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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씻김굿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 이승애 #여성예술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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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김굿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 이승애 #여성예술가17

연필과 종이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 이승애를 만났다. 광주비엔날레와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선보인 최근 작품은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씻김굿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디지털 시대의 연필과 종이는 어떤 의미일까? 재료 그 자체를 탐구하는 작가가 있을 정도로 작품 소재는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때로는 피, 오줌, 다이아몬드, 운석까지, 요란한 소재가 현대미술 작품에 쓰인 지 오래다. 요즘은 미술대학 […]

연필과 종이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 이승애를 만났다. 광주비엔날레와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선보인 최근 작품은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씻김굿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흑연으로 환상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이승애 작가.

디지털 시대의 연필과 종이는 어떤 의미일까? 재료 그 자체를 탐구하는 작가가 있을 정도로 작품 소재는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때로는 피, 오줌, 다이아몬드, 운석까지, 요란한 소재가 현대미술 작품에 쓰인 지 오래다. 요즘은 미술대학 입시에서도 드로잉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작가 이승애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근간은 처음부터 흑연 드로잉이었다.

“내가 바로 아날로그 인간입니다. 미비한 재료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미련해 보일지 몰라도 재미있어요. 단색의 흑연과 흔한 재료인 종이만으로 강한 기운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죠. 종이와 연필은 나에게 이제 재료 이상이며, 원래부터 나와 함께해온 것으로 여겨져요. 고집스럽게 한길을 걷는 작가로서 매력이 있고, 영혼이 느껴진다는 찬사도 받아서 더욱 힘이 납니다.”

이승애는 처음에는 단순히 연필의 색감에 매료되었지만 이제는 연필과 종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표현을 매번 새롭게 발견하고 드로잉의 힘이 커지는 것에 대해 성취감을 느낀다. 지난 20여 년간의 작품 세계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소재에 대한 질문이 대폭 줄어든 것도 반가운 일이다. 특히 그녀가 아시아 작가 최초로 수상한 런던의 발레리 베스톤 영 아티스트 미술상(Valerie Beston Young Artists’ Prize) 이후 런던 레지던시에서 7년간 혼자 작업을 하며 이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발레리 베스톤 영 아티스트 미술상은 미술계의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 프로이트 등을 매니지먼트한 전설적인 갤러리에서 수여했는데, 재능 있는 젊은 작가의 유럽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알찬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종이와 흑연은 연약해 보이지만 견고한 물질이며, 유럽에서는 흑연 드로잉이라고 해서 유화와 아크릴보다 가치가 폄하되지 않는다. 그녀 역시 교수와 미술 관계자의 격려를 받았으며, 작가로서 종이에 대한 공부도 시작했다. 종이에 대한 논문을 찾아보고, 가장 보존성이 우수한 종이로 알려진 한지에 대한 자긍심도 높아졌다. 종이와 흑연 연구는 작가로서 즐거움이며 자신의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와 미술관에 대한 예의기도 하다. 흑연 작품을 편애하는 미술 애호가의 대두도 그녀가 신명 나게 작업하는 이유다.

최근 호평을 받은 신작 역시 종이와 연필에서 비롯됐다. 성대한 막을 내린 광주비엔날레의 대형 벽화 작업은 전라도 씻김굿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토속적 주제의 작품이지만 이국적 인상을 선사하며 시선을 모았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복도를 뒤덮은 커다란 벽화는 연필로 만든 것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녀는 왜 씻김굿에 관심을 가졌을까. 팬데믹과 함께 온 힘든 상황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녀가 가장 매혹된 부분은 씻김굿의 종이 무구와 지전(紙錢)의 사용, 일상용품으로 형상을 배열하는 방식이었다.

“솥뚜껑이나 밥그릇 같은 일상용품으로 사람의 형체를 엮어 망자의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 나의 작업 방식과 일맥상통합니다. 작가로서 무형의 영역을 구상으로 표현하는 것에 천착해왔기에, 오래전부터 씻김굿에 관심을 가졌죠. 그러다 드디어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벽화와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게 됐지요.”

종이와 연필이 무형의 영역을 표현하는 것에 좋은 기운을 발현한다는 믿음은 관람객에게도 전해졌다. 예를 들어서 그녀는 불타는 장면을 즐겨 그리는데, 놀랍게도 흑연이 물감과 캔버스보다 더 강렬한 불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흑연과 종이가 자연 물질이고, 불에 탄 재와 흑연의 성질이 공통적이라는 것도 이에 큰 몫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벽화 ‘서 있는 사람’은 26m나 되는데, 긴 종이를 돌과 나무 등으로 탁본해서 콜라주한 작품이다. 대형 작품이다 보니 현장 작업이 하염없이 길어졌는데, 15일 동안 매일 늦게까지 홀로 3단 지지대에서 작업하며 급기야 환상을 보기도 했다. 그녀는 스스로 과몰입하는 경향을 경계하지만 이런 경험은 새로운 작업으로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다.

전라도 씻김굿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2023 광주비엔날레의 벽화 작업.

“벽화가 대작이기에 작업실에서 그리는 것과는 달리, 몸으로 작업하는 퍼포먼스와 같았습니다. 어느 날 3층 지지대에 앉아 있는데,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벽화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꼈어요. 살아 있는 사람이 망자를 위로하고 떠나보내는 씻김굿의 의도를 경험했고, 그 의미 있는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를 다음 작품으로 연결했어요.” 아라리오 서울 1층에는 그날의 서늘한 경험에서 비롯한 애니메이션 ‘서 있는 사람 II’가 설치되었다.

