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제일 얌전하게 멋 내는 법

미니멀 스타일은 코어 팬층이 탄탄합니다. Y2K, 보헤미안, 혼란스러운 커스터마이징 스타일로 주변이 소란스러워도 오직 미니멀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죠. 이런 미니멀 러버들은 압니다. 심플하다고 다 똑같은 미니멀이 아니란 걸요. 어떤 스타일이든 시대에 따라 디테일이 달라지고, 그 차이가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니까요. 가장 최신 미니멀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2025 가을/겨울 런웨이를 통해 살펴보시죠.

우선 전체적인 테마를 전합니다. 런웨이에서 가장 많이 보인 건 1980년대 비즈니스 우먼을 재현한 실루엣이었습니다. 생 로랑의 수장 안토니 바카렐로는 쇼 직전, 백스테이지에서 당당하고 여유롭게 말했죠. “꾸밈없이 오직 실루엣으로만 밀고 나가고 싶었어요. 대담한 컬러로 실루엣을 강조했을 뿐, 구조는 전무하고 옷의 볼륨은 오직 ‘형태와 소재’에서 비롯됐죠. 모든 게 가볍고, 움직임에 자유가 깃들도록요.” 테마에 걸맞게 모델들도 주머니에 손을 넣은 당당한 걸음을 보여줬습니다. 과거의 비즈니스 우먼이 남성성을 모방하기 위해 수트를 입었다면, 지금은 자기만의 힘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거죠.

이제 디테일을 살펴볼까요. 프라다와 마이클 코어스는 어깨선이 직선으로 쭉 뻗은 오버사이즈 재킷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스커트로 셋업을 이뤘습니다. 펌프스 힐도, 부츠도 곧잘 어울리죠. 컬러 포인트 없이도 심심하지 않은 룩이 완성됩니다.

알라이아와 캘빈 클라인의 코트도 어깨선이 시원하게 쭉 뻗었군요. 우선 알라이아는 단추 라인과 옷깃으로 재미를 줬습니다. 단추는 반시계 방향으로 포물선을 이루고, 옷깃은 후드로 연결됐죠. 그럼에도 블랙에 가까운 짙은 네이비라 간결한 멋은 그대로였습니다. 캘빈 클라인은 브라운과 그레이를 한두 방울씩 섞어 바람직한 미니멀 컬러 팔레트를 보여주었고요.

어깨선과 허리선의 대비가 강할수록 실루엣의 힘이 커지죠. 지방시와 이자벨 마랑의 재킷처럼요. 심플하게 원피스처럼 입어보세요. 재킷이 시선을 충분히 끌어주니 다른 아이템이 필요 없죠.

톰 포드와 빅토리아 베컴의 자연스럽게 흐르는 드레이프 팬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은 품이죠. 길이는 신발을 차분히 덮을 정도고요. 톰 포드가 XXL 벨트의 기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주 얇은 레더 벨트를 더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군요.

올가을 가장 얌전하게 멋 내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장식 대신 실루엣에 집중한 재킷과 코트,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드레이프 팬츠를 입어보세요. 컬러는 욕심 없이 클래식을 따르는 게 안전합니다. 차분한 블랙, 그레이, 네이비, 브라운으로요! 맥시멀한 무드가 강할수록 절제된 차림은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그 자체로 가장 신선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