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Апрель
2023

‘오토라는 남자’ 다정함이라는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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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라는 남자>는 다정함이 세상을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한 사람은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다.

‘당신의 소설은 마음에 들지만 상업적인 잠재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웨덴 소설가 프레드릭 배크만은 한 출판사로부터 받은 이 메모를 간직하고 있다. 그의 소설을 출간하길 고사한 출판사가 한 곳만은 아니었다. 자살을 거듭 시도하는 괴팍한 노인에 관한 소설은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2012년에 출간된 소설 <오베라는 남자>는 스웨덴에서 8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가 됐다.

2013년에는 미국에서 출간됐는데 한동안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뒤늦게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 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1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38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고, 한국에서도 2015년에 출간돼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소설을 출간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겼던 프레드릭 배크만은 결코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한국에서 내 책이 왜 잘 팔리는지 한국 출판사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펼쳐진 이유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이렇듯 <오베라는 남자>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작가 본인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소설의 시작점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한 바 있다. 스웨덴 남성 매거진 <카페(Café)>에 글을 기고하는 프리랜스 작가였던 그는 오베라는 남성이 미술관에서 표를 구매하다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발작하듯 화를 냈다는 사건을 웹사이트에서 읽었고, 여기서 뜻밖의 영감을 얻었다.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 포스터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 능숙하지 않은 자신’이 오베라는 남자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오베라는 남자다’라는 제목으로 매사에 짜증을 부리는 가상의 인물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진지하게 소설을 쓰게 됐다. 그것이 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가 세상에 나오게 된 전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공한 소설이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영화화됐다. 소설과 동일한 제목으로 제작된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는 원작처럼 자국을 넘어 전 세계에 상영됐고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과 분장상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오토라는 남자>는 <오베라는 남자>를 리메이크한 미국 버전의 영화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자막처럼 원작 소설뿐만 아니라 스웨덴 영화 역시 리메이크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서사를 운용하는 형식 면에서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와 거의 흡사한 유사 판본의 리메이크작이다. 오베와 마찬가지로 아내를 그리는 오토(톰 행크스)는 자살을 시도한다.

사별한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죽어서 아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행위다. 그리고 그렇게 자살을 시도할 때마다 아내와 함께했던 과거로 영화는 플래시백된다. 이를 통해 인물의 감정적 내러티브를 축적해나간다. 그러니까 오토는 태어날 때부터 고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고약한 노인이 된 건 아내를 덮친 불행한 사고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세상과 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토가 집 안에서 조용히 자살을 시도할 때마다 마리솔(마리아나 트레비뇨)을 비롯한 누군가가 불청객처럼 찾아와 문을 두드린 덕분에 자살 시도는 번번이 실패한다.

이 모든 서사는 스웨덴 영화의 판본과 거의 흡사하다. 그리고 원작에 대응하는 캐릭터의 성격도 대체로 유사하다. 원작의 오베처럼 오토 역시 고약한 할아버지다. 그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는 건 그에게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규칙과 마땅히 지켜야 할 원칙을 지키지 않는 행위다. 덕분에 매일같이 심사가 뒤틀리는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떠나 아내가 있는 저 너머로 떠나길 바라지만 그의 속내를 알 길이 없는 이 세계의 이웃들은 그때마다 그의 여행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러한 서사 전개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설명하는 방식은 사실상 스웨덴 영화의 판본과 거의 동일하다. 그만큼 영화적으로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리메이크 판본으로 여길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두 영화의 차이도 보다 뚜렷해진다. 영화의 주 무대가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바뀌었고, 원작의 문제의식은 각기 다른 사회를 배경에 둔 두 영화로 발전되면서 공감대의 너비도 확장됐다. 각기 다른 국적으로 태어난 두 영화가 좋은 이야기란 국경도, 문화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원작을 충실히 따르는 게 중요했다. 원작이 워낙 성공한 작품이라 팬이 많기도 하고, 원래 이야기의 면모를 살리는 게 필연적이었다. 다만 스웨덴 영화를 미국에 어울리게 바꾸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테면 유럽의 의료 시스템은 사회화됐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고, 부동산 회사가 야기하는 문제의 영향력에도 차이가 있다. 다만 공동체가 모여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건 국적을 떠나 사회적 존재로서 만인이 공감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오토라는 남자>를 연출한 감독 마크 포스터의 말처럼 인기 있는 원작의 리메이크작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원작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새로운 배경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각색이었다. 이를테면 스웨덴 배경의 원작에서 오베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이웃 파르바네는 이란 출신인 반면 <오토라는 남자>에서 이를 대체하는 인물은 멕시코 출신의 마리솔이다. 북유럽은 중동 출신의 유색인종을 대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인 것처럼 미국에서는 남미 출신 유색인종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원작 소설과 스웨덴 영화와 마찬가지로 <오토라는 남자> 역시 마트에서 무언가를 구입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원작 소설은 아이패드를 보고 키보드도 없는 컴퓨터를 판다고 점원에게 역정을 내는 오베의 모습에서, 스웨덴 영화는 꽃을 사며 가격 지불 문제를 두고 점원에게 따지는 오베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오토라는 남자>는 밧줄을 구매하며 불필요한 분량까지 구매해야 한다며 판매 정책에 항의하는 오토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세 작품 모두 공통적으로 ‘프로불편러’ 주인공의 면모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같지만 인물을 드러내는 심리적 측면에서 저마다 다른 방점을 찍고 있다.

