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Апрель
2023

‘퀸메이커’는 과연 진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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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복순> 홍보 인터뷰에서 전도연은 자신을 원 톱으로 한 영화에 100억이 투자될지 스스로도 의문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 상반기 중견 여배우 주연 장르물이 연속 성공하면서 이런 우려는 잠시 접어둘 수 있게 되었다. 넷플릭스가 <더 글로리> <정이> <길복순> 등으로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배우 개개인의 인지도보다 ‘K-콘텐츠’ 자체의 브랜드 파워가 크기 때문에 굳이 바쁘고 몸값 비싼 국내용 남성 톱스타 섭외에 운을 걸 이유가 없다. 이런 흐름에 다시 한번 고무적인 역할을 할 여성 서사가 탄생했다. 드라마 <퀸메이커>다.

‘퀸메이커’ 황도희 역의 배우 김희애.
오직 정의와 대중을 위해 일하는 돌직구 화법의 소유자 오경숙 역의 배우 문소리.

<퀸메이커> 반응은 크게 둘로 갈린다. ‘남자들이 하던 역을 여자들이 했다는 것 말고는 새로운 게 없지 않냐’와 ‘남자들이 하던 역을 여자들이 해서 재미있다’. 어느 쪽이건 전통적으로 남성이 맡던 역할을 여성에 맞춰 변형한 ‘젠더 벤딩(Gender Bending)’ 자체가 이 드라마의 승부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퀸메이커>에 ‘새로운 게 없다’는 건 타당한 지적이다. 그런데 익숙함이 꼭 나쁜 효과를 내는 건 아니다. <퀸메이커>에는 정치, 사법, 행정 3부 위에서 한국을 주무르는 재벌이 등장하고, 목표를 위해 사소한 규칙쯤은 무시하는 지략가와 정의의 사도가 의기투합해 그들을 응징한다. 한국 드라마, 영화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구도다. 그 작품의 대전제였던 ‘힘없는 정의는 무용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라는 한국 대중의 정서가 여기서는 아예 ‘코뿔소 오경숙(문소리)’의 연설문으로 직설된다.

‘땅콩 회항’ 사태를 연상시키는 ‘퀸메이커’의 오프닝.

이야기를 전개하는 도구도 익숙하다. 오프닝부터 ‘땅콩 회항’ 사태를 패러디하더니 오경숙의 전사를 소개하는 콜라주에서는 고 노회찬 의원의 국회 신문지 퍼포먼스가 등장하고, 정치인 자녀 입시 비리, 억대 피부 관리실 회원권, 시민 단체 호화 회식 논란, 댓글 부대, 정치 목사, 커터 칼 테러 등이 연이어 스친다. 어느 정치인은 자녀 입시 비리를 덮기 위해 사실 걔가 미국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울먹인다. 악의 화신 백재민(류수영)을 무너뜨릴 결정적 증인은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 ‘당할’ 뻔한다. 최종 보스 손 회장(서이숙)이 막강한 권력으로 고작 하는 짓이 부동산 개발이고, 서울에 랜드마크를 짓는데 정치판에 돈 잔치가 벌어지는 것도 익숙한 설정이다. 오경숙의 남편은 하필 시인이다. 숫제 정치 덕후의 팬픽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대놓고 실제 사건, 인물, 의혹, 심지어 보도사진까지 패러디하다 보니 오히려 매 장면이 무슨 사건을 재현한 것인지 맞히는 재미가 있고, 역으로 현실의 사건에도 모종의 흑막이 있지 않았을까 상상하게 된다.

오경숙의 맞수로 서울 시장에 출마한 백재민 역의 배우 류수영.
‘퀸메이커’의 순간들은 현실과 무척 닮아 있다.

사실 최근에 한국 대중은 정치인이 뭔 짓을 하건 대놓고 뭉개면 여론이 동요하지 않는다는 걸 배우고 있다. 그래서 사건이 하나씩 터질 때마다 선거 판세가 엎치락뒤치락하는 <퀸메이커>의 설정이 공허해 보이긴 한다. IBC가 얼마나 대단한 매체인지 몰라도 김초롱 기자(심영은)가 의제 세팅만 하면 전체 언론이 따라 움직이는 것도 신기하다. 혼외자라서 엄마 눈치 보고 자랐다는 은채령(김새벽)이 제 성질 못 이겨 세상의 입질을 산다거나 3선 정치인 서민정(진경)이 남들 보는 데서 부자들한테 굽신대는 모습 같은 건 캐릭터의 일관성에 어긋난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퀸메이커>의 성공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퀸메이커>는 한국,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 7개국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1위에 올랐고, 전 세계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시청 시간 주간 1위를 기록했다.

노련한 정치인 서민정을 연기한 배우 진경.

