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위에 오른 태국 레스토랑 ‘르 두’

지금 가장 맛있는 방콕. “르 두 Le du가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의 1위에 오른 건 우리만의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태국 다이닝 전체에 주어진 상인 거죠.” ‘Asia 50 best restaurant 2023’ 1위의 주역. 시장 골목 안에 자리한 파인 캐주얼 레스토랑 르 두에 처음 들어서면 ‘이곳이 아시아 최고라고?’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르 두의 수장이자 여러 […]

지금 가장 맛있는 방콕.

“르 두 Le du가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의 1위에 오른 건 우리만의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태국 다이닝 전체에 주어진 상인 거죠.” ‘Asia 50 best restaurant 2023’ 1위의 주역. 시장 골목 안에 자리한 파인 캐주얼 레스토랑 르 두에 처음 들어서면 ‘이곳이 아시아 최고라고?’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르 두의 수장이자 여러 타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타이 미식의 저변을 넓히고 있는 셰프 톤의 행보를 보면 가만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처음엔 모두가 말했어요. 6개월도 못 버틸 거라고.” 태국의 계절을 담는 레스토랑 르 두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10주년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 홍콩, 일본, 중국 등에서 온 셰프 9인과 함께 총 10인이 이뤄내는 기적 같은 20 핸드 다이닝 이벤트를 열었다. 그리고 르 두는 한동안 문을 닫고 넥스트 10년을 준비하는 완전한 리노베이션에 들어간다.

톤의 또 하나의 레스토랑, 누사라 Nusara는 좀 더 경험과 뿌리에 가까운 요리를 영감으로 한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해준 요리들, 말하자면 ‘집밥’을 아주 근사한 형태로 풀어내는 것이다. 주방에서 오늘의 요리를 해줄 셰프들의 환대를 받는 ‘키친 투어’로 시작하는 누사라의 세계는 환상 동화 같다. 대부분의 요리를 게리동 서비스로 제공하고, “할머니는 아이스케키 통 소리가 문 밖에서 짤랑짤랑 들려올 때면 늘 아이스케키를 사줬어요” 같은 정겨운 이야기를 다이닝 내내 곁들여준다. 그런가 하면 라냐이 Lahnyai는 태국의 궁중 요리를 모던한 방식으로 프레젠팅하는 레스토랑이다. 태국 왕족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좋아했던 요리를 그 사람이 좋아한 레시피로 적어 책으로 만드는 풍습이 있는데, 라냐이는 그 조리서들을 탐구함으로써 가장 동시대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요리를 멋지게 풀어낸다. 생산자와의 건강한 관계, 로컬과 뿌리에 대한 존경과 탐구, 진정성 있는 태국식 환대가 밴 셰프 톤의 요리와 철학은 팟타이와 똠얌꿍으로 대변되던 태국 다이닝 신을 경쾌하게 뒤집는다.