이렇듯 그녀는 전 작업에서의 감정을 다음 작업으로 연결하는 것을 즐긴다. 그녀는 탁본 기법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초현실주의의 창시자인 독일 미술가 막스 에른스트(Max Ernst)와의 공통점이다.

“기운을 채집하기 위해 돌이나 나무를 탁본해서 종이에 묻혀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을 즐깁니다. 막스 에른스트는 주변 사물을 즉흥적으로 탁본해 강렬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나와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탁본의 주요 재료가 흑연이라는 점은 공통점이죠. 우연한 채집을 작품에 반영하는 막스 에른스트의 작품에서 비슷한 점을 많이 느꼈어요.”

무엇보다 두 작가 모두 초현실적 감성을 다룬다는 점이 흥미진진하다. 초현실주의는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와 같은 남성 작가의 이름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여성의 영역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 ‘꿈의 우유’도 초현실주의를 다루었는데, 당시 참여 작가 213명 중 90%가 여성이었을 정도다. 그녀는 지난해 베니스에서 직접 전시를 둘러보며, 과거와 현재의 초현실주의 여성 작가들에게 동지 의식을 느꼈다. 다만 그녀의 작품은 휘황찬란한 색깔이나 특별한 소재가 아니라, 단순한 흑백 드로잉으로 우리를 꿈결 같은 세상으로 안내한다는 점이 다르긴 하다.

2020년에는 챕터투 레지던시에 상주했는데, 10개월간 머물던 작업실을 전부 탁본해서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다. 입체가 평면 작품이 된 것이다. 동식물 같아 보이는 작은 얼룩을 추적해 또 다른 작품을 만든 실험적 전시였다. 탁본 기법이 이렇게 확장될 수 있다니 놀랍다.

“여성의 신비한 신체 메커니즘이 초현실주의를 여성과 가깝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꿈을 꾼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 초현실주의 정서는 꿈과 연결되어 있으니 내 생각이 틀린 가설은 아니라고 봅니다.

작은 종이와 한 자루의 연필로 시작한 드로잉은 거대한 애니메이션 ‘서 있는 사람 II’가 되어 우리를 환상적인 세계로 이끌었다. 작은 드로잉이 큰 애니메이션이 된다는 것도 그녀 작품만의 강점이다. 애니메이션 작업은 처음 런던 레지던시에서 시작되었다. 전 세계 단 두 명만 허락된 장기 레지던시에서 그녀의 작품 세계는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국적인 문화에 매력을 느꼈는데, 막상 런던에 머물다 보니 한국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적 이미지가 본격적으로 작품에 등장하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현지 교수들의 격려를 받으며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게 된 것도 큰 수확입니다. 화면 안에 소재를 넣거나 계획하고 구성하는 방식에서 해방되고 싶어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했는데,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기에 보람을 느낍니다.”

초기 애니메이션은 한 화면에 변화의 움직임을 계속 그리고 지우며 만들었다. 동그라미가 사과가 되고, 사과가 구슬이 되고, 개구리알이 되는 반복적 방식이었는데, 요즘은 콜라주 방식으로 이미지를 움직여 촬영하는 과정으로 변화했다. 초기에는 작은 그림을 이어 붙이거나 크게 재현했는데, 요즘은 콜라주 방식으로 입체성이 가미된 큰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도 변화의 한 부분이다.

올해는 두 개의 전시 모두 씻김굿 관련 작품을 중심으로 선보였지만, 그녀가 탐구하는 것은 무형의 영역을 구상으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소리와 빛, 감정과 감성을 구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집착 중이다. 그녀의 애니메이션에 움직이는 ‘빛’이 종종 등장하는데, 빛은 비물질을 구상으로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그리고 빛은 화면 속에서 이미지의 관계를 설정하며, 다음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안내자가 된다.

“물론 작품을 시작하며 계획은 하지만, 계획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완성도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을 담는 전형적 방법에서 탈피하고 싶어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것도 있어요. 계획하지 않은 창의적인 과정이 결과로 이어지도록 신경 쓰고 있지요.”

아라리오 서울 지하에서는 애니메이션 ‘디스턴트 룸(Distant Room)’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팬데믹 시기, 한국에 들어왔다 되돌아갈 수가 없어서 원격으로 런던의 작업실을 정리하던 암울한 경험에서 만들게 되었다. 정체를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여러 형상의 물건들이 불안하게 흩어진 모습은 관람자에게 조바심을 선사한다. 이 물건들은 그녀가 사용하던 일상용품에서 차용한 것으로, 자신의 작업실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손을 빌려 정리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반영한다. 그녀가 애니메이션 작업에 사용하던 조명과 가림막이 화면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잠시 후 스르르 불타기 시작한다. 기묘한 종소리, 첼로의 화음, 휴대폰 진동음은 화면으로부터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들었다. 몽환적인 사운드는 그녀의 절제된 애니메이션과 잘 어울리며 몰입의 또 다른 중심이 된다. ‘서 있는 사람’ 연작에서도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사운드가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전시 전경.

런던 레지던시는 장기 체류가 가능하지만 그녀가 요즘 대학에서 강연을 시작했기에 방학 기간에만 런던에 머문다. 서울과 런던을 바쁘게 오가며 평범한 물질로 초현실적인 작품을 만드는 그녀의 다음 전시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동시대를 반영하는 현대미술의 특징은 스펙터클하고 혁신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 세계는 가장 아날로그적이니 직접 체감하지 않고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한 자루의 연필로 창조하는 세상은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한다”는 속담을 떠올린다. (VK)

#여성예술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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