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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더랜드’의 아랍 왕자가 웃기고도 욕먹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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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더랜드>가 다문화 감수성 부족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7월 8일, 9일 방송 분량에 아랍 왕자가 킹호텔 손님으로 방문해 여자들과 술을 마시는가 하면 주인공에게 추파를 던지는 내용이 있었다. <오징어 게임>(넷플릭스, 2021)의 아누팜 트리파티가 아랍 왕자를 연기했다. 외국 시청자 반응은 다양했다. <오징어 게임>을 상기시키는 장면이 웃겼다거나 아누팜의 등장이 반가웠다는 내용도 있다. 반면 아랍계에선 비판이 컸다. 인도 배우가 아랍인을 연기한 것부터 패착이었다. <서프라이즈>에서 재현 배우들이 어설픈 가발을 쓰고 나와서 호주 억양으로 미국인을 연기하고 현대 미국어로 중세 유럽인을 연기하는 식의 난센스를 보아온 한국인들에겐 별일 아닐지 모른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후지TV, 2006)에서는 숫제 일본인이 독일 백인으로 출연하는 파격도 있었다. 하지만 대놓고 코미디를 할 때와 드라마에 코미디를 끼워 넣을 때는 요구되는 리얼리티의 수준이 다르다. 물론 <킹더랜드>의 설정을 보면 그 역을 흔쾌히 승낙할 아랍 배우를 구하기 어려웠을 거다. 해당 장면을 두고 ‘무슬림은 절대로 바에서 술을 마시거나 여성을 만지지 않는다’, ‘무슬림 남성들이 외국 나가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미디어가 아랍을 싸잡아 희화화하는 건 불쾌하다’, ‘미디어에서 중동계를 석유 재벌 또는 테러리스트라는 스테레오타입으로만 묘사하는 게 문제’라는 등 다양한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킹더랜드> 제작진은 서둘러 사과 메시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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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거다. 가상의 중동 국가를 등장시킨 <죽어야 사는 남자>(MBC, 2017)는 무슬림이 와인을 마시거나 비키니에 히잡 쓴 모습을 담아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그때도 해외에서 종영 요구가 빗발치고 MBC에서 사과문을 냈다. 그 사건은 한국 문화계가 해외 수출을 보너스로 생각하던 시절이라 그랬다 치자.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문제의 장면이 방영된 주간 <킹더랜드>는 전 세계 넷플릭스 비영어 드라마 순위 3위를 차지했다.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서도 10위권에 들었다. 같은 주간 넷플릭스 비영어 드라마 순위 1위는 역시 한국 드라마인 <셀러브리티>였다. 이제 창작자들도 한국이 만들면 세계가 본다는 걸 기억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각광받는 걸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다문화 감수성은 선진국 수준에서 한참 뒤처진 졸부 같은 꼴에서 우리는 언제쯤 벗어날까? 만일 한국에서 인기 있는 미국 드라마에 인도 배우가 한국인으로 등장해 절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거나 여주인공에게 어림없는 수작을 걸면, 게다가 그 장면이 우스꽝스럽게 연출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K-팝 판타지로 가득한 <엑스오, 키티>(넷플릭스, 2023)의 서울 묘사를 두고도 말이 많던 한국에서 과연 조용히 넘어갈까. 외국 기업이 고궁에서 패션쇼를 열어도 전통 모독이라는 사람들은 당연히 한국 드라마가 무슬림 율법을 무시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겠지?

K-문화의 판타지로 가득한 ‘엑스오, 키티’. 사진: 넷플릭스 제공

한국 드라마에 인종 문제가 제기된 건 최근에도 여러 번이다. <별똥별>(tvN, 2022) 남자 주인공 태성(김영대)이 아프리카에 자원봉사를 가서 수원을 찾아주고 원주민들이 환호하는 장면은 백인 시혜주의의 한국 버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펜트하우스 3>(SBS, 2021)에서는 배우 박은석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민감한 문제인 드레드락을 하고 나왔다가 문화 전유라는 지적을 받고 틱톡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외국에서 한국이라면 “남한? 북한?” 하던 시절에는 우리가 뭔 짓을 하든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은 비교적 균일한 인종과 문화로 이루어진 나라인 만큼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다른 그룹이 함부로 상업화해선 안 된다는 미국식 합의가 자리 잡지 못했다. 외국의 발명품을 발 빠르게 카피, 응용, 조립, 발전시키는 건 한국 경제성장의 주요 전략이기도 했다. 테크 산업이든 K-팝이든 원리는 같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K-팝 가수들은 아프리칸 헤어스타일이든 인도 얼굴 장식이든 예쁘고 멋있으면 사심 없이 따라 했다. 해외의 한국 문화 팬들도 이런 사정을 안다. 그래서 거듭 실망하면서도 아직은 기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갈까? 중국인들이 한푸를 홍보하고 김치를 파오차이의 일종이라 소개할 때 한국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우리에게 느끼지는 않을까? 권력 수준이 낮은 자가 높은 자를 희화화하는 건 코미디지만, 그 반대는 오만이나 폭력일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강해짐에 따라 외국에서 K-콘텐츠의 다문화 감수성 부족이나 문화 전유 문제를 지적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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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의 논란이 항상 설득력 있는 건 아니다. 어차피 문화란 한군데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 이리저리 변형, 숙성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기도 한다. 다른 문화에 대한 패러디, 응용, 비판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엄숙주의는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미스 함무라비>(JTBC, 2018)에서 주인공이 미니스커트를 입었다가 ‘조신하게 입으라’는 타박을 듣자 반항하듯 니캅을 착용한 장면은 이런 논쟁에 예시로 종종 불려 나오지만,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른 문화의 이미지를 단순 차용, 도용, 왜곡, 희화화한 게 아니라 그 용도와 상징을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한국과 무슬림 양쪽을 모두 비판하는 데 적절히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킹더랜드>의 아랍 왕자 장면에는 그런 맥락이 없다. 대놓고 상업주의를 지향하면서 소비자한테 쓸데없이 시비를 걸고 불쾌감을 줄 필요는 없다. <킹더랜드>는 K-팝 스타이자 배우 임윤아와 이준호를 캐스팅한 순간부터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작품성이고 창의성이고 떠나 수십 년 된 클리셰 모음을 시도했을 때는 제작진의 목표도 명확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일은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라는 것 이상의 해석이 불가능하다. 그게 뼈아프다. 한국인은 세계를 더 배워야 한다. 창작자들은 더 많이 조심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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