셰프 톤 Ton과의 인터뷰
GQ 먼저 르 두의 10주년을 축하해요. 소감이 어때요?
TT 무척 기뻐요. 저희 팀이 굉장히 자랑스럽고, 제 자신 또한 그렇고요.(웃음)
GQ 10주년처럼 의미 있는 기념일에 다다르면 처음을 회상하게 되곤 하잖아요. 르 두를 처음 시작하던 마음을 떠올리면 어떤가요?
TT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그랬어요. “너희 분명 몇 개월 못 버틸 거다, 6개월 안에 문 닫을 거다”. 오롯이 태국 식자재로 모던 퀴진을 한다는 것이 누가 봐도 쉽지 않은 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10주년을 맞게 되었다는 건, 태국 로컬 식자재만으로 고급스러운 모던 타이 퀴진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 같아서 감회가 남다르죠.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에요. 태국의 농부, 어부를 비롯해 업계의 많은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그 점이 무척 기뻐요.
GQ 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그린 그림들이 지금은 어느 정도 실현된 것 같아요?
TT EMP(Eleven Madison Park, 뉴욕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식자재를 가져오는 농부를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들을 보며 늘 궁금했죠. 미국의 농부들은 어쩜 이렇게 잘 살 수 있을까? 태국의 농부들은 왜 그렇지 못할까? 그래서 결심한 건, ‘업계 환경을 바꾸자’였어요. 르 두에서 태국 식자재만 사용하게 된 것도 그 결심의 일환이었고요. 10년 동안 저희에게 납품하는 분들이 더 좋은 삶의 질을 영위하게 되었다는 점이 제가 그린 그림이 실현된 부분이에요. 그 점이 르 두를 지속 해온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좋은 식자재를 생산한다면 태국의 농부도 충분히 잘 살 수 있고, 해외에도 태국의 식자재를 활발히 납품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환경을 일구어 나가고 싶어요. 앞으로도 그 비전만은 변치 않을 거예요.
GQ 오래된 독점 거래처도 있을까요?
TT 가령 어떤 농장의 닭고기가 탁월하게 맛있으면, “우리하고만 거래하자”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결코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건 그들에게 불공평하거든요. 좋은 재료를 만들어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납품할 수 있다면, 생산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거니까요. 좋은 재료로 더 좋은 요리를 만드는 건 각자 셰프의 몫이고요.
GQ 톤에게 의미 있는 생산자를 소개해 준다면요?
TT 르 두를 처음 오픈할 때만 해도 태국에는 식용 꽃을 기르는 생산자가 없었어요. 전부 유럽에서 수입을 해왔었죠. 한날은 어떤 아주머니가 양상추를 팔러 오셨어요. 그래서 양상추는 필요없고, 대신 꽃을 길러보면 어떻겠냐고 권했더니 “꽃을 왜 길러요?” 의아한 눈으로 묻더군요. 아주머니가 양상추 3000킬로그램을 팔아야 한다기에, “식용 꽃을 길러서 한 박스만 주면 양상추 3000킬로그램 가격을 지불하겠다”고 해서 거래가 시작되었어요. 현재 그 생산자는 태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식용 꽃을 재배할 정도로 성장했고, 거래처 중에는 스타벅스, 포시즌스도 있어요. 이번에 르 두 10주년 행사를 한다고 했더니 통 크게 식용 꽃 100박스를 보내주셨어요.
GQ 공교롭게 10주년인 해에 르 두는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의 1위를 거머쥐었어요.
TT 어딜 가나 사람들이 물어요. “어떻게 아시아에서 1등을 할 수 있었죠?” 1등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태국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입맛은 너무 달라요. 누구는 소박한 ‘집밥’ 스타일을 좋아하는가 하면 누구는 화려한 걸 좋아하고, 누구는 짜게 먹고 누구는 싱겁게 먹죠.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르 두를 좋아할 수는 없어요.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답은, 저희를 찾아주는 고객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타지에 있지만 집에 온 것처럼 따뜻하고 특별한 환대를 느끼게 하는 일. 저와 저의 팀은 그런 환대를 제공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여요.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는 점점 음식 이상의 것을 봐야 한다고 느껴요. 우리의 일로 업계를 변화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GQ 며칠 동안 저는 르 두, 누사라, 라냐이 등 톤의 여러 레스토랑에서 실로 놀라운 환대를 경험했어요. 환대의 스킬은 타고난 건가요, 길러진 건가요?
TT 어릴 때부터 집에 오는 손님을 항상 우리 가족처럼 모시라고 교육 받았어요. 그 가르침이 제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것 같아요. 우리 레스토랑을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자기 집에 온 것처럼 편하게 머물다 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태국에 왔다면 르 두나 누사라처럼 특정 레스토랑만을 목적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레스토랑을 경험했으면 하고요. 방콕 전체가 F&B의 데스티네이션이 되었으면 해요.
GQ 르 두 Le Du, 누사라 Nusara, 라냐이 Lahnyai, 반 Baan, 메이라이 Mayrai 등 태국 음식을 둘러싼 여러 컨셉의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 셰프에게 어떤 시너지를 내나요?
TT 저는 현재 파인 캐주얼부터 스트릿 푸드 컨셉까지 약 10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 오직 태국 음식에만 집중하는 게 원칙이고요. 르 두, 누사라, 라냐이는 수용 인원이 얼마 되지 않아요. 저는 ‘비싼 음식’만 하는 셰프가 되고 싶지 않고, 예산이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라도 누구든 셰프 톤의 음식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해요.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제 음식을 맛보도록 하는 게 제 최종 목표예요. 그러려면 캐주얼로도 뻗어 나가야죠. ‘태국 요리’라는 정체성은 유지하되, 여러 컨셉으로 계속 확장해 나가는 건 그 까닭이에요.

GQ 할머니의 요리를 모티프로 한 누사라가 저는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세상을 떠나셨지만, 인터뷰를 통해 할머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TT 이 말부터 해야겠죠. “Thank you”. 솔직히 어렸을 때는 집에서만 밥을 먹는 게 불만이었어요. KFC도 먹고 싶고, 밖에서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았거든요.(웃음)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집밥’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할머니가 음식을 통해 전해준 것이 너무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요리에 대한 관심도 그로부터 피어났고요. 저와 제 동생 탐이 누사라에 깊은 애정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GQ 특별히 그리운 할머니의 요리가 있어요?
TT 돼지고기, 배추 장아찌, 삭힌 생선을 밥솥에 넣어 밥과 함께 찌는 요리를 자주 해주셨어요. (군침을 삼킨다) 그 요리가 너무 그리워요.

GQ 집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요리가 있다면요?
TT OK, but I don’t cook at home!
GQ 한국에서 한때 유행한 질문으로 마무리할게요. ‘죽기 전에 먹고 싶은 마지막 디시’는요?
TT ‘팟 카파오’요. 매콤하게 볶은 타이 바질, 소고기, 칠리 위에 계란 하나 올린 요리예요. 심플해요. 아주 소박하고 흔한 태국식 집밥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