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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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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이 말한다

보석이 예술 안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매번 다른 값을 매기는 불균질한 사회에서, 고민하는 예술가의 손끝에서 보석의 빛과 결이 한층 찬란해진다. 미술 작품과 보석은 다른 듯 닮았다. 희소성과 심미성을 지니며 많은 사람이 갖길 원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부와 경제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시간을 초월한 영원성 혹은 영원한 가치를 가진 것처럼 여겨진다는 공통점도 […]

보석이 예술 안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매번 다른 값을 매기는 불균질한 사회에서, 고민하는 예술가의 손끝에서 보석의 빛과 결이 한층 찬란해진다.

옥승철, Trophy, Gold-plated Bronze, Sculpture 22×25×45cm, Base 28.5×28.5×8cm, Edition of 5, Ap 2 Detailed, 2023.

미술 작품과 보석은 다른 듯 닮았다. 희소성과 심미성을 지니며 많은 사람이 갖길 원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부와 경제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시간을 초월한 영원성 혹은 영원한 가치를 가진 것처럼 여겨진다는 공통점도 있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영원을 추구한다. 영원히 살지 못함에도,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소유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란 쉽지 않다. 또한 영원을 추구하는 것은 유한한 삶을 향한 저항의 발현으로도 볼 수 있기에 이분법적 잣대로는 평가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인간의 내면과 연결된다. 그런데 때때로, 아니,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미술은 욕망의 대상을 전면에 내세워 인간의 안팎을 탐구한다. 그리고 ‘보석이 재료가 된 미술’은 그걸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다.

보석을 재료로 사용한 현대미술과 관련해 꽤 많은 사람이 데미안 허스트의 ‘For The Love of God’(2007)을 떠올린다. 허스트는 18세기 인간의 두개골을 백금으로 주조한 뒤 8,601개 다이아몬드(1,106.18캐럿)를 붙였는데, 이마에는 52.4캐럿에 달하는 핑크 다이아몬드가 자리해 더할 나위 없는 위용을 자랑한다. 이 작품은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물질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하는 동시에 현실의 끝에서 인간을 기다리는 최후의 승자는 결국 죽음이라는 진리를 상기시킨다. 과도한 욕심과 허영의 최후가 파멸임을 경고하는 것 같기도 하다. 미술 작품인 동시에 보석이어서 상상 초월의 작품가를 기록한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극대화된 욕망만큼 강하게 밀려오는 허무의 감정을 자극한다.

허스트는 라리끄(Lalique)와의 협업을 통해 발표한 ‘Eternal’ 컬렉션에서도 크리스털로 제작한 두개골인 ‘Eternal Sleep’(2017)을 선보였다. 동물의 사체, 나비와 파리 같은 곤충, 질병의 세포 이미지 등을 통해 죽음을 탐구하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삶의 덧없음과 헛됨을 전하는 바니타스(Vanitas)를 떠올린다. 모든 인간에게 닥칠 미래인 죽음을 준비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이끄는 바니타스 회화 중에서 가장 많이 주목받아온 것은 16~17세기 유럽 정물화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진귀한 물건은 주로 각종 보석과 장신구 같은 사치품, 금화와 은화, 그림과 작은 조각상 등이다. 이런 소재는 인간의 세속적 욕망과 인생무상을 동시에 담아낸다. 허스트를 비롯해 보석을 재료로 선택한 현대미술가의 작품은 이와 같은 바니타스 회화의 흐름과 어느정도 맞닿아 있다.

