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가 없으면 재미도 없다? 지금 주목해야 할 패턴 5
선과 점, 꽃으로 가득 채운 2026 봄/여름 시즌 패턴의 활약!
2026 봄/여름 시즌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굳이 하나로 정리하면, ‘패턴’이라고 불러도 무리는 없겠습니다. 옷의 형태가 아니라 옷 위에 놓인 반복적인 규칙이 분위기를 주도했으니까요. 남성복과 여성복을 모두 아우르며 대세로 떠오른 갖가지 스트라이프는 물론, 더 화사해지고 선명해진 플로럴 프린트, 귀여움을 벗어던진 도트만 봐도 알 수 있죠. 늘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체크무늬도 오와 열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질서를 거부하며 새롭게 꿈틀거립니다. 게다가 남성복에서 주도적으로 활약한 페이즐리까지! 패턴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이니, 이쯤 되면 무늬 없는 옷을 입는 게 되레 과감한 선택처럼 느껴질 정도죠.
스트라이프
봄/여름 시즌의 스트라이프는 보테가 베네타, 준지와 같이 클래식한 핀스트라이프 수트에서 출발하지만, 곧 다양한 방식으로 긴장을 푼 모습입니다. 돌체앤가바나에서는 파자마 무드로,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에스닉한 실루엣에 스트라이프를 얹으며 격식보단 리듬감 있게 흐르는 쪽을 택했죠. 이는 스트라이프 하면 떠오르는 포멀한 느낌을 해체하려는 시도라기보다 일상의 감각을 런웨이로 끌어온 결과에 가깝습니다. 여성복에서는 더 극적이고 시각적인 재해석이 돋보였는데요. 컬러를 활용해 그래픽적 대비를 강조하며 패턴 자체를 시선의 중심에 놓았죠. 로에베나 드리스 반 노튼, 샤넬 런웨이를 보면 컬러풀하게 화면을 분할하듯 배치한 선이 인상적이에요. 스트라이프의 질서를 유지한 채, 자유로운 표현 방식을 새로이 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플로럴
플로럴 패턴은 이번 시즌의 성격을 가장 솔직히 드러냅니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화려함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확실히 다른데요. 남성복과 여성복 모두 파스텔이나 달콤한 로맨티시즘을 입은 해석 대신 비비드 컬러와 밀도 높은 패턴을 선택했죠. 꽃이 옷을 거의 독점한 모습이거든요. 특히 드리스 반 노튼과 겐조와 같은 남성복 런웨이에선 플로럴 패턴이 장식적이라기보다 당당한 선택으로 보여요. 오히려 과감한 색 조합 덕분에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죠. 여성복에선 스트라이프처럼 플로럴을 하나의 그래픽 패턴처럼 다뤘습니다. 펜디, 셀린느, 미우미우, MSGM 컬렉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 크기와 배열이 리드미컬하게 조정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역시 이번 시즌 플로럴은 단순히 계절감을 대표하기보단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밀어붙입니다. 그래서인지 더 대담하고, 우아함에 앞서 생동감부터 느껴지죠.
페이즐리
이번 시즌 페이즐리 패턴은 플로럴로 묶기엔 존재감이 너무 컸습니다. 남성복에서는 거의 주연급이었죠. 전통적으로 보헤미안이나 에스닉 무드에 기대던 페이즐리는 수트 위에 올라가면서 완벽한 반전을 이룹니다. 준야 와타나베는 몸에 꼭 붙는 테일러드 재킷에 클래식한 벽지 같은 페이즐리 패턴을 입혔습니다. 이국적인 페이즐리 패턴 스카프를 블랙 팬츠 위에 두른 드리스 반 노튼은 실루엣과 구조를 이끄는 신개념 룩을 선보였죠. 윌리 차바리아는 패턴 자체가 입체적으로 솟아오른 듯한 3D 효과까지 가미해 페이즐리의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게다가 셔츠, 팬츠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확장하면서 페이즐리는 더 이상 특정한 취향도 아니고 복고적인 향수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2026년 남성복이 어디까지 유연해질 수 있는 증명했죠.
도트
레트로 무드로만 소비되던 도트가 훨씬 성숙해진 모습입니다. 케이트, 발렌티노를 시작으로 여성복에서 많이 목격됐는데요. 시어 소재에 얹거나 볼륨 있는 실루엣과 만나며 공간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에요. 작은 도트는 입체적인 텍스처를 만들어내고, 커다란 도트는 풍성하게 실루엣을 강조하는 역할을 맡았죠. 여전히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면모는 엿보이지만, 절대 강요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체크
이번 시즌 체크는 정돈돼 보이지만 결코 보수적이지 않습니다. 클래식에만 기대지 않고 오히려 비율과 무드를 바꾸는 방식으로 등장했거든요. 남성복에서는 체크가 기존의 포멀함을 벗어나 어딘가 어긋난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루이 비통은 깃이 없는 체크무늬 재킷에 체크 스카프를 레이어드했고, 디올에서는 귀족적인 화이트 셔츠, 와이드 데님과 함께 예술적으로 보일 만큼 현대적인 베스트를 믹스 매치하는 스타일링을 소개했죠. 여성복에서도 체크는 단정함보다는 실험적인 방향에 가깝습니다. 버버리, 디올 등에선 컬러 대비에 주력하거나 실루엣과 엇박자를 내며 패턴의 존재감을 살렸죠. 이게 바로 미니 드레스나 슬림한 셋업에서도 체크가 얌전하지 않은 이유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