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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말하는 ‘세계를 바꾸고 위험에 빠뜨린 기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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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말하는 ‘세계를 바꾸고 위험에 빠뜨린 기술들’

놀란은 말한다. <오펜하이머>는 당신을 두렵게 할 것이라고. 적어도 역사, 기술, 두려움에 관해 스스로 질문하게 할 것이라고. 글 마리아 스트레신스키(MARIA STRESHINSKY) <와이어드> 편집장크리스토퍼 놀란과 그의 프로듀서(이자 배우자인) 엠마 토마스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를 내놓는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적어도 한동안은 그랬다. 사실 우리에게 놀란과 토마스의 작품은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놀란이 (<와이어드> 필진인 […]

놀란은 말한다. <오펜하이머>는 당신을 두렵게 할 것이라고. 적어도 역사, 기술, 두려움에 관해 스스로 질문하게 할 것이라고.

마리아 스트레신스키(MARIA STRESHINSKY) <와이어드> 편집장
크리스토퍼 놀란과 그의 프로듀서(이자 배우자인) 엠마 토마스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를 내놓는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적어도 한동안은 그랬다. 사실 우리에게 놀란과 토마스의 작품은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놀란이 (<와이어드> 필진인 우리와 마찬가지로) 과학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놀란의 과거 작품들만 봐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지난 2014년 <인터스텔라> 개봉 당시 그는 <와이어드>의 게스트 에디터로 참여해 물리학에 대한 본인의 관심과 지식을 마음껏 풀어놓지 않았는가. 놀란과 토마스는 빼어난 영상미는 물론이고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만드는 건 어떤 의미에서 슈퍼히어로 영화나 마찬가지다. 우리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떡밥’인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전기 영화이고, 따라서 역사를 되돌아보는 영화다. 그런데 어쩌지. 우리는 과거에 벌어진 사건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그렇다고 <덩케르크>가 싫었다는 건 아니다.) 여하튼 그래서 어쩌면 놀란의 이번 작품을 다루기에 우리가 적격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오펜하이머>를 마음속에서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사무실에서도, 외부 미팅 중에도, 그리고 테크놀로지를 두고 이뤄지는 수많은 대화도 전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잠재적 종말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위험 요소는 기후 위기나 전쟁만이 아니다. 생성형 AI도 생각해봐야 한다. 현시대를 인류가 어떤 선을 넘어 원자력 시대로 들어선 1940년대 중반과 비교하는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오펜하이머가 뉴멕시코에서 원자 폭탄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이끌던 바로 그때 말이다. 미리 일러둘 것이 있다. 필자는 이미 오펜하이머에 대해, 그리고 그가 로스 앨러모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을 갖고 있다. 오펜하이머의 인생과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세 여인을 중심으로 필자의 어머니인 셜리 스트레신스키와 역사가 파트리샤 클라우스가 집필한 전기 편찬에 도움을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그토록 유사성을 발견하곤 하는 과거 어느 시점에 몇 년 동안 푹 빠져 지냈을 크리스토퍼 놀란이 과연 현시대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놀란과 토마스의 관심사와 <와이어드>의 관심사가 결국 일치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놀란 부부를 만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사무실은 조용한 주택가에 있었다. 둘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바람이 있었고, 유리 벽으로 둘러싸인 채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세련된 회의실로 들어서자 다행히 토마스도 있었다. 다른 인터뷰들을 찾아보니 그녀의 이름이 빠진 경우가 너무 많았다고 말을 건넸다. 그녀는 고마워하면서도 일정 때문에 인터뷰에 함께 응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놀란은 “우리는 모든 걸 함께해요. 의심의 여지 없이 그녀는 할리우드 최고의 프로듀서잖아요”라고 언급했는데, <오펜하이머>는 역사상 인물에 대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둘에게 가장 미래지향적인 작업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펜하이머는 몇 년이나 제 머릿속에 있었어요. 계산을 통해 이론과 실제의 연결고리를 탐구하고, 그 결과 지구를 파괴할 가능성이 희박하게나마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한다는 스토리는 그 자체로 엄청나죠.”

