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Декабрь
2023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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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정체성 탐구의 복판을 관통하는 질문 ‘이 세계에서 내 위치는 어디일까’에 답해가는 작업이다. 또한 개인의 몸과 감정을 통해 지배 구조를 재인식하고 비평하는 ‘자기 이론(AutoTheory)적’ 시도이다. 여성/남성, 피억압자/억압자, 빈자/부자, 장애인/비장애인, 성소수자/이성애자 등의 대립항에 갇혀 있지 않으려는 몸부림, 교차하는 정체성의 스펙트럼 속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역동,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부분적임을 알고 나와 타인의 위치가 연결될 때 종합적인 성찰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신념을 엮고자 한다. 권력 바깥에 있는 사람들, 침묵의 자리를 거부하는 사람들, 기득권에서 기꺼이 탈주한 사람들과 책이라는 장소에서 함께하고자 한다.”

신성아,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마티, 2023)

도서출판 마티에서 펴내는 앳(at) 시리즈의 소개 글이다. 너도나도 앞다퉈 ‘나’부터 말하고, ‘나’라는 세계가 너무도 중요한, 그야말로 자기로 시작해 자기로 귀결되는 이 시대에 ‘나’를 통해 타인을 말하고, 타인과 연결돼 있을 때 비로소 나를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타진하는 저 문장들은 얼마간 안도되고 미덥다. 이 시리즈의 앞선 두 권의 책, 이민 2세대인 캐시 박 홍이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살며 느낀 차별과 피해 당사자로서의 감정을 다룬 <마이너 필링스>(2021)와 건강상의 문제를 겪는 여성들의 일, 사랑, 우정에 관한 내밀한 보고서인 <젊고 아픈 여자들>(2022)을 흥미롭게 읽은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신성아의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2023)을 한 호흡에 읽었다. 남부럽지 않을 만큼 공부하고 그럴듯한 직장 생활에 이어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나름 자리를 잡아가던 기혼 여성 신성아가 만 일곱 살 된 딸 윤이가 소아암 진단을 받으면서 겪게 된 삶의 변화와 그에 대한 생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엄마로서 딸을 돌보는 과정, 딸의 발병과 진단, 치료 과정을 둘러싼 일화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글은 딸을 돌보는 엄마의 이야기 혹은 딸의 병상일지로 편입되거나 빨려 들어가지 않는다. 도리어 시종일관 ‘어머니 되기’를 둘러싼 이 사회의 노골적이면서도 은밀한 시선과 아픈 사람을 향한 동정, 연민 혹은 불편한 태도를 구체적인 일례, 책, 영화 등 다양한 레퍼런스를 인용해가며 질문하고 의문시한다. 이 반기의 중심에는 지긋지긋하리만치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들러붙어온 이야기, 그러니까 마치 모성이 본능이라도 되는 양 구는 역사에 있다. ‘비극은 아이의 병이 아니었다. 팔자 센 엄마의 운명에 원인을 돌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모든 고난을 극복하라는 가스라이팅이 바로 비극이다. 이 오래된 관습이 여자의 진짜 사랑을 파괴한다.’(42쪽)