아이패드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원작 소설의 시작점은 후에 이웃 아이에게 아이패드를 선물하게 되는, 변화하는 존재로서 오베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에 가깝다. 스웨덴 영화에서는 실랑이 끝에 꽃을 산 오베가 아내의 묘지를 찾아가 그 꽃을 놓는 장면을 보여주며 오베라는 남자의 은밀한 내면을 이해할 단서부터 제공한다. 반면 <오토라는 남자>는 자기 목을 매달 밧줄을 사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럼으로써 오토라는 남자가 자살하고자 하는 이유에 보다 집중하게 만드는 동시에 죽음 자체를 영화적 테마로 조명하는 것 같다. 이는 단순히 리메이크라는 속성 안에서 원작과 차별적인 개성을 얻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겠지만 작품의 주 배경이 되는 지역의 변화에서 기인한 영향력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작에서 악당 역할을 하는 건 사회 복지국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그는 노인 세대를 시설에 격리하는 행정 절차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려 든다. 사람의 인성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복지 체제의 장점을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은근한 메시지로 반영된 셈이다. 반면 <오토라는 남자>에서 악당 역할을 하는 건 ‘다이 앤 메리카’라는 부동산 개발 회사 직원이다. 영화에서 그들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시설에 모신다는 명목으로 부동산을 쉽게 매입하는 수작을 벌이는데, 이는 자본주의 국가 체제를 이기적으로 악용하는 자본가들의 면모를 역시 영화적 배경에 어울리는 메시지로 반영한 셈이다.

이는 최근 미국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다정함이나 공동체라는 주제 의식을 떠올리게 만드는 인상인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나 <더 웨일> 같은 작품을 비롯해 근 몇 년 사이 비평적으로 주목을 받은 미국 영화들은 가족과 이웃이라는 공동체가 단절되거나 분리된 현상을 주목하고 개개인의 다정함을 통해 구축한 신뢰를 공통적으로 논하며 동시대 미국 사회를 향한 견해와 관점을 드러내는 것 같다. 

원작과 다른 리메이크작이라는 특징은 영화에 등장하는 차량 브랜드의 변화에도 반영됐다. 스웨덴 배경의 원작에서 등장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스웨덴 회사인 사브와 볼보인데 <오토라는 남자>에서는 자연스럽게 미국 회사인 쉐보레와 포드로 변경됐다. 흥미로운 건 사브와 볼보가 각각 쉐보레의 모회사인 GM, 그리고 포드에 각각 지분 인수된 역사가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국적에 어울리는 브랜드로 변환된 것이 아니라 회사와 브랜드의 역사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관계까지 고려한 변화라는 것이다. 주인공의 이름이 오베에서 오토로 변경된 이유도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이는 미국 관객의 발음상 편의를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스웨덴에서는 ‘오베(Ove)’라는 발음이 익숙하지만 미국인들은 ‘오브’라는 발음이 자연스러운 이름이라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했다. 오토라는 이름은 엔지니어 가문 출신이자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남자에게 발음상 어울리는 측면이 있고, 흥행 면에서 첫 번째 고려 대상인 미국 관객을 위한 대중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용이한 선택이라는 것. <오토라는 남자>는 그만큼 대중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동시대 영화를 만들겠다는 취지가 또렷한 작품이다. 그리고 꼬장꼬장한 성격과 고약한 기질을 발산하는 오토를 톰 행크스가 연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러한 대중적 야심을 대변하는 방점처럼 보인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이자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온 배우로 꼽히는 톰 행크스는 대체로 선한 의지의 표상이 될 만한 인물을 연기해왔다.  특히 그에게 두 번째 오스카 남우 주연상 트로피를 안겨준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그를 가장 미국적인 배우로 여기게 만든 작품이었다. 톰 행크스는 2년 연속 오스카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두 번째 배우이자 현존하는 유일한 배우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기복 없이 꾸준히 배우로 활동해왔고, 로버트 저메키스, 스티븐 스필버그, 폴 그린그래스 등 이름만으로도 명징한 대가 감독들의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그들이 대표작을 갱신할 수 있는 기반이 된 배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밖에도 두 편의 영화를 직접 연출한 감독이기도 했고, 제작자로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할리우드의 중요 인사로서 긴 세월을 지나왔고, 지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토라는 남자>는 톰 행크스의 존재감이 뚜렷한 포스터만으로도 미국 영화라는 국적성을 인장처럼 담고 있는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출연 자체가 영화에 신뢰의 징표를 매다는 것과 같다.

