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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클린 아일랜드’ 김지혜, 황수아 감독 “설리는 연기로 결과를 보여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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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클린 아일랜드’ 김지혜, 황수아 감독 “설리는 연기로 결과를 보여주었어요”

우리가 모르는, 어쩌면 알고 있었던 배우 최진리에 대하여. GQ 배우 최진리를 처음 만난 날의 인상으로 긴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SA 첫인상은 물의 색이었어요. 제 기억에 비니를 쓰고 왔던 것 같아요. 흘러내릴 것 같은 자세로 의자에 느슨하게 앉았는데 형태가 없는, 정확한 모양이 잡혀 있지 않는 무언가처럼 느껴졌어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모양의 사람이랄까···. 잠 속에 있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

우리가 모르는, 어쩌면 알고 있었던 배우 최진리에 대하여.

<4 : 클린 아일랜드> 포스터를 응시하는 두 감독

GQ 배우 최진리를 처음 만난 날의 인상으로 긴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SA 첫인상은 물의 색이었어요. 제 기억에 비니를 쓰고 왔던 것 같아요. 흘러내릴 것 같은 자세로 의자에 느슨하게 앉았는데 형태가 없는, 정확한 모양이 잡혀 있지 않는 무언가처럼 느껴졌어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모양의 사람이랄까···. 잠 속에 있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깨어있지만 자고 있는···. 집중력이 없거나 불성실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래프가 느슨하고, 속도가 느린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도 묵직한, 무게감이 있었어요. 서로의 장력으로 잡고 있는 물방울, 물주머니처럼.
JH 저는 대본이 완성된 뒤에 처음 그를 만났어요. <페르소나> 작업의 기획 의도는 한 배우가 여러 감독들의 페르소나가 된다는 취지인데, 막상 하려니 반대로 우리가 그 배우의 페르소나가 되는 일로 느껴졌어요. 설리라는 배우가 무엇을 하고 싶지? 아직 무엇을 못 해봤지? 무엇을 욕망하지? 무엇을 욕망하지 않지? 그런 것들이 궁금하고, 그것에 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SA 두 번째 만난 진리 씨는 그 전보다 각성된 느낌이었어요. 그 만남에서 진리 씨의 꿈 이야기를 해줬어요. 꿈속에서 넓은 공간에 어떤 자세로 앉아 있는 사람을 봤는데, 전지적 시점으로 그 사람에 근접해 들어가 보니 몸이 접힌 부분에 아주 작은 크기의 글씨가 새겨져 있었대요. 처음엔 숫자 ‘4’인 줄 알았는데, 더 가까이에서 보니 ‘4’가 아니라 ‘나’라고 쓰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순간 ‘내 것이 왜 저 사람의 몸에 있지?’라는 생각이, 알 수 없는 마음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GQ 처음 꿈 이야기를 듣고 작가님은 어떤 인상을 받았어요?
JH 처음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했을 땐, 몸 안에 복숭아로 가득 찬 사람을 그리려고 했어요. 그러다 꿈 이야기를 듣고 피부에 무언가 새겨져 있는 존재로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왜 이 사람 몸에 내가 있지, 라는 생각과 내 것이었는데 먼저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것이 아니게 된 어떤 마음들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볼까 싶었죠. 거기에 ‘4’라는 숫자가 들어오면서 죄, 마음이란 것이 어떻게 평가되고 형태화되어 결과로 남는 건가가 더해져 지금에 이르렀어요. 실제로 ‘4’는 이렇게(엄지로 성호를 긋듯이) 그리면 십자가처럼 보이기도 하죠.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나만 사랑하기를 바라는 네가, 내가 되고 싶은 그 자체라는 이야기가 함축적으로 꿈에 담겨 있다고 느꼈어요. 그러니까 이야기의 모티프는 시작도 끝도 사실은 설리의 꿈이에요.

