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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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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실래요?

글쎄요, 철 지난 사랑 노래 같아서요. 유튜브 인터뷰는 괜찮은데.

2007년, 서대문역 5번 출구까지 회사에서 1시간. 오늘도 저녁밥은 글렀다. ‘칼퇴’를 해도 빠듯한 저녁 7시 수업을 듣기 위해 도착한 빌딩. 강사가 나눠준 은박지에 싼 김밥을 오물거리며 노트를 펼쳤다. 4주짜리 커리큘럼명은 ‘인터뷰 뽀개기’(그 당시엔 ‘뽀개기’란 말을 많이 썼다), 오늘 수업 주제는 ‘나는 왜 인터뷰를 배우고 싶나?’였다. 수강생들의 등록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엄마를 인터뷰해서 더 잘 이해하려고, 논문을 위해 취재원과 이야기해야 해서… 내 차례. “하는 일이 인터뷰라서요…” 수강생들은 기자는 프로 인터뷰어 아니냐고 치켜세웠다. 먹던 김밥이 체할 거 같았다.

지금도 지하 강의실의 곰팡이 냄새가 아련하다. 거기서 인터뷰 수업을 듣고자 했던 나의 열정, 사라진 꿈도. 마지막 수업은 각자 써온 인터뷰 합평. 나는 잡지에 실린 이병헌 배우 인터뷰를 제출했다. 기억나는 리뷰는 “병헌 씨가 의외로 빵을 좋아하는군요!” 도입부에 배우 이병헌이 빵을 맛있게 먹던 묘사가 재밌다고 했다. 정말? 내가 쓴 이병헌의 연기 철학은? 할리우드를 향한 바람은? 사람들은 하나 마나 한 소리, 예상되는 전개보다 이병헌이란 인간이 미약하나마 보인 문단을 꼽았던 거다. 그 당시 ‘사람이 보이는 인터뷰’라고 노트에 필기했는데, 그 후로 못 지킨 거 같다. “너도 미국 <보그> 인터뷰처럼 써봐라”라는 편집장에게 “걔네 인터뷰하기 전에 아이스크림도 먹고 볼링도 치고 서로 파티도 간다고요. 게다가 그 에디터는 배당이 그거 하나일걸요?”라고 항변하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쓸데없는 소리고, 볼링 칠 만큼 인터뷰어(인터뷰하는 사람)가 인터뷰이(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의 마음을 열었다는 것.

인터뷰는 어렵다. 인터뷰 실패담을 쓰면 데스 노트급이다. 소설가 김연수는 잡지기자 시절, 배우 전도연을 전화로 인터뷰했는데 할 말이 떨어지고 너무 긴장해서 중간에 끊어버렸다고 고백했다. 위로받았다. 저만 그런 거 아니군요. 보통 인터뷰이는 유명 인사지만, 사적으로는 아무 관계 없는 인간 둘이 만나는 것부터 인터뷰는 시작이 슬프다. 나는 이 배우가 소문대로 까칠하면 어쩌지, 어떤 인간일까 조마조마하며 인터뷰 장소에 간다. 상대는 전혀 알 길 없는 나란 존재를 맞이해야 하니 더 힘들다. 그리고 우린 사전에 합의된 인터뷰란 ‘목적’으로 대화를 시작하지만, ‘역시 어렵군’으로 마무리되기 일쑤. 인터뷰 잘해보려고 별의별 방법을 시도해보았지만, 구차하니 일일이 쓰지 않기로 한다. 한번은 내가 대답하는 입장이 되면 뭔가 알 거 같았다. 누가 날 인터뷰할 리 만무했다. 술 먹다가 친구한테 “나 좀 인터뷰해볼래?”라고 제안했다. 친구가 버벅대자 이렇게 말했다. “거봐, 인터뷰 어렵지?” 그날 술값이라도 내서 다행이다.

후에 에세이집을 내면서 인터뷰이가 돼본 적 있다. 평일 저녁, 강남역 카페에서 만난 문학잡지 기자는 한눈에 피곤해 보였다. 눈꺼풀부터 입꼬리까지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됐달까. 마감 중 내 얼굴과 비슷해 동병상련을 느끼며 열심히 대답했다. 상대 기자는 감사하게도 내 책의 프롤로그 정도는 읽고 와주었다. (완독은 바라지도 않았다.) 웃기게도 나는 점점 답변을 과장하고 있었다. 멋져 보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말도 길어졌다. 답이 잘못 나갈까 봐 걱정도 됐다. 뻔한 질문엔 짜증도 났다. 인터뷰하는 사람도 힘들구나, 역시 인생은 역지사지야.

이 모든 것으로부터 15년 정도 흘렀고, 지면 인터뷰의 위치는 더 처참해졌다. 특히 연예인 인터뷰가 많은 잡지 특성상 상황은 좋지 않다. 자승자박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단어 하나에 저세상으로 보내버리는 무서운 시대니 인터뷰이들이 예민해질 만하고, 몇 번의 인터뷰를 거치면서 상처 입고 마음의 문을 닫았을 수 있다. 또 기획사나 매니지먼트에서 연예인 이미지를 위해 인터뷰를 관리·감독하려는 의지도 점점 강해진다. 이런 세태는 얘기할수록 내 건강에 안 좋으니 그만한다.