캐슬린 라이언(Kathleen Ryan)의 ‘Bad Fruit’를 보라. 오래된 과일에 핀 곰팡이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온갖 보석이다. 사용된 보석은 호박, 진주, 자수정, 오팔, 마노, 터키석, 가닛 등등. 가치 없고 혐오스럽다고 여겨지는 썩은 과일의 형상에 값비싼 보석이 사용됨으로써 눈에 보이는 것과 보편적 의미의 역전이 일어나는 순간은 약간의 당혹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진짜 과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느껴지는 상한 과일에 대한 불쾌감은 그 정체가 보석이란 사실을 깨닫는 순간 눈 깜짝할 새 흩어져버린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슬그머니 바뀌기도 한다. 누군가는 가까이 다가가 보석 하나하나를 관찰할 것이다. 시각적 혐오와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게 되는 이 상황은 흥미로운 긴장감을 유발한다. 역시 바니타스 회화의 대표적 소재 중 하나인 과일은 덧없는 시간의 흐름을 확실히 보여주는 소재다. 눈속임과 착각을 불러오는 라이언의 과일 조각은 한순간에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감각적 유희, 물질적 풍요와 탐욕, 만연한 과잉 소비에 관한 현재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김지희, The Fancy Spirit, Colored on Korean Paper, Applied 24K Gold Leaf, 130×193cm, 2023.

아티스트 김지희가 담수 진주와 크리스털을 화폭에 붙이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특히 ‘벽에 거는 핸드백이자 오브제’를 제작한다는 컨셉으로 진행 중인 ‘Trunk’ 시리즈에 보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2022년에는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등을 사용한 ‘The Fancy Spirit-Trunk’ 연작을 발표했다. ‘Sealed Smile’(2008~) 초기 작품에서는 눈물이 고인 채 미소 짓는, 장신구를 착용하지 않은 인물을 그렸다. 그러나 이후 보석과 금박을 비롯해 교정기, 선글라스 같은 다양한 상징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내면의 고독을 찬란하게 빛내는 방식으로 김지희는 욕망과 희망을 결합했다. 마침내 ‘Eternal Golden’(2022~)에 이르러서는 화려함의 절정이 드러난다. 유한하기 때문에 삶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기 시작했다.

물론 재료가 워낙 방대하고 사용하기 까다로운 만큼 작업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영구 보존을 위해 보석 공예가에게 자문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개금(금칠) 전문가인 어시스턴트와 함께 전통 불상에 금박을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금박과 보석을 사용하는 만큼 재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 역시 “완성된 작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으나 작가로서 보여주고 싶은 목표가 분명하기에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듯 더 좋은 작업을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은 충분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자신의 작업이 전하는 메시지처럼 김지희는 희망하고 욕망하기에 빛날 수 있는 순간을 새겨 작품으로 만든다.

황란, Secret Beauty, Crystals, Beads, Pins on Plexiglass, 2022.

크리스털을 비롯해 단추와 구슬을 사용하는 황란의 작업은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한층 강렬하게 전달한다. 처음 마주하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 ‘Secret Beauty’(2022)와 ‘The Secret Sublime’(2022)은 세상을 밝히는 빛과 희망을 형상화한다. 크리스털을 하나하나 고정하는 작업에는 현실의 고통과 슬픔은 물론 상처를 통해 인생을 사유하는 인고의 시간과 치유 과정까지 깃들어 있다.

다른 보석에 비해 금은 미술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 가장 앞선 시대의 것 중 하나로 이집트 유물을 들 수 있고, 금박을 사용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회화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대 작가로는 장 미셸 오토니엘의 ‘Gold Lotus’(2019), ‘Gold Necklaces’(2021) 같은 작품이 널리 알려졌고 사랑받았다. 최우람의 ‘천사’(2022)는 VR 장비로 천사상을 조각하고, 그것을 레진으로 3D 프린트한 뒤 표면에 수작업으로 금박을 입혀 완성한 것이다. “가장 육중한 무게감을 전하는 색을 가진 금의 상징적이고 물리적인 속성에 주목했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금으로 영원을 담아냈습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종교적 상징이 금으로 장식된 것도 영원불멸의 절대성을 나타내기 위해서예요. 아주 오래전부터 금은 생명과 권력, 나아가 영원성에 대한 인간의 이상을 투영하는 재료였으니까요.” 유한한 육체를 가진 인간과 무한한 욕망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금빛 천사의 정교한 면면에는 필멸의 운명을 부정하는 인간의 내적 갈등과 고뇌, 시간성에 대한 탐구, 죽음을 생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복합적인 심경이 모두 투영되어 있었다. 실은 ‘천사’는 화려한 금으로 뒤덮인 조형물 안에 부유하는 검정 비닐봉지를 설치해 인간이 신성시하는 존재, 가치와 믿음의 허무한 본질을 보여준 전작 ‘Pavilion’(2012)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파빌리온’의 꼭대기를 장식한 천사상은 작가의 모습을 본떠 만든 독립된 조각상이 되어 천상(무한)과 지상(유한)을 모두 소유한 상징으로 빛나게 되었다.