사진=영화 ‘오펜하이머’ 스틸컷

MS Maria Streshinsky(이하 MS) 어쩌면 주제넘은 말일 수도 있겠지만, 과거 작품들을 역순으로 보며 두 분의 모든 작업이 <오펜하이머>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게 보면 이해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보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CN Christopher Nolan(이하 CN) 전혀 주제넘은 말이 아닌 것 같아요. 저 또한 이번 작품에 대해 똑같이 생각하거든요.
MS (물론 이번 작품이 감독님의 마지막 작품일 거라는 말도 절대 아니었어요.)
CN 제가 만드는 모든 영화가 그래요. 이전 작업이 이번 영화로 귀결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죠. 과거 작품들로부터 배운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려 하기 때문이지요. 매번 작품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질문 혹은 의문들이 남기 마련이에요. 그렇기에 다음 작품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거예요. <오펜하이머>의 경우 <테넷>에서 언급된 오펜하이머에 대한 직접적인 레퍼런스가 등장하죠.
MS 꽤 오랜 기간 오펜하이머에 대한 스토리를 구상해왔다는 뜻인가요?
CN 오펜하이머는 몇 년이나 제 머릿속에 있었어요. 계산을 통해 이론과 실제의 연결고리를 탐구하고, 그 결과 지구를 파괴할 가능성이 희박하게나마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한다는 스토리는 그 자체로 엄청나죠.
MS 굉장히 극적인 이야기죠.
CN 뭐랄까, 인류 역사상 문자 그대로 가장 극적인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해요.
MS 1945년의 원자 폭탄 투하는 그 자체로도 끔찍한 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때를 계기로 인간이 인류 전체를 멸망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지요.
CN 오펜하이머라는 이름, 그가 원자 폭탄 개발에 참여했다는 사실, 나아가 오펜하이머와 미국 사이의 관계가 복잡해진 어떤 이유가 있었다는 것 정도는 널리 알려졌지만, 보다 깊고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는 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만드는 영화의 가장 이상적인 관객이 딱 그런 부류예요. 배경 지식이 아예 없는 상태로 <오펜하이머>를 본다면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왜냐하면 실제로도 엄청난 스토리거든요.
MS 오펜하이머의 개인사 말씀이시죠?
CN 맞아요. 우리는 그의 개인사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이거든요.
MS 극 중 누군가 오펜하이머에게 “당신은 어느 누구라도 당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어요”와 비슷한 얘기를 건네는 장면이 있죠. 그는 관리자로서도 굉장히 유능했어요. 과학자들이 각각 다른 방에서 다른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도 그 모든 걸 관리할 수 있을 정도였죠.
CN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함으로써, 그리고 다양한 모습을 극적으로 연기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었어요.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과 관료들을 포함해 모두에게 임무와 동기를 부여했어요.
MS 진정한 카리스마죠.
CN 카리스마라는 표현이 정확해요. 카리스마 덕에 모든 게 가능했죠. 영화에서 비중있게 다루는 면도 바로 그 점이에요. 이론가라 할 수 있는 학자들을 한데 모아 이렇게나 규모가 거대하고 중요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게끔 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워요.

