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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연애소설] 원소윤의 ‘스파클링 로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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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일종의 판타지라면, 마음껏 기대하고 상상하는 쪽을 택하겠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모호한 사랑의 감각을 의미심장하게 곱씹고 더듬는 김기태, 김초엽, 민지형, 박상영, 원소윤, 장강명, 정세랑, 천선란 작가의 초단편소설처럼.

스파클링 로지즈

Pexels

슬롯머신 앞에 앉은 이들은 대체로 노인이었다. 노인들은 저마다 한 손에 아이스크림을 쥐고 있었다. 밥 대신 물 대신 아이스크림을 주식 삼는 듯했다. 서로의 자리를 맡아주는 걸로 보아 알음알음 아는 사이일 것이었다. 일수 가방을 두른 남자가 이리저리 기웃대며 잔금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아무래도 낯선 얼굴인 데다 행색마저 멀끔한 나를 쏘아보았다.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며 외딴 소파에 앉아 있었을 뿐인데··· 나는 슬롯머신을 해보고 싶었다. 안 해도 상관은 없었다. 업무차 온 건물에 딸린 카지노에 들른 것뿐이었으니. 야간 운전을 할 수 있었다면 일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돌아갔을 테다. 겁이 많고 미숙한 탓에 나는 밤의 꺼풀이 걷히기만을 기다렸다.

노인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시간이 잘 갔다. 노인이 카지노에 많이 오는 게 아니라 다들 카지노에 있다가 노인이 된 건지도 몰랐다. 한 손에 돈다발을 쥐고 바삐 걸음을 옮겨 자리로 돌아가는 노인, 무료 음료대를 몇 번이고 드나드는 노인. 나 또한 목이 탔지만 무료 음료대를 이용하고 싶진 않았다. 지나치게 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담배 냄새 탓에 가능한 한 숨도 적게 쉬고 싶었다. 죽고 싶은 건 아니었다.

가만 보니 슬롯머신 플레이어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동일한 심벌이 몇 개 이상 배열될 때까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었기에. 버튼을 누르면 이미지가 빠르게 바뀌었다. 저마다의 머신에서 마음을 분주하게 만드는 유치한 음악과 타임 벨 소리가 흘러나왔다. 언뜻 놀이공원이나 기차역쯤에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진득하게 머물 곳은 아니었다. 슬롯머신 중에도 스파클링 로지즈가 눈길을 끌었다. 화면에 금발 여인과 장미, 보석이 뒤죽박죽 섞여 나왔다. 저런 걸 얻으려면 정말 운이 좋아야겠지.

가장자리에 놓인 스파클링 로지즈 머신 앞에는 비교적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이곳보다는 조기 축구회가 더 잘 어울리는 마른 체형의 곱슬머리 남자. 남자 뒤에 한 여자가 서 있었고 여자의 뒷덜미에는 문신이 있었다. 태양, 그것도 아즈텍 문명의 어느 벽화에서 본 것 같은 위압적인 태양. 어쨌든 여자는 추워 보였다. 앙고라 니트는 너무 하얬고 목이 너무 넓었다. 한쪽 어깨가 다 드러날 만큼.

여자는 이따금 뒤를 돌아보았다. 신경질적으로 몸을 홱 돌릴 때마다 호피 무늬의 크로스 백이 들썩였다. 다시 몸을 돌린 뒤에는 주먹을 꽉 쥐고 흔들며 남자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더는 못 참아주겠다는 듯, 어떻게 해버리고 싶다는 듯. 성가셨는지 남자는 팔을 휘저으며 여자를 내쫓았고 그럴 때면 여자는 몇 걸음 물러섰다. 시선만큼은 고정한 채로. 저 둘은 저런 식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구나.

저 둘은 저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구나, 짐작하고 보니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도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고 외출 후 돌아왔을 때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밥은 먹어야지”라고 말했을 때도 “먼저 잘게” 말했을 때도. 결국 그와 함께 있기 위해 나는 그의 뒤에 서 있기를 택했다. 많이 이겨야 그만둘까, 져야 그만둘까 알 수 없는 채로 까만 뒤통수와 게임 화면을 번갈아 보며. 그렇게라도 있으면 그가 기뻐하거나 성내거나, 어쨌든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그 시절을 잊을 수 있을까. 귀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 마음을 잊을 수 있을까.

이들을 지켜본 지 1시간쯤 지났을 무렵, 남자가 담뱃갑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가 남자 옆에 가까이 붙자 남자는 허리를 숙여 여자에게 무어라 말했다. 퍽 웃긴 농담을 들은 듯 여자의 볼이 부풀고 여자는 남자의 자리를 넘겨받아 앉았다. 잠시 자리를 맡아주는 사람치고는 즐거워하며 연신 버튼을 눌렀다. 화면 속에서는 장미 한 송이가 거듭 나타났다 사라졌다. 시들 리 없어 보이는 장미 한 송이가. VK

원소윤 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다. 한두 문장으로 이루어진 원라이너(One-Liner) 농담을 즐겨 구사한다. 2025년 장편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를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우리 연애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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