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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인턴’, 친구야, 네 얘기 드라마로 나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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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인턴’, 친구야, 네 얘기 드라마로 나왔더라?

<잔혹한 인턴>은 한국 직장 배경 여성 앙상블 드라마 중에서 드물게 핍진한 작품이다. 주인공 고해라(라미란)는 잘나가는 MD였지만 육아 때문에 7년 동안 일을 쉬었다.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옛 동료 최지원(엄지원)에게 은밀한 제안을 받는다. 자기 밑에 인턴으로 들어와서 여직원들이 육아휴직 대신 퇴사를 하게 만들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주겠다는 것이다. 도입만 보면 불쌍한 ‘경단녀’와 무자비한 ‘썅년’의 ‘여적여’ 대결 같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다양한 관점을 배치하고, 각자의 입장을 충실히 변호하고, 시스템에 주목하고, 갈등보다는 화해와 성장, 연대를 보여주려 애쓴다. 여기에 유머와 긴장을 적절히 배합해 주말 몰아 보기용으로도 손색없다.

이 드라마에는 각자 다른 세대와 가치관을 대변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가장 눈길이 가는 건 물론 주인공 고해라다. 그는 자기 일을 좋아한다. 남편이 회사에서 잘리는 바람에 당장 돈이 급하기도 하지만 기획 업무 자체에서 느끼는 보람도 중요하다. 그가 즐겁게 일하는 모습은 극 중 여러 사람에게 영감을 준다. 백수가 된 남편은 가장 노릇하느라 생각도 안 해본 적성을 고민하기 시작하고, 해라의 동료들도 초심을 되찾는다. 고해라의 수더분한 성격, 다른 여성들을 염려하는 태도 덕분에 팀워크도 좋아진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런 사람은 아니었다.

고해라 캐릭터는 최지원과의 대비를 통해 완성된다. 최지원은 임원 승진을 노리는 독종 워커홀릭에다 ‘임출육’으로 업무 공백을 야기하는 여직원들을 증오하는 인물이다. 고해라는 그에 맞서 여직원들을 지키려 한다. 하지만 과거 이들의 입장은 반대였다. 고해라는 임출육으로 커리어에서 이탈하는 여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자기 같은 여자들까지 욕먹인다 비난했고, 최지원은 동료 여성들을 아꼈다. 하지만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실려가도 꿈쩍 않고 일을 하던 고해라는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둬야 했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던 최지원은 그 꿈에서 좌절을 맛보았다. 서로의 모습에 자기 과거와 미래를 비춰 보면서, 그들은 경력 단절이나 유리 천장 같은 문제가 잘난 개인의 힘으로 돌파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배워나간다.

박경리가 맡은 싱글 여성 ‘승주’는 그 나이대의 고해라처럼 일에 미쳐 있지도 않고 최지원처럼 행복한 가정을 꿈꾸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직 아름다운 인생 설계가 있고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주인공들의 과거를 살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목표는 파이어족이다. 하지만 월급은 적고 물가는 비싸 돈이 잘 모이지 않는다. 그는 자기 목표와 자존에 방해가 될 이성애 판타지를 경계한다. 동료들과도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승주는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좁을 대로 좁아진 커리어 패스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부딪치고 깎여 둥글어지고, 서로를 연민하고 타협하는 연장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고해라와 최지원의 뒷거래를 알게 되자 그는 고해라를 경멸한다. 퇴직 작업의 타깃이 된 다른 여자들이 고해라를 용서하는 이유도 납득 못 한다. 그런 그가 사내 연애를 시작하는 대목은 여느 작품에서라면 도도한 젊은 여자를 향한 짓궂은 악담처럼 보였을 것이다. ‘인생 뜻대로 안 되지? 우리도 그렇게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니 이 시궁창에 빠져들었단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것은 명백하게 애틋한 위로이자, 알 수 없는 인생의 안전망으로서 노동권을 지키는 일에 모든 세대가 연대해야 한다는 암시다.

승주는 극 중 ‘전설의 워킹 맘’ 금소진(김혜화) 때문에 많은 변화를 겪는다. 소진이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자존심을 굽히거나 ‘이러라고 선배가 있는 것’이라며 책임을 떠맡을 때, 소진도 한때 여행 좋아하고 운동 좋아하는 싱글 여성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승주는 ‘기혼 유자녀 여성’이라는 칸막이 너머 존재하는 인간들을 비로소 실감한다. 승주와 소진의 관계는 고해라와 최지원 못지않게 흥미롭다. 금소진은 자신의 원가정에서 사회에 진출해 직업을 가진 첫 세대 여성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 세대 주부들처럼 완벽하게 가정에 헌신하고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압박, 여성도 남성만큼 교육받았으니 그만큼 돈벌이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 외벌이로는 미래가 위태롭다는 위협, 그리고 유리 천장 사이에서 이리저리 튕기는 핀볼 같은 처지가 되었다. 반면 승주는 돈벌이하는 엄마 밑에서 자랐다. 그가 기혼 유자녀 여성에게 갖는 부정적 감정이나 커리어보다 자기 삶에 충실하려는 태도 같은 것들에는 엄마의 영향이 컸다. 소진은 승주에게서 자기 딸을 보고, 승주는 소진을 통해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고해라, 최지원, 금소진 등 X세대 여성 커리어 우먼들의 고난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이지만 그들의 경험이 승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승주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그가 어떻게 성장해갈지는 이 드라마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사람들이다. 그 자신도 친정어머니, 시어머니의 돌봄 노동을 착취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 워킹 맘이 다른 여성들의 출산휴가, 육아휴직에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 본 적 있다. 경력 단절로 고민하는 여성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아내가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는 바람에 외벌이가 되어 적성에도 안 맞는 회사를 꾸역꾸역 다니는 고해라의 남편 같은 사람도 허다하다. <잔혹한 인턴>은 뛰어난 관찰력으로 그 모든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동시에 함께 대안을 모색해보자고 제안한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누구든 귀 기울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낸 드라마다. 이건 흔치 않은 재능이다. 박연경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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