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Сентябрь
2023

불가리아 농장에서 지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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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농장에서 지낸다는 것

서울을 떠나 불가리아 농장에서 감자를 캐고, 올리브 나무 아래서 ‘나의 그리스식 엔딩’을 맞이하다.

현대인에게 유기농 마크는 마음이 놓이는 일종의 종교가 됐다. 오염된 환경과 무너진 바이오리듬이 괴로운 우리는 마트에서 유기농 제품을 고르면서 죄책감을 덜곤 한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지난해에 나파밸리의 친환경 와이너리를 방문한 뒤로는 비건 와인에도 빠졌다. 자연을 존중하는 와인 생산자들과 나눈 대화는 꽤 인상적이었다. 이번 여름, 불가리아와 그리스의 친환경 농장을 방문하는 여행에 합류한 이유기도 하다. 그리스 서부의 바이오 제품 생산자 협력체(Bio Net West Hellas)와 불가리아 유기농 제품 협회(Bulgarian Organic Products Association)로 구성된 ‘EU 오가닉’ 산하 농장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스케줄은 정말이지 1일 1농장이었다. 첫날 불가리아 투어의 리더인 베니가 차를 끌고 숙소를 찾아왔다. 50대쯤으로 보이는 베니는 스포츠 티셔츠에 통 넓은 반바지, 샌들 차림이었다.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탈락이지만 뙤약볕의 농장을 방문하기엔 적절한 차림이다. 나도 그날 이후 캐리어에 담아온 힐과 원피스, 액세서리는 넣어두고 베니와 비슷한 차림으로 호텔을 나섰다. 어차피 불가리안 농부에게 축복인 뜨거운 태양과 기습적인 소나기, 농장의 흙으로 옷은 금세 더러워질 테니.

베니는 열정적으로 불가리아 지방 곳곳의 농장을 안내했다. 수도인 소피아 시내에서 차로 왕복 5~6시간이 걸려서 정말 ‘농장 투어’ 말고는 다른 곳에 쓸 시간은 없었다. 방문지 중 가장 화려한(?) 곳은 파나규리시테(Panagyurishte) 지역에 자리한 장미 농장이었다. 불가리아는 장미와 라벤더 오일의 최대 수출국으로 꼽힌다. 도착하니 500헥타르의 땅에 분홍색 로사 다마세나(Rosa Damascena)가 가득했다. 고대부터 조향사에게 사랑받아온 이 장미 품종은 향기가 진하다. 농장주는 품종 개량을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장미를 쓴다면서 “가장 느린 것이 가장 앞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장주는 바구니를 주면서 장미를 수확해보라고 했다. 방법은? 향을 즐기며 딸 것, 그뿐이었다. 사실 우리가 아무리 따봐야 오일 한 방울도 만들지 못한다. 공기처럼 가벼운 장미 꽃잎이 30kg 모여야 오일 1g을 만들 수 있다. 포토 타임에 가까웠던 장미 따기 체험이 끝난 후 농장주가 뒤뜰에서 딴 엘더베리로 만든 주스를 내왔다. 그녀는 23년 전 장미와 라벤더, 캐모마일, 엘더베리 등을 키우기 시작해 세 자녀를 모두 유학 보낼 만큼 가업을 일궜다. 그녀의 장미는 같은 마을에 있는 작은 공장에서 오일로 만든다. 나도 공장에서 하나 구입했다. 짙은 향이 필요한 어느 밤을 위해.

화학 성분 없이 장미를 키우는 불가리아의 한 농장.

그녀는 감자 농장도 보여주었다. 내 고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농작물이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평야가 이어졌다. 이번 투어에서는 호박, 감자, 당근을 키우는 전형적인 농가를 자주 방문했다. 농장주들은 모두 소박했고, 당연히 화학 성분 없이 친환경 농법을 추구했다. 하루는 불가리아 남부의 브레조보(Brezovo) 시청에 방문했다. 청사에는 베토벤 초상화가 많이 걸려 있었다. “이곳 태생의 화가 민초 카차로브(Mincho Katsarov)의 진품이죠.” 공무원이 와서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이곳은 시에서 적극적으로 유기 농법을 권한다. “연로한 농부들이 유기 농법으로 전환하게 돕고 있어요. 조만간 소비자가 농산물 출처와 친환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도 만들 거예요. 이미 우리 친구 줄프 씨네 양봉장에 다녀왔죠? 그가 이 프로젝트를 선두에서 실천하고 있죠. ”내 가방엔 이미 줄프 씨가 선물한 꿀통이 들어 있었다. 줄프 씨네 양봉장은 산꼭대기에 자리한다. 주변엔 산과 호수, 트레킹 코스뿐이었다. 도심 양봉을 해서라도 지구를 살리려는 환경 운동가들을 인터뷰한 적 있다. 하지만 원래 꿀벌이 있을 자리는 이런 조용하고 청정한 자연임이 분명하다.

