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봄/여름 뉴욕 패션 위크 DAY 3
급진적인 실험과 변주, 진실과 거짓의 경계, 그리고 미니멀리즘의 재해석. 뉴욕 패션 위크 3일 차, 디자이너들이 탐구한 주제는 각기 달랐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옷’에 대해 고민한 케이트, 알투자라, 에카우스 라타 컬렉션을 만나보시죠.
케이트
뉴욕 패션 위크에서 기대되는 브랜드로 거듭난 케이트. 캐서린 홀스타인이 2016년 론칭한 이 브랜드는 종종 ‘미니멀리즘’이라는 (때로는 지나치게 포괄적인) 한마디로 포장되지만, 케이트는 단지 깔끔한 옷만 선보이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브랜드 시그니처인 스터드가 박힌 베니 벨트만 봐도 알 수 있죠. 컬렉션은 연기 자욱한 실내에서 펼쳐졌는데요. 덕분에 쇼를 보는 내내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케이트 우먼’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했죠.
캐서린 홀스타인이 컬렉션을 준비하며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딱 하나 ‘어떻게 변주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녀는 극단적인 실험을 단행하면서도 현실성을 놓치지 않았는데요. 쇼 시작을 알린 것은 사선으로 재단된 레더 블레이저였습니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제작한 레더 재킷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차이를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은근한 변주였죠. 윗부분에 튤 조각을 마구 쑤셔 넣어 완성한 드레스는 패션 피플의 도전 욕구를 자극할 만큼 현실적이었습니다. 주머니 위치가 허리선보다 낮은 레더 재킷 역시 흥미로웠죠. 사소한 디테일의 변화가 전체적인 실루엣을 완벽하게 바꾸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쇼가 무르익을 때쯤엔 밴드 펄프(Pulp)의 ‘This is Hardcore’가 흘러나왔죠. 캐서린 홀스타인이 제안하는 ‘하드코어 패션’이란 이토록 급진적이면서도 고요합니다.
알투자라
2026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이기 직전, <보그 런웨이>는 조셉 알투자라를 인터뷰했습니다. 리카르도 티시 밑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08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알투자라는 컬렉션을 구상하는 내내 ‘AI’에 대해 생각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인공지능이 점점 발전하며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죠. 그런 영향인지 알투자라 런웨이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트롱프뢰유 기법을 적용한 룩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눈을 속이려는 시도였죠. 프린트처럼 보인 플로럴 패턴은 3D였고, 새를 형상화한 목도리처럼 보인 것은 티셔츠의 프린트였습니다. 알투자라는 DNA와도 같은 장인 정신과 우아함을 잃지 않았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기품이 넘치며 펄럭이던 플리츠 하렘 팬츠도 눈에 띄었습니다. 군데군데 깃털을 꽂아 완성한 니트나 꽃이 만개한 듯한 드레스는 꾸뛰르 피스 못지않은 만듦새를 자랑했고요.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도 알투자라는 영원히 진짜만 만들겠다는 듯이요. 알투자라의 세상을 직접 만나보시죠.
에카우스 라타
에카우스 라타를 이끄는 마이크 에카우스(Mike Eckhaus)와 조이 라타(Zoe Latta)는 들뜬 마음으로 컬렉션 준비를 마쳤을 겁니다. 2026 봄/여름 컬렉션 3일 전, CFDA가 발표한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 후보에 듀오의 이름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쇼가 시작되자마자 에카우스 라타는 리스트에 오를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기 좋게 증명했습니다. 얇은 톱 두 겹을 레이어드한 오프닝 룩, 잘 재단된 스리 버튼 수트 룩은 전성기 헬무트 랭을 연상케 했죠. 그 뒤에 이어진 것은 검은색과 하얀색의 향연이었습니다. 여러 소재를 섞거나, 기발한 레이어드 스타일링처럼 변주하며 ‘블랙 앤 화이트’라는 익숙한 조합이 새롭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미니멀리즘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절대 지루한 룩은 선보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