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Сентябрь
2023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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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어떤 소설은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어떤 소설은 탐미적 미문으로, 또 어떤 소설은 송곳 같은 시선으로, 또 어떤 경우는 아스라한 감정의 덩어리로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전해온다. 그리고 또 어떤 소설은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의 힘으로 독자의 내면을 들쑤시고 후벼 파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런 경우라면, 지금 바로 떠오르는 이름 ‘주디스 헌’이다. 브라이언 무어가 1955년에 쓴 장편 데뷔작 […]

어떤 소설은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어떤 소설은 탐미적 미문으로, 또 어떤 소설은 송곳 같은 시선으로, 또 어떤 경우는 아스라한 감정의 덩어리로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전해온다. 그리고 또 어떤 소설은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의 힘으로 독자의 내면을 들쑤시고 후벼 파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런 경우라면, 지금 바로 떠오르는 이름 ‘주디스 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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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무어가 1955년에 쓴 장편 데뷔작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2023, 을유문화사)은 좀처럼 잊기 어려운 주인공 주디스 헌을 앞세워 그녀의 일생을 그려나간다. 주디스는 1950년대 적막하고 쓸쓸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실제 브라이언 무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에서 살아간다. 그녀는 이제 막 새로운 하숙집에 도착했다. 40대에 접어든 그녀는 가족도 연인도 없이 혼자 이곳에 왔다. 하숙집 방에 들어선 주디스는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난 이모의 사진이 끼워진 은색 액자를 꺼내 선반에 올려둔다. 이렇게라도 하면, 다소 안도가 되는 것이다. 삐걱대는 침대 스프링, 허름하기 짝이 없는 가구, 낯선 이 지역 특유의 황량한 분위기가 불러온 불안을 이모도 함께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되기에. 이어서 주디스는 예수님의 성심 석판화를 꺼내 언제나 그러했듯 침대 머리맡에 올려둔다. 반평생 그녀의 머리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굽어살피실 예수님이다. 아마도 짐작하건대, 아니, 확신하건대, 그녀와 함께하고 있는 건 오직 이 사진과 그림뿐이다. 그리고 또 장담하건대 이 소설이 끝날 때도 그녀는 오직 이 사진, 그림과 함께할 것이다.

브라이언 무어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2023, 을유문화사)

더는 젊지 않고, 지속해서 관계를 맺는 이 하나 없이, 삶의 거처를 옮겨 다니는,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은 주디스 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아직 생을 향한 열정이 남아 있다. 이것이 문제다. 이것이 그녀를 괴롭히고 파탄 낼 것이다. 그녀가 자기 생에 열정적으로 달려들수록, 그러니까 사랑과 관계에 애착을 보일수록, 살아보겠다고 활기 어린 상상력을 발휘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또 민망하고 난감하게도 삶은 그녀를 배신한다. 그녀는 점점 더 고립될 것이다. 그녀의 열정이 그녀를 외롭게 만들 것이다.

사랑이 문제인 것일까. 주디스는 사랑에 빠진다. 사악한 악마의 시험에라도 걸려든 것처럼. 하숙집 주인인 라이스 부인의 동생으로 미국에서 온 중년의 사내 제임스에게.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하숙인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와 오해로 어그러지고 점점 더 누추해진다. 그럴수록 그녀 내면에 억눌려 있던 욕망이 고개를 들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때론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돌변해 그녀를 괴롭히려 든다. 그리고 술이 문제일까. 점점 더 그녀는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고 심지어 그녀는 술이 시련 앞의 자신을 철학적으로 각성하게 할 것이라 믿는다.

소설은 물어올 것이다. ‘주디스가 문제인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누군가를 해할 의도도, 그런 행동도 하지 않는데, 그저 재능이든 재력이든 매력이든 가진 게 없을 뿐인데, 조금 소심하고 소박할 뿐인데, 그런 주디스가 문제인 것일까? 어째서 그 누구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가? 왜 그녀가 미움받고 내쳐져야 하는가? 물론 때때로 그녀도 조금은 화를 내고 얼마간 욕심을 부리기는 하지만, 또 때때로 술을 탐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그렇다면… 그녀가 애지중지 평생 들고 다니며 기도해온 머리맡의 예수님은 알고 계실까? 이것이 그녀의 잘못이라고 대답하실까? 뭐라고 답을 주실까? 외로움이라는 형벌을 받기라도 한 듯한 주디스 헌을 두고 그 누구도 섣불리 그녀의 죄목을 나열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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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은 한 인간의 욕망과 구원 가능성을 통해 지극히 세속적이고 통속적이면서도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제기해온다. 특히 1950년대 보수적인 사회에서 혼자 살아가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소설이라는 점에서 소설의 화두와 질문의 결은 한층 더 풍성해진다. 무엇보다 소설이 전개될수록 무색무취의 고요하던 주디스 헌의 존재감이 강력해져 읽는 이의 마음을 꼼짝 못하게 할 때의 놀라움이란.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 하퍼 리가 이 작품을 두고 “소설이 추구해야 할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말한 게 과도한 상찬은 아닐 것이다. 로버트 레드포드, 미아 패로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1976)를 만든 잭 클레이튼 감독이 1987년 매기 스미스와 함께 영화로도 만들었다. 문학이든 영화든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구하고 세공하는 데 재능 있는 눈 밝은 이들에게 주디스 헌은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인물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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