Мы в Telegram
Добавить новость
smi24.net
World News in Korean
Сентябрь
2023

지구 난민인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죠?

0
지구 난민인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죠?

흉기 난동, 페미사이드, 오염수 방류, 미사일 발사, 기후변화가 집 앞에서 벌어진다. 이 세계와 이별 택시를 타고 싶다. 근데,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8월의 수인분당선. 여행을 떠난 동생 부부가 키우는 고양이를 봐주려고 오리역으로 가는 중이었다. 이상 기온으로 뜨거운 여름, 고양이가 걱정돼 길을 재촉했다. 개찰구로 나가자 방패를 들고 허리에 총을 찬 경찰 세 명이 […]

흉기 난동, 페미사이드, 오염수 방류, 미사일 발사, 기후변화가 집 앞에서 벌어진다. 이 세계와 이별 택시를 타고 싶다. 근데,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지난 6월 아트 바젤 제임스 코핸 갤러리 부스에 설치된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 CBE RA)의 ‘Refugee Astronaut IV’, 2023.

8월의 수인분당선. 여행을 떠난 동생 부부가 키우는 고양이를 봐주려고 오리역으로 가는 중이었다. 이상 기온으로 뜨거운 여름, 고양이가 걱정돼 길을 재촉했다. 개찰구로 나가자 방패를 들고 허리에 총을 찬 경찰 세 명이 있었다. 출구 앞 식당은 문을 잠갔다.

고양이는 동생이 열어두고 간 베란다 창문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다. 바깥 놀이터에서 주민들이 웅성댔다. “지하철 타고 갈 거야?” “오리역에 살인 예고 떠서 경찰이 쫙 깔렸잖아.” 쫙은 아니고 세 명인데… 그제야 인터넷을 검색했다. 살인 예고자는 전 여자 친구가 이 동네에 사는데, 그녀가 아는 사람이 죽길 바라 칼부림을 할 거라고 했다. 살인 예고는 이곳뿐이 아니었다. 네이버 지식인에는 “오늘 약속 잡아야 하는데 살인 예고 어디 어디인가요?”라는 질문이 올라왔고, 답변자는 ‘테러리스’라는 사이트를 안내했다. 어느 지역에 살인 예고가 있는지 표시한 사이트다.

서울 지도에 찍힌 30여 개 빨간 점을 클릭해보다가 택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택시 앱으로 찍어보니 집까지 3만5,000원이 나온다. 어쩔 수 없지. 고양이 물을 갈아주고 에어컨을 예약 설정한 뒤 아파트를 나섰다.

7월, 신림동에 이어 서현역 쇼핑몰에서도 흉기 난동이 있었고, 무고한 희생이 발생했다. 이후 오리역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나도 하겠다는 정신이상자들이 나왔다. 경찰은 살인 예고 글을 쓴 236명을 검거했다. 23명이 아니라 236명. 이들을 처벌할 현행 법이 없다고 했다. 협박죄, 살인예비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최선을 다해 적용해도 무리였다.

고양이를 봐주고 간 2주일 뒤에는 신림동 둘레길을 걷던 교사가 살해당했다. 너클을 낀 범인은 피해자를 폭행하고 강간했다. 나도 가본 길이었다. 관련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이 사건을 접하고 10년도 더 된 기억이 토씨 하나까지 떠올랐습니다. (작성자는 택시 기사에게 성희롱당한 일을 털어놓았다.) 기사는 말로 공격했고, 최 씨는 금속 재질의 무기 너클로 공격했죠. 그래서 전 살아남았고, 피해자는 숨졌습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2016년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살해당한 여성의 추모 공간에 붙은 포스트잇 문구가 떠올랐다. “나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너클을 산 적 있다. 후추 스프레이도 샀다. 호신용이었다. 후추 스프레이를 시험 삼아 욕실에 뿌렸다가 너무 독해서 냄새 빼는 데 이틀은 걸렸다. 효과는 좋을 거 같아서 안심했다. 얼마 전엔 홈캠을 설치했다. 지켜볼 반려동물도 아이도 없지만, 물건 몇 개가 없어져서 설치했다. 청소하다 나오겠지만 그냥 불안했다. 홈캠은 해킹당할 수 있어서 집에 있을 때는 끄는데, 가끔 깜빡해 샤워하고 나온 장면이 찍힐 때가 있다. 놀라서 바로 저장 내역을 지우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혹시 그새 어디로 흘러나갔음 어쩌지.

지하철의 칼부림을 피하기 위한 택시비부터 호신용품까지 ‘안전 비용’을 주기적으로 지출하지만, 종종 무력해진다. 홈캠은 해킹이라는 또 다른 위험을 안아야 하고, 후추 스프레이를 꺼내기 전에 취객에게 추행당해 파출소에 간 적 있다. 핵전쟁에 대비한 안전 배낭 같다. 큰 쓸모 없을 걸 알면서도 구비하는 기분.