옥승철, Golden Spike, Gilded Wood, 20×20×30cm, 2020.

보석 종류처럼 들리는 옥승철의 작품 ‘Golden Spike’(2020) 역시 신성시되는 대상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예로부터 신과 같은 고귀한 존재는 금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금으로 된 표면(Skin)을 가지면 그저 물질에 불과할 수 있는 조각상도 남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예술가는 성스러운 존재의 표면을 거머쥐기 위해 조각상에 금박 한 겹을 씌우고, 고유성을 가진 유물처럼 유리 진열장에 담아놓고 즐겨 감상했다. 이는 ‘골든 스파이크’가 JPG 이미지를 상징하는 회화, 3D 입체, 즐거움을 위해 소비되는 GIF 동영상, 영상 캡처 이미지의 인쇄물에 이르는, 하나의 이미지가 다양한 형식으로 파생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기획의 부분이자 그 흐름의 상징적 본체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옥승철에게는 작품의 영혼을 이루는 제작 과정 그 자체가 중요했기 때문에 나무 조각의 마무리 및 옻칠과 금박 작업에 무형문화재 장인과 전문가를 초대했다. 마치 삼위일체처럼. ‘골든 스파이크’가 제작 방식을 통해 본체의 표면을 박제했다면, 옥승철의 최신작 ‘Trophy’(2023)는 금이 지닌 물성을 통해 기억과 시간의 의미에 집중한다. ‘트로피’는 순간을 박제하는 오브제로서 불변해야 했고, 작가는 금을 분사해 착색하는 방법으로 백화현상을 막았다. ‘트로피’의 실루엣은 FIFA 월드컵 트로피의 형태를 본뜬 전형성을 띠고 있다. 그리고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은 메두사의 뱀 머리카락에서 착안했다. 예로부터 전장에서 적군의 목을 베어 걸어두거나, 사냥꾼들이 동물 머리를 매달아놓는 행위는 복잡한 인격체인 인간에게 양가적 감정을 불러왔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영웅이 되었고, 무적의 방패 아이기스가 만들어졌지만 절규하는 메두사의 얼굴은 성취감, 만족감과는 이질적인 감정도 담고 있다. 옥승철은 고백한다. “밝음의 이면,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불편함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신성함의 상징이었던 금은 옥승철의 작업에서는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겨냥한다.

정성으로 완성하는 작업이기에 보석을 재료로 한 예술은 오래전 과거부터 지금까지 존재하며 우리의 눈을 즐겁게 했다. 값비싼 재료로 감정과 영혼의 차원에서까지 공명하는 작품을 만들며 수많은 작가는 삶과 죽음, 유한과 무한, 슬픔과 희망, 밝음과 어둠이라는 서로 대립하지만 공존할 수밖에 없는 서사를 풀어내며 많은 질문을 던졌다.
문득 책상 위를 둘러보니 책상 한쪽에 기 드 모파상의 소설집이 올려져 있다. 인간의 욕망과 허무를 통해 삶을 다룬 단편소설 <목걸이>가 실린 소설집이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만큼 삶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에 얽히는 보석. 빛나는 만큼 숨겨진 세상. 반짝거리는 동시에 가려진 어둠을 드러낼 수 있는 소재. 재료가 된 보석은 그림 안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넨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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