GQ 2019년 7월(이 영화는 2019년 9월에 촬영되었다) 설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제 이번 앨범 곡 중) ‘너의 맘에 하얀 안개 까맣게 물들일게’라는 가사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그 속에 여러 뜻이 담겨 있는데, 그중 하나를 얘기하자면 하얀 것은 착하고 좋은 것, 순수한 것, 그리고 까만 것은 더럽고 악한 것으로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의 시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라고요. 그리고 이 영화는 꾸준히 죄라는 건 뭘까요, 마음이란 뭘까요, 질문하죠.
JH 영화를 준비하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설리와 많이 나눴어요. 믿음에 대해, 죄에 대해. 설리는 모태 신앙인 가정에서 자랐는데, 할머니가 항상 기도하셨대요. “우리 진리 세상 사람 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그런데 저는 가장 세상 사람이잖아요.” 당시 그는 교회에서 말하는 하느님과 자신이 생각하는 하느님이 같은 것인지, 질문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GQ 마침 그 고민의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난 거네요.
JH 나는 옳은 마음으로 하고 있는 이것이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세상의 일인데, 그렇다면 하느님은 날 사랑하시지 않나? 선한 마음이 있어도 그것이 죄가 될 수 있는 건가? 이런 의문을 품고 있었던 것 같아요.

GQ 현장에서 본 최진리라는 배우는 어땠어요? 짐작과 닮아 있던가요?
SA 어떤 부분에서는 솔직히 편견도 있었던 것 같아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만나기 전에는 그 즉흥성의 성질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죠. 공동의 작업에서 소통할 때 보통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두고 이야기하잖아요. 현실과 비현실을 인지한 채로, 비현실을 현실화해서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런데 진리 씨는 그런 과정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어요. 비현실이 현실과 포개져 있는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었어요. 단편 작업이다 보니 함축적이고 은유와 상징들이 많은데,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않아도 이미 배우는 믿어주는 거예요. 부정하거나, “왜 이렇게 해야 하죠?” 혹은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 거 아닌가요?”라는 피드백을 받는 일도 없었어요. 이 비현실을 당신도 믿고 있고, 우리가 믿는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하는 과정이 불필요하다는 데서 오는 자유와 해방감이 있었어요.
JH 자기가 생각하지 않거나 모르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자신에 대한 논란 아닌 논란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중 이번 영화와 관련될 수 있는 몇 가지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이런 대답을 했어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회피도, 핑계도, 참회나 반성도 아닌 ‘어떤 사실’로 들렸어요. 그 순간은 그게 맞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면 또 그게 아니기도 하지 않느냐는. 누군가 그런 사실을 말할 때 상대를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기게 되고, 그 상대가 배우일 때는 더 말할 것도 없죠.
SA 보통은 생각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전의 가치는 잘못된 것 같아요, 이제는 새로운 가치를 갖고 있어요’를 말이나 행동으로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그는 지금 그렇지 않더라도 그때는 맞았기 때문에, 그건 그대로 놔둬요. 학습을 통해 데이터화하거나 사람을 카테고리화 시키는 등의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JH 그런데 짧은 작업이었고, 저희가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건 타당하지 않을 수 있어요.