지난 5월 31일 새벽 6시에는 경보음이 크게 울렸다. 재난 문자였다.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은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팬데믹 때 하루에도 몇 번씩 재난 문자가 와서 알람을 꺼둔 상태인데, 그걸 뚫고 온 문자라 순간 무서웠다. 근데 무슨 재난인데? 설명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서울 재난 발생을 검색했다. 관련 뉴스가 없었다. 출근해야 하나, 대피해야 하나. 대피하면 어디로? 지하철역으로 가야 하나? 집에선 지하철역까지 마을버스 타야 하는데.

재난 문자는 오발송이었다. 서울시는 그 와중에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 문자가 발송된 거라고, 경계경보 해제라고 설명했다. 참 나, 순간이나마 삶의 귀중함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국민들 위기감 조성하려고 일부러 그랬나, 음모론까지 생긴다. 후에도 북한은 종종 미사일을 발사한 거 같다. 내가 ‘~거 같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비슷한 뉴스를 반복해 들어서 무뎌졌기 때문이다. 어제도 한 거 같고 내일도 한 거 같고, 나는 재난의 카오스에 살고 있다.

매일 밤 시사 관련 팟캐스트를 들으며 잠든다. 세상 돌아가는 행태는 알아야 한다는 지론이다. 출장 기간에는 놓치기도 하는데, 솔직히 일주일 만에 들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건은 바뀌지만 분위기는 같달까. 미사일은 발사되고 누군가는 이유 없이 살해당하고 지구는 아프다.

2016년 아르헨티나로 빙하를 보러 갔다. 아파트 30층 높이의 빙하가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다. 이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보러 간 사람들은 합심해서 한순간을 기다린다. 가끔 빙하가 우르르 쾅쾅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 아마겟돈이 벌어지는 순간에 다들 재빨리 카메라를 든다. 당시 나는 30분 동안 두 번 봤다.

요즘엔 기다릴 새 없이 이 장면이 연속 재생되나 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최근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연간 350m씩 사라지고 있다. 1998년부터 2019년까지는 빙하 길이가 연평균 1m 줄었으니, 해빙 속도가 350배 빨라진 거다. 유튜브에서 이 빙하를 찾다 보니 ‘자기 관리에 실패한 지구’ 다큐멘터리가 추천에 뜬다. 지구의 소멸 시효 기간이 7년 남았다고 했다. 다른 추천 콘텐츠도 클릭한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 조앤 윌리엄스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0.78명이란 사실을 듣고 머리를 움켜쥐며 이렇게 외쳤다. 한국은 이대로면 2750년 사라진다고. 인구 소멸 1호 국가가 될 거라고. 700년 남았네. 그 전에 무슨 일이 날 거 같다. 한국도 지구도.

오염수가 방류됐다. 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비건이 되나. 내 의지대로 살 수가 없네. 우리 동네 털보수산은 못 가겠구나. 털보 아저씨 좋은 분인데 안쓰럽다. 미사일 발사 뉴스에 무뎌지듯이, 오염수를 먹고 자란 물고기의 안전성이 판명되기 전에 나는 털보수산을 찾을까. 내 친구는 포케 음식점을 한다. 연어가 들어간 포케 메뉴를 바꿀지 말지 묻지 않았다. 안 그래도 속 시끄러울 테니까. 수산물을 파는 이 먹는 이 모두 힘들다.

오염수 방류 일주일 뒤 광명역에서 여성을 폭행하고 흉기 난동을 벌인 50대가 검거됐다. 집과 가까워 지방 갈 때면 이용하는 역이다. “네 동네 헬이다, 헬”이란 카톡이 와 있다. 이런 농담을 하는 친구에게 말하고 싶다. 너는 안전하니. 그때 그 시간에 없어서 살아남은 것뿐이잖아.

노년에 북유럽 이민을 꿈꿨다. 행복 지수 상위 국가를 우선순위에 둔 거다. 이제는 안전한 나라를 찾아본다. <글로벌 파이낸스> 선정 아이슬란드가 1위였다. 이게 무슨 소용일까. 지구 전체가 이런데.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이 달의 남극에 착륙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화성을 식민지 삼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열정도 떠오른다. 우리는 결국 우주 난민이 되어야 할까. 우선 나는 돈이 없구나, 생각하며 출근 준비를 한다. 당분간 출근길에 이어폰은 끼지 않는다. 흉기 난동에 대처하는 기본이었다. 이렇게 나는 생존을 위해 또 하나의 일상을 잃었다. (VK)











СМИ24.net — правдивые новости, непрерывно 24/7 на русском языке с ежеминутным обновление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