사진=영화 ‘오펜하이머’ 스틸컷

MS 거대한 규모라 하니 떠오르는 게 있어요. 최근 밴쿠버에서 열린 테드 컨퍼런스에 참석해 가장 흥미롭게 지켜본 강연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생성형 AI였는데, 원자 폭탄과 핵무기를 언급하는 연사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마지막 연사는 공교롭게도 로스 앨러모스에서 자란 과학기술 전문가였는데, 무기 분야에서 AI 활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제로 강연을 했고,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AI 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억제력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원자 폭탄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장이 많았고요. 어찌 보면 <오펜하이머>의 개봉 시기가 이보다 좋을 수 없었겠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CN 굉장히 흥미로운 관련성을 짚어주셨네요. 완전히 똑같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신기술을 다소 경솔하게 세상에 내놓는 데 따르는 위험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비유인 것은 맞다고 생각해요. <테넷>에서 비슷한 비유를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어요. 오펜하이머의 이야기에서 당연히 경각심과 교훈을 얻어야 할 테죠. 그와 별개로 지금껏 세계를 바꾸고 위험에 빠뜨린 기술들을 논한다면 원자 폭탄은 분명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MS 원자 폭탄과 AI는 기술의 발상부터가 다르죠.
CN 근본적인 차이가 있죠. 원자 분열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것이 그저 자연현상이라는 점을 정부에 계속해서 설명하려 했어요. 하느님 혹은 다른 어떤 창조주가 일으키는 거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어요. 원자 분열은 대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필연적으로 그저 자연에 관한 지식에 불과하고, 그것을 숨기거나 소유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죠. 과학자들은 원자 분열이 자신들의 발명이 아니라는 입장이었어요.
MS 다시 말하면 그들은 그저 원래 존재하던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정도로 생각했겠군요?
CN 그렇죠. 하지만 AI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기는 굉장히 어렵겠죠. 물론 누군가는 비슷한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요.

사진=영화 ‘오펜하이머’ 스틸컷

MS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팽배한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내셨겠어요.
CN 저는 1980년대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죠. 핵 군축 캠페인이 벌어지던 시대였어요. 다들 핵무기의 공포를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제가 열세 살이었을 때 저와 친구들은 모두 언젠가 핵무기로 인한 대량 학살에 휘말려 죽을 것이라고 확신할 정도였어요.
MS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세상은 계속해서 돌아갔죠.
CN 며칠 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과 그런 얘기를 나눴어요. 스필버그 감독님은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의 위협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죠. 그야말로 똑같은 이야기예요. 핵전쟁의 위험이 어찌나 분명하고 구체적인지 우리 모두가 그걸 진지하게 두려워한 시기가 있었다지만, 평생 걱정만 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또 새로운 걱정거리를 찾게 되죠. 다만 문제는 그 위험이 사실 어디론가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것이죠.
MS 맞아요. 당장 한 달 전만 해도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할까 봐 다들 걱정했잖아요.
CN 1980년대에 대해 기억나는 건 핵전쟁 공포가 환경 파괴 공포로 대체되었다는 것이에요. 마치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그 이상 끌어안고 살 수 없었던 것 같았어요. 인간이 자신의 공포심과 맺는 관계는 단순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푸틴 대통령은 지구 멸망의 위협과 공포심을 사용해 무력을 과시해왔고, 그럴 때마다 극도의 불안감이 들죠.
MS AI로 인한 세계 종말의 위협만큼이나 불안한가요?
CN 글쎄요. 무기로서 AI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AI가 야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누구나 알고 있었어요. 언론에서 지금껏 다루지 않았던 것 뿐이죠. 그런데 이제 지역 신문에 실릴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챗봇이 등장하니까 갑자기 모두가 위기 상황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MS 인정해요. 벌써 몇 년 동안이나 우리 미디어 쪽에서는 침묵만 지키고 있었어요. 그나마 미디어에서 다룬다 해도 그저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작성한 기사들이고요.
CN 그건 문제의 일부일 뿐이에요. 편파적인 관점에서 AI를 바라보는 건 모두 마찬가지거든요. 저에게 AI와 관련된 이슈는 꽤 단순한데, 알고리즘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어요. 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과거로부터 알고리즘을 내세워왔고, 지금은 그게 AI인 거죠.
MS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요?
CN AI를 전능한 존재로 인정한다면 AI를 구실로 인간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져야 할 책임이 경감된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군사적인 맥락에서도, 그리고 사회 경제적인 맥락에서도요. AI의 가장 큰 위험은 우리가 그것에 신적인 권능을 부여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책임을 방기한다는 데 있어요. 비슷한 이야기를 전하는 신화적 배경이 어딘가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거짓된 우상을 세우고 자신의 모습을 본뜬 존재를 만들어낸 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신과 마찬가지의 힘을 지녔다고 주장하는 경향을 띤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었지요.
MS 오늘날의 상황과 굉장히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마치 어떤 선을 넘기 직전인 것만 같아요.
CN 정말 그렇죠.
MS 방대한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AI가 서로를 학습시키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 버릴지도 모르겠어요.
CN <LA 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는데, 챗GPT와 오픈AI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기사에 따르면 오픈AI는 이제 영리법인으로 전환되었으며, 그들이 하는 모든 얘기는 사실상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었죠. 그리고 오픈AI는 최고로 잘 먹히는 마케팅 전략을 보유하고 있는데, 다름 아닌 “정말로 위험한 물건이고, 어쩌면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전략이라고 기사는 설명해요. 그러니 이제는 다들 챗GPT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거죠. 물론 실질적인 위험이 없다는 건 아니에요. 생성형 AI에 분명 위험한 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위험은 오히려 인간이 져야하는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하는 데서 오는 위험에 더 가깝다는 거죠.
MS AI 같은 분야를 관리하고 규제하기 위한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거죠. 국제기구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던데요.
CN 그렇지만 그건 테크 기업들이 내세우는 상투적인 수법 아닌가요? FTX의 샘뱅크먼-프리드가 그러했고, 저커버그도 벌써 몇 년째 규제를 해달라는 청원을 반복하고 있죠. 뻔하고 오래된 수법이에요. 왜냐하면 선출직 관료들은 신기술과 관련된 사안들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거든요.