애초에 ‘나쁜 사람이 나쁜 짓 하는 것과 착한 사람이 나쁜 짓 하는 건 천지 차이’라는 서민정의 촌철살인처럼, 이 사회는 기득권의 부패보다 노조, 시민 단체, 운동가의 부정을 훨씬 혐오하기 때문에 오경숙 같은 사람이 서울 시장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판타지다. 이 드라마가 허술하거나 올드해 보인다면 문제는 그거다. 정치 패러디 판타지가 코미디가 아니라 드라마와 손을 잡았기 때문에 웃어야 할지, 진지하게 화를 내야 할지 알 수 없게 된 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퀸메이커>는 빈지 워치를 일으키기 충분할 만큼 빠른 전개와 화려한 볼거리, 매력적인 캐릭터를 담고 있다. 에피소드를 일괄 업데이트하는 넷플릭스가 아니라 순차 방영하는 지상파였으면 국내 파급력은 더 컸겠다 싶을 만큼 이야기의 연결과 전환점이 영리하다.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 배우들이다.

‘퀸메이커’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역시 배우들이다.

‘여성이 연기한다 뿐 전형적’이라는 말은 순서만 바꾸면 ‘전형성을 젠더 벤딩으로 돌파했다’는 긍정이 될 수 있다. 다분히 형식화된 한국 정치 드라마의 한계를 돌파하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된 것이다. 문소리는 인터뷰에서 “배우들이 모두 독기를 잔뜩 품었다”고 했고, 그건 배우들 모공 하나, 잔주름 하나 감춰주지 않는 저 냉정한 조명 아래로 인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1화부터 무섭도록 실감이 난다.

배우 서이숙은 무게감 있고 날카로운 연기로 이경영이나 박근형 같은 남자 배우들이 도맡던 ‘회장’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했다.

서이숙이 연기한 재벌 회장은 이경영이나 박근형 같은 남배우들이 관성적으로 연기하던 캐릭터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예수정이 그랬듯, 여성이 그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이 전형적인 캐릭터에 새로운 생기가 돈다. 손 회장은 남편 사망 후 그룹을 물려받은 인물인데, 적장자가 아닌 여성 상속인이라는 설정은 그의 무한한 탐욕과 불안, 비열함, 승부욕, 자신만큼이나 야망 있고 능력 좋은 여성 황도희를 향한 애증에도 설득력을 더한다. 문소리가 연기하는 오경숙은 ‘시민 운동가 출신 정치인’이라면 으레 연상되는 촌스러움 없이 깔끔하고 산뜻하다. 탐욕스러운 재벌 2세 역의 김새벽과 윤지혜, 노회한 정치인 역의 진경도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들은 정치 드라마에 걸맞은 적당한 무게감, 야심 찬 미장센에 묻히지 않는 화려함뿐 아니라 고유의 날카로운 파동으로 매 장면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희애는 이번 작품에서 우아하고 드라마틱해서 더욱 설득력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김희애의 우아한 딕션과 극적인 연기 스타일은 다른 여배우들의 역동성, 현실성과 자주 부딪친다. 하지만 그것이 구름 위에서 태양을 쫓다가 현실로 내려온 황도희 캐릭터의 핵심이기도 하다. 도희는 은씨 일가를 맴돌았지만 그들의 일원이 아니었기에 그들보다 적극적으로 상류사회의 품위를 연기해야 했고, 그래서 오경숙의 거친 세계에 뛰어들었을 때는 이질감이 들어야 마땅하다. 김희애의 클래식한 아우라는 류수영, 이경영 등 정통 드라마 연기를 하는 남배우들과 붙었을 때 진가가 더욱 확실히 드러난다. 타이틀 롤답게 작품의 다양한 결을 하나로 정리하는 중심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의 의의는 단순히 ‘남자들이 하던 역을 여자가 했다’가 아니라 ‘남자들이 하던 역을 여자들에게까지 오픈하면 더 흥미로운 조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데 있다.

주연급 여배우 두 명을 캐스팅해 흥행에 성공한 ‘퀸메이커’.
‘퀸메이커’의 성공 요인은 K-여성 서사의 변곡점이 될지도 모른다.

<퀸메이커>의 또 다른 의의는 주연급 여배우 두 명을 캐스팅해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영화의 멀티캐스팅 전략은 남배우들 중심이었고, 여배우는 구색 맞추기용으로 끼어 넣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계에서는 여배우들의 신경전 때문에 한 드라마에 톱 여배우를 두 명 이상 캐스팅할 수 없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 편견의 근거가 무엇이건 이제 우리는 <퀸메이커>를 반증으로 쓸 수 있다. 이 작품의 성공 요인이 앞으로 대작 여성 서사를 기획하는 데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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