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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영 “그냥, 다정한 게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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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앞에 서는 직업에는 늘 간극이 따른다. 스스로 인식하는 자기 모습과 타인이 만들어낸 이미지 사이의 거리. 박규영에게 그 간극은 처음엔 낯설고 신기한 감정이었다. ‘내가 이런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구나’ 하는 발견에 가까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거리는 때로 속상함이 되었다.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해석될 때면, ‘사실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싶을 만큼 부정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어요.” 지금은 그 간극조차 이 직업이 지닌 묘미라고 여긴다. 속상함이라면 감내해야 할 몫이고, 즐거움이라면 선물에 가깝다. 흥미로운 건 오해가 늘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흐르진 않는다는 점이다. “요즘에는 ‘생각보다 귀여운 구석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장르물을 연달아 하다 보니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로 보셨나 봐요. 감사하죠. 그렇게 느끼셨다는 건, 제가 맡은 캐릭터가 그만큼 설득력 있게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이 일을 하다 보면 매 순간 해명하며 살 수는 없다.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이나 정리되지 않은 마음은 각자의 방식으로 흘려보내야 한다. 누군가는 글로 풀어내고, 누군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선택한다. 박규영의 방식은 단순하다. “먹고 자고 일어나면 조금 가벼워져요. 쉽게 버리고, 쉽게 털어내는 편이에요.” 원래부터 그랬다기보다는 다양한 환경과 여러 경험 속에서 그렇게 훈련된 것에 가깝다. 반복된 훈련은 기질이 되었고, 그 기질은 차츰 단단해졌다. 하지만 단단해진다는 것이 곧 완결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제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믿는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자극 앞에서 흔들리는 게 사람이잖아요. 원점으로 돌아간 것처럼 약해질 때도 있고요. 그 부침을 반복하면서 어떤 형태의 ‘강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형태는 계속 바뀔 수 있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해요. 건강하고, 강한 쪽으로.” 박규영이 생각하는 강함은 상대에게 진심을 내줄 수 있는 용기다.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고, 진심을 건네고, 그걸 나누는 쪽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그냥, 다정한 게 최고예요.” 연기할 때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에는 당연히 요구되는 방향과 캐릭터의 성질이 존재한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찾되, 흐름을 벗어나진 않는다. “어떤 범주 안에서 여러 가능성을 시도하다 보면, 작품이 요구하는 성질과 제 질감이 섞인 지점에 가닿아요. 인물 위에 제 호흡이 얹히고, 온전히 제 숨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그 인물은 더 깊어지고 풍부해져요.”

배우라는 직업은 고립감과 부담을 동시에 품는다. 그를 다시 중심으로 되돌리는 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이다. “현장에서의 태도나, 제 감정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자주 돌아봐요. 바쁜 날에는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은 이 순간에도 다정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죠. 늘 그렇게 되진 않지만, 해낸 날에는 유난히 뿌듯해요.” 아직 영향력의 무게를 실감하는 단계는 아니다. “해외에서 누군가 저를 알아보면 여전히 신기해요.” 그에게 영향력은 숫자라기보다는 누군가의 하루에 흔적을 남기는 감정의 온도에 가깝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다정한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의 다정함에 위로받은 기억처럼 언젠가는 저도 그런 순간을 건네고 싶죠. 솔직히 말하면, 그건 타인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제가 가장 행복해지는 방식이기도 해요.” 힘든 촬영 현장에서 스쳐간 작은 손짓 하나, 문자메시지 한 줄이 유독 크게 남는 사람. 그래서 그는 표현하고 싶어진다. “여력이 되는 한 예쁨을 건네고 싶어요. 너무 티 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차갑지도 않게. 그 균형을 잡으려다 보니 가끔은 스스로 우습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웃음)” 촬영을 위해 뎀나의 화려한 시퀸 자수 장식 드레스를 입고 있을 때도 그녀의 태도는 소박하고 다정하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활동하며 시행착오도, 고민도 충분히 지나왔다. 최근에야 방향성이 또렷해졌다.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 방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마음과 태도가 훨씬 편안해졌거든요.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인정하게 됐고, 제 편으로 남아주는 사람들도 선명해졌어요. 그들을 더 사랑하게 됐고요.” 스무 살에 그려본 30대의 박규영은 완성형의 어른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여전히 고민하고, 여전히 반성한다.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요. ‘좋은 사람, 다정한 사람’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사람 박규영과 배우 박규영 사이, 그는 지금 많은 말 대신 더 정확한 태도로 자신을 드러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다정함이라는 온도로.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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