“오펜하이머의 경우 전후 과학자들의 역할은 핵분열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을 규제할 방법을 찾는 데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를 본다면 그의 희망이 불가능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과학과 정치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고, 오펜하이머의 사례에서 그 복잡한 관계가 극명하게 나타나지요.”

사진=영화 ‘오펜하이머’ 스틸컷

MS 의회 공청회만 봐도 그 점은 명확하지요.
CN 그래요. 하지만 애초에 정치인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굉장히 전문적인 내용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펜하이머처럼 기술을 발견한 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예요. 말이 나온 김에 오펜하이머 얘기로 돌아가도 될까요?
MS 부탁드립니다.
CN 꽤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오펜하이머의 경우 전후 과학자들의 역할은 핵분열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을 규제할 방법을 찾는 데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를 본다면 그의 희망이 불가능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과학과 정치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고, 오펜하이머의 사례에서 그 복잡한 관계가 극명하게 나타나지요. 우리가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한두가지가 아니에요.
MS 예를 든다면요?
CN 오펜하이머는 시스템 안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려 했어요. 현실에서 눈을 돌린 채 사랑이 필요하다느니 따위의 허무맹랑한 말을 늘어놓지 않았다는 거죠. 그는 굉장히 실용적으로 접근했지만 그럼에도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어요. 여러모로 복잡해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신기술을 개발하는 이들이 단순히 “규제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해버리는 것은 그다지 진정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요.
MS 오펜하이머가 핵분열 기술을 세상에 공개하고 싶어 한 시기도 있었죠.
CN 솔직해지자는 표현을 사용했죠.
MS 수소 폭탄이 개발되면서 그런 생각을 접은 것이 사실인가요?
CN 아니에요. 그는 수소 폭탄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어요. 이런 얘기를 하자니 조금 웃기기도 한데, 영화의 스포일러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 보자면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죠. 구글에 검색해보면 다 나와요. 수소 폭탄 개발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이 하나 있는데, 오펜하이머가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여러분에게 알려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여러분도 안다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연설을 하죠. 세계의 종말을 막기 위해서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뜻이에요. 그가 이해하기로는 솔직함이야말로 가장 실용적인 해답이었어요. 당시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고, 오펜하이머의 눈에 UN은 미래를 열어갈 강력하고 실질적인 국제기구로 비춰졌던 거예요. 그는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국제 사회가 원자력을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지만, 모두 알다시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MS 오늘날 벌어지는 변화들을 예견하긴 어려웠을 거예요. 민주주의가 서서히 쇠락하고 독재 정권이 대두하는 그런 상황들을 당시로서는 알 수 없었겠죠.
CN 전혀 몰랐을 거라고 봐요. 낙관적인 시기였으니까요.

