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이의 과감한 드리프트

앨범 <The Drift> 발매 후 전환기를 맞은 미란이. 이번 앨범으로 미란이라는 음악가는 단순히 유명한 래퍼가 아니라 아티스트의 지위를 획득했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서로서 곡 제작은 물론, 앨범 전 과정에 참여한 미란이에게 그 과정과 다음 행보를 물었다.

미란이 2.0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걸 축하합니다. 앨범 발매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굉장히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앨범을 내고 두 달간은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요. 정말 행복했어요. 지금은 다음에 낼 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앨범이 나왔을 때, 직접 체감한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주변 아티스트에게 연락이 많이 왔어요. 앨범 아주 좋다고, 멋있다고들 해주셔서 고생한 보람이 있더라고요. 팬들은 ‘흑화됐다’고 많이 그러셨어요. ‘흑미란’? 이렇게 부르더라고요(웃음).

미란이라는 아티스트에게 이 앨범은 정말 ‘드리프트’ 같아요. 어떤 내용을 앨범에 담을지 고민이 많았겠죠?

변화하면서, 변화하지 않으려고 고민을 수없이 했어요. 음악적으로 더 성장하고 시도하되, 미란이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각 트랙을 연구했죠. 옷장에 있던 옷과 내가 입고 싶었던 옷을 거울을 보며 ‘어떤 게 더 베스트 룩일까?’ 계속 코디해보는 느낌이랄까요.

앨범 작업기를 보면 과카(Kwaca)와도 그렇고 프로듀서와 매우 긴밀하게 작업했죠. 이런 방식에서 깨달은 점이 있을까요?

정말 많은 걸 배웠죠. 늘 혼자서만 작업했는데, 다른 프로듀서와 비전을 나누고 함께 작업하는 건 생각보다 더 흥미로웠어요. 정신적으로나 음악적으로 과카에게 많은 힘을 얻었죠.

단순한 구조로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가사지만, 그런 가사조차도 특정한 분위기나 처지에 변화가 생긴 미란이를 묘사하는 데 쓰여요. 그런 사운드 구축은 사실 디테일이 중요한데, 어떤 고민이 있었고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궁금해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는 모르지만, 그 음악 자체에서 아티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특히 삶이 변화된 지금의 저에겐 이런 음악이 더 감흥을 줬거든요. 과거에는 작은 나무를 보며 감동을 얻었다면, 지금은 큰 숲을 보면서 감동을 얻는다고 할까요. 그래서 대놓고 보여주는 가사가 전체 그림을 망친다면 일부러 더 단순하게, 애매하게 고친 가사도 많았어요. 다 보여주면 리스너 입장에서는 한정적으로 그림을 떠올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어떤 곡은 제 감정을 아예 대놓고 보여줬어요. 꼭 제 감정이 다 전달됐으면 해서요.

트렌디한 사운드를 가져오면서도 힙합이라는 장르를 놓지 않아요. 사실 보컬로서 미란이를 계속 접하면서 그런 부분을 기대하거나 예상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이 앨범을 힙합 앨범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얘기도 있더라고요. 당사자로서는 그런 부분, 특히 장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장르로 따지자면 기본 베이스는 힙합이지만, 제가 표현하고 싶은 데서 랩이 필요하면 랩을 했고, 노래가 필요하면 노래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리듬 또한 그렇고요. 이 앨범에서는 정말 많은 걸 섞고 요리했죠. 이 앨범이 한 장르의 앨범은 아니었으면 해요. 그래서 리스너들이 ‘이 앨범을 어떤 장르로 넣어야 해?’라고 물으면 기분이 좋아요.

앨범 후반부는 전반부와 또 다른 느낌으로 관계를 떠올려요. 지금의 미란이에게 관계 혹은 연애는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요?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음을 알았어요. 이 앨범 또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못 만들었을 거예요. 더없이 중요한 부분이죠. 후반부에는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넣고 싶었어요. 앨범 시작에서부터 ‘누군가와 헤어지고 시작하지만, 마지막엔 결국 나에겐 사랑이 필요해’ 이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나를 이끄는 힘이기도 해요.

앨범 발매 당시 팝업도 했고, 여러 상품을 함께 출시했어요.

의류학과를 나와서 그런지 하고 싶은 MD도 많아요. 특히 헤드셋 케이스는 무조건 밀어붙였죠(웃음). 한국에 헤드셋 케이스를 3D로 한 아티스트는 없잖아요. 또 디자인부터 티셔츠 핏, 재질 등 공장 들어가기 전까지 수정하고 수정했어요. 저 때문에 스태프들이 고생 많았죠.

미란이에게 이번 앨범은 어떤 의미, 어떤 성과를 남겼나요?

이번 앨범은 제 손길이 닿지 않은 면이 없어요. 또 이번 앨범만큼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한 적도 없었죠. 그래서 그런지 앨범을 내고 나서 처음으로 후회가 없었어요. 뮤지션으로서 많은 걸 배우고 또 한 번 성장했죠. 그야말로 이 앨범은 미란이에게 드리프트 같은 존재예요. <쇼미더머니>라는 방송에서 별똥별처럼 등장해서 ‘곧 사라지겠네’ 하던 사람도 있었을 거예요. 그들의 의심을 없앤 거 같은, 그러니까 별똥별이 아니라 계속 자리를 지키는 별이 되게 해준 앨범이에요.

지금의 미란이가 가지는 목표나 꿈은?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활동했다면, 이제 세계를 보고 있어요. 미란이라는 아티스트가 더 커지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현재 여러 해외 아티스트랑도 음악 작업 중이고요. 코첼라, 롤라팔루자 같은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게 지금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예요.

음악 커뮤니티의 반응도 좋았지만, 팬과 평단의 반응이 몹시 좋았어요. 어떤 부분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을까요?

뮤지션은 결국 음악이 좋아야죠. 내가 들었을 때 만족하지 못하면 가감 없이 버리고 다시 했어요.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했죠. 힘들었지만, 끈기 있게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제일 자신 있기에 해낼 수 있었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미란이에게 눈썹이란?

옅어질수록 완성되는 노래 주머니?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