<오토라는 남자>에서 톰 행크스는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고, 그의 아내 리타 윌슨 역시 제작자로 참여했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개봉한 <오베라는 남자>를 보고 리메이크 영화를 만드는 데 흥미를 느끼게 됐고, 판권을 구입해 제작에 돌입했다. 그 과정에서 마크 포스터 감독을 만났는데, 그에게 연출을 맡긴 뒤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된다. 제작자이기 전에 배우이자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리타 윌슨에게 영화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를 받아들인 리타 윌슨은 ‘Til You’re Home’이라는 넘버를 작곡했고, 영화에 삽입됐다.

마크 포스터의 뜻밖의 제안은 캐스팅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톰 행크스가 연기하는 오토의 젊은 시절 역할을 연기 경험이 없던 톰 행크스의 아들 트루먼 행크스에게 맡아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은 가짜 같을 것’이라며 톰 행크스와 리타 윌슨을 설득했다. 두 사람은 아들이 원치 않을 것이라며 걱정했고, 트루먼 행크스 역시 걱정이 많았지만 마크 포스터의 설득 끝에 이를 수락하게 됐다. 덕분에 <오토라는 남자>는 톰 행크스의 집안과 깊이 연관된 영화가 됐는데, 이에 대해 톰 행크스는 일종의 ‘패밀리 비즈니스’라며 어느 분야든 집안의 중요한 일을 가족이 돕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유쾌하게 항변했다. 어쩌면 톰 행크스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오토라는 남자>는 그만큼 한 배우의 삶과 깊게 연관된 영화가 됐고, 톰 행크스는 평소 이미지와 달리 심술궂은 노인을 연기하는 이색적인 면모를 통해 자기 세대의 보편적 고민을 대행하는 것 같다. 스웨덴, 미국, 혹은 어디든 노년 세대는 심각한 사회문제의 대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문제는 오늘날 모든 문명국가가 떠안아야 할 필연적 고민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력이 쇠하고, 누군가 돌봐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는 노인 세대는 스웨덴에서도, 미국에서도 공통적인 사회문제다.

물론 오토가 자살을 시도하려는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그의 자살을 막는 건 결국 다정한 이웃의 관심이다. 마리솔과 그의 가족은 오토 입장에서는 성가신 침입자처럼 느껴지지만 점차 그의 관심을 받는 중요한 이웃으로 자리 잡아간다. 멕시코 출신의 이방인이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듯, 오토의 닫힌 마음을 열고 그의 이웃이 되는 마리솔은 동시대에 결여된 공동체 의식을 대변하는 상징적 존재처럼 보인다. 

그런 면에서 <오토라는 남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를 연상시키는 측면도 있다. <그랜 토리노>는 보수적인 미국인 노인이 평소 혐오하던 동양인 이웃 가정의 소년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부모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결국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포드사의 세단 그랜 토리노를 그 소년에게 물려주는 노인은 미국 사회에 대한 걱정을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새로운 세대를 통해 해소한다. 이처럼 <오토라는 남자> 역시 동시대 미국 안에서 거듭 제기되는 문제를 환기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오토는 마리솔의 가족과 점차 가까워지면서 그들의 어린 자녀를 대신 돌보기도 하고 고장 난 기기를 대신 수리해주기도 하면서 그들을 새로운 이웃으로 받아들인다. 인종 간 갈등을 극복해온 시간을 토대로 한 용광로 같은 역사를 중요한 가치처럼 내세우던 미국 사회가 지난 몇 년 사이 정치적 선동과 함께 인종 간 차별과 혐오가 점철된 현상은 <오토라는 남자>가 탄생하게 만든 주된 배경일지도 모른다. 미국적 가치를 대변하던 백인 노인의 자살을 막는 손은 멕시코 출신의 유색인종 여성의 것이다. 결국 그 관심이 허무로 점철된 삶에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다정함이 세상을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삶은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상에 필요한 재능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오토라는 남자>는 그런 미래를 가리키는 영화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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