사진=영화 ‘오펜하이머’ 스틸컷

MS AI를 규제하기 위한 국제기구 설립 논의가 우려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비국가 세력의 존재도 고려해야 하거든요.
CN 동의해요. 지리적 경계의 제약을 거부하는 테크 기업들에 대한 논의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그거죠. 애초에 구조적으로 정부 규제를 우회할 것이 장려될 뿐 아니라 실제로 규제망을 빠져나갈 힘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게 그들의 이념인 거예요. 제가 마치 실리콘 밸리는 사악하고 테크 분야 사람들은 모두 끔찍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겠는데, 그건 아니에요. 그저 현실이 그렇게 작동한다는 뜻일 뿐이에요.
MS 게다가 원자 폭탄의 경우 제조에 필요한 특정 재료들을 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의외로 안전성이 담보되는 면도 있겠죠. 슈퍼컴퓨터가 끼칠 수 있는 위협과는 성질이 굉장히 다르지 않을까요?
CN 2차 대전 도중 영국이 추진하던 원자 폭탄 개발 프로젝트는 굉장히 복잡하고 앞서나간 내용이었어요. 훌륭한 과학자 여럿이 참여하고 있었죠. 그렇지만 당시 처칠 정권은 폭탄을 완성할 자원을 도저히 확보할 수 없다는 상황을 알아차렸어요. 그래서 미국에 모든 자료를 넘겨줬죠. 미국은 땅덩어리가 넓고 전선에서 충분히 떨어져 있으며 산업적 기반도 갖췄으니 한번 해보라는 거였어요. 자료 조사를 하며 최초의 원자 폭탄 개발에 연관된 미국인 규모에 대한 수치를 찾았는데요, 50만 명 정도였을 거예요. 기업들의 참여가 대단했다는 뜻이죠. 게다가 원자 폭탄을 만드는 건 물리적으로도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추진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오히려 핵 개발의 경우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리라는 안심이 드는 거죠. 하지만 AI는 그게 전혀 불가능해요.
MS 불가능하겠죠. AI가 불러올 수 있는 위험 중에는 초고속으로 전파되는 허위 정보나 기술적 실업 같은 연성 위협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아요.
CN 그렇겠죠. 다만 AI가 우리 인간에게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해요. AI의 유용함에 대해서는 실제로 낙관적인 입장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AI를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AI라는 도구를 사용하고 휘두르는 자는 그에 대한 책임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고요. 우리가 기업에 법 인격을 부여한 것처럼 AI에게도 인격을 부여한다면, 그때는 정말 큰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하겠죠.