인터뷰는 사실 저널리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며, 미디어 장르가 모호해지고 넘쳐나는 오늘날에도 부동의 자리를 고수한다. 종이 매체에서 특히 유튜브로 호감과 신뢰가 옮겨갔을 뿐이다. 결국 콘텐츠란 다 인터뷰를 기반으로 하지만, 본격 토크쇼를 표방하는 채널이 인기다. 유재석이나 장도연, 아이유, 방탄소년단의 슈가 등 지금 최고 스타들이 자기 채널에서 선택한 포맷은 인터뷰다. 결국 인간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인터뷰라는 큰 형식은 공통되고 진행 방식만 조금씩 다르다. 인기 포맷 중 하나는 술자리 토크쇼. 신동엽의 ‘짠한형’,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조현아의 ‘목요일 밤’, 기안84의 ‘인생84’, 성시경의 ‘만날텐데’ 등이 있다. 미국식 토크쇼를 표방한 ‘피식쇼’에 출연한 강동원에게 호스트가 묻는다. “이런 질문은 ‘유퀴즈’에서 안 했죠?” 사람들은 신비주의로 일관해온 강동원의 출연에 “세상 참 좋아졌다, 방구석에서 강동원 인터뷰도 다 보고”라고 한다.

이들 콘텐츠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인터뷰를 표방하면서 더 날것이 된다. 뚜렷한 컨셉이나 그날의 주제가 없다. 나영석 피디의 ‘나불나불’은 친한 배우를 초대해 한마디로 나불댄다. 나도 같이 껴서 얘기하는 것처럼 친근하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싶다가도, 인터뷰어가 권력자이기에 가능하지 않나 싶다. 내가 질문지도 없이 나불대면 누가 나오겠어. 가끔 할리우드 스타들이 내한하면 바짝 언 리포터가 주어진 15분 동안 상대 칭찬만 10분 늘어놓고 질문 한두 개 하다가 끝내는 경우도 많다. 인터뷰는 주도권이 한쪽으로 심히 기울 때 처참해진다. 나도 상대의 엄청난 스펙 앞에 작아지는 날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독자를 대변하기에 물을 자격이 있다고 주문을 외워야 했다.

출연자들이 이런 유튜브 인터뷰를 선호하는 이유는 파급력도 크지만, 나와 직업군이 같고 친한 연예인 호스트(인터뷰어)가 선을 지킬 거라 믿고, 또 영상은 적어도 안 한 말을 지어낼 확률이 적다는 이유도 있을 거다. 지면 인터뷰는 에디터의 모니터에서 한 번 걸러지니까. 인터뷰 글을 쓰다 보면 매 순간이 선택이다. 이 사람이 한 말을 여기서 잘라도 될까, 한 문장에 똑같은 단어를 세 번이나 말했는데 다른 단어로 바꿔도 될까, 말한 그대로 쓰면 너무 건방져 보일 텐데 좀 고쳐도 될까. 반대로 바보 같은 질문을 내 선에서 다듬을 수 있으니 영상 인터뷰였으면 큰일 날 뻔했네 싶기도 하다.

영상 인터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추억의 토크쇼 <힐링캠프>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출연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형식과 게임 형식이다. 둘이 적당히 섞이기도 하다. 게임 형식의 인터뷰는 틱톡의 ‘스트리트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길거리에서 아무나 잡고 “당신의 외모는 10점 만점에 몇 점?” “직업이 뭐길래 이 차를 타죠?”처럼 치고 빠지는 식이다. 긴 글을 읽기 싫어하는 이들이니 긴 대화도 지루할 거다. 문제는 보통 질문 수준이 “오늘 입은 속옷은?” 같은 식으로 사적이고 자극적이라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게임 형식의 인터뷰는 <보그> 유튜브의 ’73 Questions’다. 유명 스타의 집에 찾아가 탁구 치듯이 짧게 73개의 질답이 오간다. <보그>라서 좋은 게 아니라, 완벽하게 짠 각본과 동선대로 움직이는 배우와 스태프에게 프로의 향기가 나고, 뮤직비디오처럼 리드미컬해서다.

이제 <보그> 11월호 지면 인터뷰를 준비하는 나는 어찌해야 할까. 데스 노트가 한 줄 늘지 않으려나. 몇 년간 써온 방법은 연애하기다. 인터뷰이를 만나러 가기 전, 자료 준비를 하면서 그를 좋아하려고 한다. 평소라면 절대 안 봤을 영화를, 인터뷰할 배우가 출연했다는 이유로 보면서, 총체적 난국 속에서 살아남은 그의 눈빛을 기억한다. 준비 과정부터 인터뷰 당일,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로 글을 완성하는 대략 사나흘 동안 난 그와 연애한다(성별은 상관없다). 그가 알면 기겁할 수 있지만, 외사랑은 탈고까지 계속된다. 잡지가 나온 후에는 이별한다. 그가 나온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더라도 관람에 예열이 필요하다. 갑자기 푹 꺼질지라도 사랑은 사랑이기에, 인터뷰하는 데 도움 된다.

사랑까지 팔며 쓴 지면 인터뷰니 읽어달라 강요할 순 없다. 시대 흐름을 떠나서 우리가 진작 잘했어야지. 소설가 김훈을 인터뷰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줌을 눴다는 선배의 글이 기억난다. 이 부분만 발췌하니 이상하지만, <칼의 노래>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명인터뷰였다. 그때 나도 오줌 누는 대목이 하이라이트가 되는 인터뷰를 쓰고 싶었다. 그런 지면 인터뷰라면 누군가는 찾아볼 거라 믿는다. 술기운이 돈 수지가 ‘까르르’ 인터뷰하는 사랑스러운 유튜브를 본 후에, 다른 맛으로.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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