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공터를 얼려 만든 스케이트장이 개장했다. 아이들은 물찬 제비처럼 얼음 위를 미끄러지며 달렸다. 두 줄 칼날이 얼음에 썩썩 빗금을 치며 상쾌한 중력의 가속도를 만들어냈다. 스케이트화가 없는 아이들은 운동화 밑창으로 삑삑 마찰을 일으키면서도, 내쫓기기 전까지 얼음의 매끄러움을 탐했다. 그만큼 발에 닿는 얼음의 감촉은 황홀했다.동장군의 기세에 언덕이 얼면, 그때부터 동네는 싸우는 건지 노는 건지 분간 못 할 축제의 장이 됐다. 아침이면 솜 포대기 옷으로 무장한 아이들이 아버지를 졸라 만든 핸드메이드 썰매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