사진=영화 ‘오펜하이머’ 스틸컷

MS 영화 제작과 관련해 AI가 가져올 이점이 있을까요?
CN 물론이죠. 딥페이크 기술에서 보였다시피 머신 러닝은 시각 효과나 오디오 분야에서 굉장한 진보를 가져올 거예요. 장기적으로 본다면 극 중 환경을 조성하거나 출입문 혹은 창문을 만들어내는 데서, 수많은 사물의 생김새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는 데서, 그리고 물질의 성질에 따라 빛이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을 찾아내는 데서 훌륭한 변화들이 나타나겠죠. 영화 제작에 유용한 강력한 도구들이 될 거예요.
MS 그런 기술들을 활용할 의향이 있나요?
CN 저는 사실 아날로그형 영화감독이죠. 구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저는 필름으로 영화를 찍고, 배우들에게는 최대한 리얼한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해요. 그리고 저의 촬영 방식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기술을 활용하고 싶다는 것이 제 입장이에요. 예를 들어 위험한 스턴트를 한다면 와이어를 더 많이 설치하는 대신 후반 작업에서 지워내는 식으로요.
MS 시각 효과 부분에서 편리성과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CN 그렇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아니겠죠. 훨씬 더 섬세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거예요. 어쩌면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사이의 장벽을 마침내 허물 수도 있겠어요. 왜냐하면 AI는 하이브리드거든요. 우주인을 그려달라는 주문을 받은 아티스트는 우주인의 모습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새롭게 창조하거나 참고 자료를 찾아보는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하지만 AI는 접근 방식이 아예 다르죠. 이미지들의 역사 그 자체를 불러들여 활용하잖아요.
MS 실제 이미지를 활용하죠.
CN 맞아요. 하지만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그리고 근본적으로 재구축하는 방식이죠. 물론 여기에서 저작권 관련 문제들이 제기될 테고, 그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하겠죠.
MS 과학과 감독님의 작품들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 보죠. 감독님이 객원 에디터로 참여한 <와이어드>지 2014년 12월호에서 감독님은 “스토리텔링과 과학적 방법론의 관계가 저를 매료시켜요. 학문적 이해가 아니라 무언가를 발견해낸 듯한 느낌이라는 차원에서 말이죠”라고 밝힌 적이 있어요. 과학에 대한 감독님의 애정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해주시겠어요?
CN 물리학적 관점에서 천문학에 늘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인터스텔라>를 통해 그 주제를 탐구해볼 수 있었죠. 제 동생은 대본을 작성하며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들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어떤 실험들에서는 일종의 우울감이 감지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전부 시간의 흐름과 관련된 주제들이었어요. 예를 들어 떨어져 자란 쌍둥이가 재회했는데 둘 중 하나의 나이가 더 많아졌다거나 하는 내용들이죠. 아인슈타인 이후로 사고 실험을 고안하고 진행하는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물리학에 대한 접근이 다분히 문학적으로 변했어요. 물리학자의 시각화 방식은 문학가의 시각화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MS 영화 편집 단계에서 그런 느낌을 받기도 하나요?
CN 모든 단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아요. 정말로 모든 단계에서요. 제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은 사물의 형태에 대한 본능과 감정이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리고 그게 어렵고 복잡한 일인 경우도 있어요.
MS 저는 기사를 작성하는 데 이야기의 구조나 흐름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으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설득력 있는 글을 완성할 수 없게 돼요.
CN 구조라는 것에는 기하학적 혹은 지리학적인 면이 있죠. 저는 구조와 패턴에 기하학적이거나 지리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편이에요. 기초부터 단계적으로 구조를 쌓아가는 방식을 받아들여 보려고도 했지만, 결국에는 그 모든 게 본능적인 과정인 것 같아요. 그 순간에 드는 감정이 내러티브의 모양을 갖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엮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거죠. 물리학자들도 이와 상당히 유사한 방식을 취한다는 사실을 알고 굉장히 놀랐어요.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MS <인터스텔라>의 내용과도 비슷한 얘기인데, 물리학자들은 늘 사랑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물리학을 향한 사랑 말이에요.
CN 저는 진실의 추구에 헌신하는 사람이에요. 과학적 방법론에 굉장한 애착이 있고, 미디어에 등장한 과학자 또는 과학자들을 대변한다는 미디어에 의해 그러한 전통이 왜곡되는 것을 제일 싫어하죠. 순수한 차원에서 과학적 방법론은 지속적으로 가설을 검정하고 개선함으로써 인간의 사고를 아득히 고양시켰죠. 종교를 비롯한 어떠한 분야에서보다 과학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현상이에요.

