금까지 광주극장을 지킨 건 그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1968년 화재로 전소됐지만 광주극장 이름을 새긴 전각은 남았다. 새로 지은 건물 2층 처마 위에 얹은 현판의 모습.
광주극장은 2015년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손 간판 그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영화간판시민학교를 운영 중이다. 모자이크 형식의 손 간판은 참여자들이 그린 그림을 합쳐놓은 것이다. (왼쪽부터) 오버사이즈 피코트와 티셔츠, 쇼츠, 삭스, 타비 슈즈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재킷과 니트 톱, 팬츠, 미니 백, 이어링, 웨지 힐 샌들은 펜디(Fendi), 시어링 디테일의 데님 트러커 재킷은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비즈 장식 미니 드레스는 드루브 카푸어(Dhruv Kapoor), 부츠는 토템(Toteme), 체크 패턴 울 재킷과 금속 플라워 장식 레더 톱, 레더 스커트, 실크 니삭스, 레더 로퍼, 귀고리는 미우미우(Miu Miu).
광주극장의 단 하나뿐인 상영관 좌석 뒤에 난간이 있는 자리가 임검석이다. (왼쪽부터) 트위드 재킷과 스커트는 사카이(Sacai), 크롭트 카디건과 드레스는 라반(Rabanne), 코튼 튜브 톱과 사선 지퍼 장식의 캐시미어 톱, 모자는 미우미우(Miu Miu), 오버사이즈 블랙 터틀넥과 불규칙한 도트 패턴의 시어링 코트는 토템(Toteme).
풍국 정미소 창고 도정 기계 옆에 있는 돌 고르는 기계. 당시 도정 기계가 정밀하지 못했기에 원하는 사람들은 쌀을 한 번 더 거르곤 했다.
도로 쪽 건물 안에 위치한 사무실. 낡았지만 푸근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라메 후프 드레스, 비대칭 네크라인의 핑크 톱은 에르네스토 나랑호(Ernesto Naranjo). 베이지 컬러 펌프스는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그동안 바꾼 적 없는 옛날식 간판. 스톤 장식의 메시 소재 슬링백 슈즈는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풍국정미소 “원래 사촌 형이 정부미 도정 공장을 한 곳입니다. 형이 도와달라고 해서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됐죠.” 풍국정미소의 주인 우기섭은 정미소가 1940년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지어졌다고 말했다. 사촌 형도 정미소를 윗대에서 물려받았다.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있었다니까요. 어쩌면 그 전부터일지도 모르죠. 어릴 때부터 쭉 봐왔습니다.” 예전엔 그 골목에 정미소가 열한 곳이 있었고, 풍국정미소의 규모가 가장 커서 정부미 도정 작업을 도맡았다. 사촌 형과 함께 일하다가 형이 세상을 뜨고 난 뒤 1966년에 그가 정미소의 새 주인이 됐다. 기계는 원래 바깥쪽 길가에 있었다. “조카 중 한 명이 풍기 지역에 공장을 지어서 정부미 도정 작업을 가져갔고, 그때부터 저는 기계를 안쪽 창고로 옮겨 영주시 농민을 대상으로 도정을 했습니다.”

나무로 만든 도정 기계는 지금 주인이 정미소를 운영한 50여 년 동안 함께 일했고, 그 전, 그 전전 주인과도 충성스럽게 일했다. 그리고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날부터 일을 멈췄다. 우연 같기도 하고 운명 같기도 했다. 옛날 도정 기계는 한 군데에 문제가 생기면 기계 전체를 멈춰야 했기에 주인은 그해 수확한 쌀부터 신형 기계를 들여 도정할 참이었기 때문이다. “10월이 돼야 벼가 나오니 9월에 새 기계를 가져다달라고 주문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직전인 8월에 문화재로 지정된 거죠.”

문화재로 지정된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이후로 정미소의 시간도 함께 멈췄다. 벽과 천장은 군데군데 허물어졌고, 평생 해온 일을 갑작스럽게 그만둔 주인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돌아가신 집안 어른들이 정미소를 운영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었다고 회상했다. “못 먹고 못살던 시절이었죠. 배 곯지 않게 쌀 주고, 자식 교육시킬 수 있게 돈도 줬습니다. 인심을 많이 얻었죠. 저도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못지않게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우기섭은 여전히 일대에서 풍국정미소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30대 미만이면 모를까, 그 이상이면 다 알 거예요.”). 그리고 다시 운영하게 되면 다들 예전처럼 풍국정미소를 찾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VK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후의 시간이 그대로 느껴지는 창고와 도정 기계. 스카프 디테일의 레이스 미니 드레스, 플리츠 디테일 비대칭 톱, 메시 레깅스, 모피 브로치는 에르네스토 나랑호(Ernesto Nara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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