불가리아 브레조보의 청정한 자연 속에 양봉장이 자리한다.

불가리아 투어의 마지막은 베니의 사무실이었다. 그곳에선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관계자들이 미팅을 기다리고 있었다. 토마토, 오이, 호박을 한 아름 싸가지고 온 모자, 헤이즐넛 오일, 착즙한 체리 주스 등을 브로슈어와 함께 들고 온 사장님들까지. 나는 모자가 썬 피망과 오이를 먹으면서 이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들에게 해줄 게 없어 민망했다. 어렵지만 친환경으로 키우고자 노력하는 마음을 알아주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EU 오가닉은 특정 업체만 드러낼 수 없다며 농장이나 브랜드 이름을 밝히지 않길 원했다.) 베니가 매일 먹는다는 유제품 브랜드의 본사도 방문했다. 그들은 포클레인을 동원해 반슈티차(Banshtitsa)강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관계자는 친환경 우유를 따라주며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의 건강뿐 아니라 자연에도 책임감을 느껴요. 패키징 재활용을 넘어서, 신제품 개발도 친환경이 우선이죠.”

매일 지방을 오가던 불가리아 투어와 달리 그리스에선 메솔롱기온(Mesolongion)이라는 지역에만 머물렀다. 아테네 공항에서 차를 타고 작은 바닷가 마을을 2시간 정도 지나쳐 도착한 소도시. 이곳은 오스만 튀르크에 대항한 그리스 독립 전쟁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끝까지 항쟁한 역사를 자랑스러워했고, 매년 관련 축제도 열린다. 영국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도 이 전쟁에 참전했다가 메솔롱기온에서 잠들었다. 이곳에 바이런 관련 박물관이 자리하는 이유다.

시내는 몇 바퀴 돌면 지리를 익힐 만큼 작았다. 할머니들은 ‘꼬레아’라면서 관광객인 우리를 안아주었고, 카페 주인은 그리스 전통주를 선물했다. 조급한 이 없고 각자의 시간대로 천천히 움직였다. 어느 주민은 “아마 그리스에서 유일하게 관광객이 없는 지역일 거야”라면서 웃었다. 그러기엔 무척 아름답다. 시내의 끝에는 크레이소바(Kleisova) 라군이 있고 저 멀리 바라소바(Varasova)산이 펼쳐진다. 라군에서 카약을 탈 때 중년의 여행 작가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카약을 타면서 본 경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야.” 우유니 사막처럼 구름을 그대로 비추는 고요한 라군 주변에는 소금 박물관과 작은 가족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있다. 할아버지가 그날 잡은 생선과 게를 자랑했다. 딸은 아버지의 전리품을 매운 칠리 소스로 요리해주었고, 우린 풍경을 곁들여 식사했다.

메솔롱기온의 소금 박물관.

그리스식 저녁 식사는 밤 8시나 되어야 시작됐다. 낮엔 의자조차 꺼내놓지 않던 레스토랑의 테라스는 밤이 되면 북적인다. 모두 서로를 알고 있으며, 사흘쯤 뒤엔 우리도 그중 하나가 됐다. 식사 때마다 신선한 올리브 오일이 뿌려진 그리스식 샐러드와 요거트, 갖가지 유기농 채소 요리가 함께했다. 1836년 문을 연 약국을 개조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던 날, 올리브 농장의 젊은 사장이 합석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비건 패티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 했다. 보통의 비건 패티가 GMO 대두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올리브와 완두콩, 감자 등으로 만들었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비건이라고 말했다. “환경을 위해 육식뿐 아니라 GMO도 기피해야 해.”

숙소 주방에서 그가 선물한 올리브 패티를 구웠다. 오랜 기간 채식을 해오면서, 차라리 고기를 쓰는 게 나은 비건 식품을 접해왔다. 고기 맛을 내기 위해 혹은 콩 비린내를 감추기 위해 쓰는 조미료 범벅의 식품은 먹고 나면 더부룩했다. 이 패티는 자연스러운 올리브 맛이었다. 우린 마지막 날 악수를 나눴다. 그의 손은 굳은살로 거칠었고, 손톱은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농부의 것이었다.

내게 여행은 풍경보다는 사람이었다. 유적지보다 사람과의 에피소드가 더 기억에 남는다. 올리브 농장주의 스타일리시한 마린 티셔츠와는 상반된 투박한 손도 그중 하나다. 그곳에서 만난 농부들의 가르침도 종종 떠올릴 것이다. 유기농은 건강을 위한 비싼 선택이기 전에 땅을 사랑하는 마음임을.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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