GQ GV에서 황수아 감독님이 그러셨죠. 최진리라는 배우가 촬영할수록 네찌(설리의 극 중 역할 가운데 하나)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고요.
SA 감독과 배우는 각자 캐릭터에 대해 탐구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인물의 히스토리도 더듬어보는 시간을 갖죠. 배우가 처음 현장에 들어왔을 때 서로 어떤 해석을 갖고 있는지, 인물을 탐구하는 시간을 온전히 가졌는지에 접점을 찾아가려고 하고요. 그런데 촬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 배우가 인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구나, 그 인물의 세계에 들어가 있구나’ 하고 직관적으로 확신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배우가 연출자나 대본에의 의지를 거두고 자기 것으로 탁 가져가는 순간. 그다음부터는 감독은 정말로 선택을 하는 거죠. 배우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고요. 정말로 정답이 없는 작업이니까.
JH 설리는 연기로 결과를 보여주었어요. 촬영할 때 극 중 네찌의 아역인 박가비 배우가 시나리오를 읽고 질문을 했어요. “그런데 왜 ‘4’가 네찌를 죽여요? 친구잖아요.” 아무도 묻지 않았던 거였어요. 당시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냥 넘어갔어요. 그러곤 내내 고민했죠.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까. 그러다 ‘4’가 죄에 대해 말하는 신에서 연기하는 설리를 가만히 보다가, 탁 느꼈어요. 이제는 그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가비에게 이 장면을 보여주면 될 것 같다고.
SA 연출자 입장에서 정답이 있는 컷도 분명 있지만, 때로는 정답이 없는 부분도 많아요. 이번 영화 중 오랜 시간 공들인 어떤 신에서 저희가 사전에 계획했던 얼굴이 무의미해지는 어떤 순간을 맞이했어요. ‘이 인물은 결국 이 마음이었겠구나’ 찍고 나서 깨닫게 된 것들이 있어요.
GQ 작가님은 연기를 보며 느꼈다고 하셨죠. “설리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JH 현장에서도 연기 잘한다는 건 알았어요. 연기 천재라고 몇 번이나 칭찬을 했는지 몰라요.(웃음) 그런데 편집하면서 더 알게 됐어요. 그는 모든 신에서 자기 나름의 기승전결을 만들어서 연기를 하더라고요. 시작, 호흡의 타이밍, 감정의 변화, 마무리까지, 아주 전형적인 장면도, 아주 사소한 부분마저도 계획이 있어요. 그래서 다시 찍어도 계획된 흐름을 똑같이 보여줘요. 영화 뒷부분에서 “저 아직 한 가지 말 못한 게 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편집하며 더 느꼈어요.
SA 어려서부터 연기를 했으니,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안정적인 연기 위에 좋은 의미의 분명한 색채를 그는 만들어내었어요. 안정적인 기술 위에 캐릭터로서 조금씩 변주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알고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GQ 작가님이 “설리 팬들의 의견이 설리의 의견일 거라고, 그래서 궁금했다”고 하셨죠. 후기를 찾아 보니 많은 팬들이 설리가 왜 이 영화를 하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다, 좋은 영화를 남겨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JH 개봉한 뒤 거의 매일 영화를 보러 갔어요. 팬들도 설리랑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차림만 봐도 라이카 시네마로 가겠구나, 알아요. 이렇게 모호한 영화를 봐도 다 알아봐주고.(웃음) 설리는 명확하지 않은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좋아했다고, 그것을 팬들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SA <페르소나>의 기획 의도가 여러 편의 단편을 모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진리 씨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면서 배우로서 자신을 시험해보고,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촬영 날, 촬영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야기하더라고요. 연기자로서의 행보에 대해 고민했고, 계속 연기를 하는 게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그러면서 이 작품으로 “오랜만에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어요. 연기를 계속해볼 수도 있겠다, 계속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그때 처음 했어요.
JH 설리에게 문자가 왔었어요.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고, 빨리 또 작업하고 싶다고. “머지않은 미래에 긴 작품 합시다”라고 답장을 보냈었죠.
GQ 들을수록 참 아깝다는 마음이 드네요, 최진리라는 배우가.
JH 아까워요. 그런데 아깝다는 말조차 꺼내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없으니까,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까봐. 한번은 설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저 궁금해요. 사람이 죽으면 왜 더 좋은 존재로 만들어요? 왜 죽음을 올려칠까요.” 냉소도 아닌 순수한 질문이었어요. 제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남아있지 않지만, 그 질문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어요. 최근에야 마음에서 꺼내놓았죠.
GQ 영화의 홍보 문구 중 “그의 평소 바람대로 이 작품이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를 소망한다”라는 말도 어쩌면 그런 맥락이겠죠.
JH 설리가 지금까지 한 말을 한 문장으로 축약하면 무엇일까, 오랫동안 생각했어요. 설리라는 사람의 행보는, 그가 우리에게 계속 보여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어떻게 되길 원했을까···. 모든 것을 축약하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줘. 내가 한 모양대로 봐줘’라고 느껴졌어요. 설리가 진짜로 한 말은 아니지만,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SA 누구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그녀라서 더 어려웠던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영화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를 소망한다’고 이야기한 건, 그는 무언가를 대변하거나 투쟁하려는 성질의 에너지를 지닌 사람은 아니었다고, 저희는 생각해서예요. 작품을 볼 때 어떤 프레임이 씌워져서 바라보게 되지 않길 바랐어요.
JH 최근 설리의 각기 다른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죠.
GQ 들을수록, 처음에 말씀하신 형태 없는 물, 물주머니가 자꾸 떠올라요.
SA (말없이 끄덕인다)

“그 물에 띄우고 싶은 편지가 있나요?”라고 물으려다가 그러지 않기로 했다. 3회차의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에 임하기 전 배우의 부재를 맞이하고, 지금에 도착하기까지의 모든 시간이 편지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어쩌면 설리는 그 편지를 먼저 뜯어보고, 지금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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