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럭셔리’, 런웨이를 넘어 당신의 집으로
‘조용한 럭셔리’가 런웨이를 넘어 당신의 집으로 확대된다.
‘조용한 럭셔리’라는 말을 접해본 적 있을 것이다. 조용한 럭셔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그 어떤 것보다 더 많은 소음을 만들고 있는 침묵의 스타일이다.
우리는 ‘조용한 럭셔리’를 더 로우, 로로 피아나, 보테가 베네타 등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패션 브랜드의 런웨이에서 봐왔다. 과거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유행한 적 있다. 경제 불황 이후 2016년까지 지속된 미니멀 패션 ‘놈코어’를 절대 잊지 마시길. 그리고 스크린에서도 본 적 있다. 얼마 전 기네스 팰트로의 법정 패션은 적게 입어도 크게 주목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고, HBO <석세션>의 은밀한 부가 그 반대에 대한 적대감을 잘 보여줬다.
액면 그대로, 조용한 럭셔리는 이 모든 것을 말한다. 탁월한 고품질에 로고 없는 기성복이자 느긋한 미니멀리즘이다. 우리가 실제로 입고 있는 것이면서도 그보다 훨씬 과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특히 다른 짧은 유행(발레부터 바비, 코티지 등 ‘코어’가 붙은)에 비하면, 조용한 럭셔리는 유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탁월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켄 풀크(Ken Fulk)는 말한다. “조용한 럭셔리는 절제에 관한 거예요. 여느 때처럼 레이어드하는 대담한 스타일이나 룩이 아니라, 품질과 매 순간을 중요하게 만드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거죠. 매일 아침을 깨우는 모닝 루틴에서 크라운 몰딩의 윤곽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생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에 투자하는 거예요.”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이자 <사물의 배치(Arranging Things)>의 저자 콜린 킹(Colin King)도 비슷한 감성을 공유한다. “조용한 럭셔리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수집하면서 의도적으로 컬렉션을 구축하는 접근 방식이에요.” 그는 이렇게 말한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아야 해요. 출처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죠. 자세히 들여다볼 때 품질, 형태, 장인 정신과 디자이너의 혈통이 드러나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단순함이 모든 유형의 창작에서 가장 쉬운 접근 방식은 아니다. 사실 과한 부분을 잘라내고 나면 더 많은 오류와 검토의 여지가 생긴다. 콜린 킹은 이렇게 말한다. “그건 우리에게 제작과 제조를 바라보는 방식, 재료를 얻는 방식을 평가할 동기가 되고, 궁극적으로 스스로에게 ‘평생 소장할 제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더 창의적으로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단순함은 궁극의 세련미예요. 조용한 럭셔리라는 아이디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수십 년간의 유행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연구하는 어려운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심오한 단순함이 제가 추구하는 것이고, 그건 쉽게 달성하기 가장 어려운 일이죠.”
바로 이런 동경이 조용한 럭셔리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얼마나 과시하든 혹은 숨기든, 결국 럭셔리는 쉽게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럭셔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떻게 조용한 럭셔리가 인테리어로 바뀌는 걸까? 콜린 킹은 패션 하우스에서 수용하는 정제된 단순함이 미니멀한 인테리어 접근 방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둘 사이에는 컬러, 소재, 양식에 대한 공통적인 생각이 있어요. 실루엣은 딱 맞춰져 있고 유행을 타지 않지만 자기주장이 강해요. 그리고 모든 제품은 공들여 신중히 만들어진 느낌이 있죠. 공간에 들이는 제품을 돋보이게 할 디테일에 집중하면서, 튼튼한 방의 골조를 세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컬러, 벽의 질감, 바닥, 가구, 커튼까지, 제대로 하기만 한다면, 빈방조차 따뜻하고 매혹적인 공간이 될 수 있어요.”
“패션에서 인테리어로 전환하는 데 핵심은 품질이에요”라고 풀크는 덧붙인다. “손끝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고품질 공예품과 저품질 상품의 차이를 알게 되었죠. 과도함이 살짝 물리기 시작한 순간, 그게 수제 로퍼든, 수작업 소파든 우리는 그 지식을 계속 이용합니다.”
소셜 미디어와 다양한 매체로 인한 정보 접근성의 증가는 다양한 제품에서 품질을 갈망하는 의식적이고 똑똑한 소비자를 만들어냈다.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투자 가치가 있는 홈 제품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될 거예요. 큐레이션이 핵심인 캡슐 옷장 아이디어처럼, 오랜 시간을 견디는 고품질 제품에 주목하는 동시에 ‘적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가진 가정이 늘어서 기뻐요.” 디자이너 제니 케인(Jenni Kayne)이 말한다.
현명한 소비자들이 조용한 럭셔리에 열정을 쏟았지만, 그 열정이 지속되게 하는 것은 더 고차원적 문화 요소다. 풀크는 말한다. “사회∙정치적 또는 경제적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한 방향에서 저항적이거나 조화로운 방향으로 진자 운동을 하는 거예요. 우리는 지난 10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으니, 자연스러운 방향은 더 조용하고, 느리고, 어쩌면 더 가라앉은 경험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조용하고, 느리고, 가라앉나? 이제 그것이 삶의 럭셔리로 들린다. V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