사진=영화 ‘오펜하이머’ 스틸컷

MS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감독님의 전작 몇 편을 다시 봤어요. 어머니가 오펜하이머에 대한 책을 낸 적 있기 때문에 감독님이 과연 어떻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해했거든요. 그런데 어머니가 그러더라고요. 감독님의 영화들에는 다분히 반허무주의적인 메시지가 깃든 것일 수도 있다고요.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배트맨> 모두에서 말이에요. 반허무주의가 맞나요? 아니라면 낙관주의인가요?
CN <인셉션>의 결말이 딱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죠. 허무주의적인 관점이 보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주인공은 앞으로 나아가기도 했고 자식들과도 다시 만났어요. 애매한 결말이라 할 수도 있겠는데, 그건 감정적 모호함이 아니라 지적인 모호함에 가까워요. 그걸 푸는 건 관객의 몫이고요. <인셉션>과 <오펜하이머> 각각의 결말 사이에서 꽤 흥미로운 관계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펜하이머>는 복합적인 결말로 끝나죠.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결말이에요.
MS 사전 시사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CN 완전히 충격에 휩싸여 자리를 떠나는 관객들이 있더라고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로요. 역사 자체에는 물론이고 영화의 기저에도 보는 이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요소가 자리 잡고 있거든요. 하지만 등장하는 캐릭터와 그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은 저의 과거 작품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강하게 느껴져요.
MS 주제의 복잡함 또한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죠.
CN 오펜하이머 스토리는 불가능한 질문의 연속이에요. 난해하고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와 모순점이 가득하죠.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에요. 그리고 그토록 어려운 난제들 덕분에 흡인력이 생겨요. 진심으로, 영화 안에서 다양한 희망적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떨쳐낼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질문이 그러한 낙관을 압도하죠. 커다란 질문이 관객의 뇌리에 남아 대화와 논의를 촉발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사진=영화 ‘오펜하이머’ 스틸컷

MS 조금 이상한 질문이 하나 있어요. 제 남편은 4년에 걸친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 후로 저는 감정적으로 너무나도 날것인 상태로 지내고 있어요.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버렸죠. 세상 모든 것이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질병과 전쟁에 휘말린 이들, 심지어는 고양이들이 밥은 잘 먹고 있을지까지 걱정하고 있어요. 당연히 저와 오펜하이머의 고민은 전혀 똑같지 않지만, 그래도 과연 원자 폭탄 투하 전과 후 그의 머릿속은 어떤 상태였을지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CN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에 잘 나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대본을 1인 시점에서 썼고, 오펜하이머를 연기한 킬리언 머피에게도 똑같은 얘기를 해줬어요. 킬리언이 관객의 눈이 되어줘야 한다고 주문했죠. 그리고 그는 요청대로 연기를 해줬어요. <오펜하이머>의 스토리텔링 대부분은 오펜하이머가 경험한 범위 내에 머물러요. 그게 오펜하이머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생각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제 나름 최선의 노력이었어요.
MS <오펜하이머> 본편을 보는 게 약간 긴장되기도 해요.
CN 그게 가능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어요. <오펜하이머>는 원래 이야기 그 자체만큼이나 치열하고 강렬한 경험일 거예요. 최근 어떤 영화 제작자에게 보여주었는데 일종의 공포영화 같다는 감상을 들려주더군요.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해요. 앞서 허무주의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이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아마 제가 그러한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어요. 하지만 마무리 작업을 시작하면서 지금껏 저의 다른 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깔을 감지하게 되었어요. 한없이 어두운 색이었죠. 이번 영화는 그 어둠에 맞서 싸우는 영화예요.
MS 그게 감독님 정신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나요? 수면에 지장은 없어요?
CN 이제는 잠을 잘 자요. 사실 영화를 다 만들고 나니 안도감이 들었어요. 그래도 <오펜하이머>를 보는 건 굉장히 좋아해요. 영화를 보고 나면 무슨 말인지 이해될 거예요. 끔찍한 사건들로부터 즐거움을 구한다는 건 꽤 복잡한 심경을 동반하잖아요? 바로 거기에 공포영화의 요소가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MS 감독님 자녀분들도 <오펜하이머>를 봤나요?
CN 그럼요.
MS 자녀분들은 오펜하이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나요?
CN 대본을 쓰기 시작하면서 제 아들 하나에게 관련된 얘기를 들려줬는데, 이제는 어느 누구도 핵무기에 대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말을 할 수 없죠. 세상이 다시 바뀌었거든요. 오펜하이머 스토리는 우리 모두에게 교훈을 안겨주지만,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더 그런것 같아요. 세상은 빠르게 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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