가족, 특히 부부 중 누가 아픈 딸을 돌볼 것인가 하는 현실 앞에서 저자는 남편보다 더 취약해진다. 좋아하던 일터를 떠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혹여 아이를 돌보는 엄마로서의 정체성이 자신이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지장을 줄까 봐 더 많이 신경 쓰고 애써왔을 저자의 지난날을 짐작해본다. 그러면서 록산 게이의 고백록 <헝거>를 인용한다. “내가 아무리 눈부신 성취를 하더라도 나는 뚱뚱할 것이고 그것이 그들에겐 가장 중요한 사실인 것”이라는 문장을 저자는 이렇게 다시 쓴다. ‘여성도 야망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야망이 절대 과해서는 안 되며, 언제든 누군가를 주저 없이 돌볼 수 있을 만큼만 허가된다. 지나치게 야망을 좇다 돌봄에 실패한 여성은 뚱뚱한 여성처럼 이등 시민이 된다.’(88~89쪽) ‘여성이 가족을 비롯한 친밀한 관계에서의 인정투쟁에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공적 지위를 얻으려는 사회적 인정투쟁은 실패로 귀결된다. 필터링된 인정투쟁이다. 욕설과 음란어를 자동으로 삭제하거나 다른 말로 대체하는 필터링 기능처럼 여성이 정말 인정받고 싶은 정체성과 욕망은 검열된다. 엄마의 역할을 위협하는 여성의 욕망은 세계에서 사라질 것을 종용받는다. 자신을 배제하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성은 내가 원하는 것이 진짜 나의 바람인지 되묻지 않고, 나 혼자 유난스럽게 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단속한다. 주체는 생산성과 적극성을 잃는다. 정신분석학은 이를 두고 퇴행이라 부를 것이다. 낸시 프레이저의 지적처럼 이미 여성은 자본주의적 차별과 문화적 차별이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의 불평등을 겪고 있다. 필터링된 인정투쟁부터 중단해야 한다. 인정이든 분배든 여성이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드러내며, 바로 그것을 획득하고자 분투할 때 여성의 인정투쟁은 정치가 된다.’(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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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러므로 저자는 정확하게 말한다. ‘잔인한 고통 속에서 윤이와 나는 아주 느린 시간을 보냈다. 윤이가 이 시간을 전부 잊기를 바라지만, 훗날 돌아보면 우리 둘만이 공유하는 강렬한 기억일 것이 분명하다. 아이의 투병, 나의 간병을 통해서야 나는 알았다. 아이에 대한 나의 감정이 상호호혜적인 사랑에 기반한다는 것을. 내 돌봄이 모성에서 발현된 헌신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의리와 도덕에 더 가깝다는 것을. 의도치 않고 실현하게 된 이 모종의 윤리가 사실은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누구와도 이런 종류의 사랑을 다시 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이가 아닌 그 누구도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감정을 모성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61~62쪽) 그럼 그것을 무엇이라 부를까.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랑, 곧 컴패션(Compassion)의 속성을 짚는 구절은 인상적이다. 누군가의 고통(Passion)을 함께한다(Com)는 것이야말로 대가 없고 조건 없는 돌봄이 아니겠느냐고. 이러한 돌봄 노동은 인간의 본능이나 누군가의 타고난 기질이 아니라 창조적인 노동이며, 이성적이고 윤리적인 활동이자 그 성과임을 더 크게, 더 정확하게, 더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 돌봄이 중요하다. 그리고 돌봄이 관건이다. 사적이고 내밀한 자기 경험을 통해 저자가 더 깊이, 더 넓게 가닿고자 하는 지점은 결국 돌봄을 둘러싼 이 사회의 지속적이고 사려 깊은 이해와 변화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나이 들고 아프고 병들 것이다.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문제가 아닌가. ‘가족이라고 해서 돌보는 마음이 당연히 우러나지 않는 것처럼, 돌보는 마음이 꼭 가족 간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돌보는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혈연가족이 아니면 돌보는 사람이 될 수 없다. 돌봄이 가장 필요할 순간인 아플 때조차 그렇다. 혈연가족을 제외하고는 간병이나 돌봄을 이유로 회사에 휴가를 낼 수 없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면 그 밖에서 아무리 많은 사랑을 받아도 이 비공식적 사랑은 인정받지 못한다… 병원 동의서에 선뜻 서명할 수 있는 이만 돌봄의 자격을 갖춘다면 부모를 잃은 자식은, 자식이 없는 부모는, 결혼하지 않은 1인 가구는 아플 때 누가 돌봐주나.’(129~130쪽) 1인 가구로서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바다. 어느새 이 책은 데이터에 따라 진단하고 프로토콜에 따라 처치하며 질문하지 않는 현대 의학의 비인간성, 의료와 돌봄의 사각지대, 맹점, 현실 문제로까지 시선을 던진다.

‘아이뿐 아니라 남편, 혹은 내가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나에게도 질병은 언젠가 무작위로 찾아올 것이다’(191쪽), ‘삶이 내내 선형적이라면 좋겠지만 어느 순간 인생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진다’(192쪽)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로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조건이라면 이제 우리는 더 잘 의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암 병동에서 바로 그렇게 사랑과 정치를 고민했다. 이제 나는 금슬, 모성, 효심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감정을 사랑의 여러 모습으로 이해한다… 이렇듯 사랑과 정치라는 일견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결합을 끝없이 시도하는 것은 사실 병원에서 익히게 된 내 나름의 생존법이다.’(193쪽) 그렇기에 ‘정치의 실패는 사랑을 무너트린다’(119쪽)는 문장은 정확하게 핵심을 꿰뚫는다. 사랑하며 살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는 사랑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실천적인 정치의 회복, 귀환, 갱신, 탄생이 필요하다. 신성아라는 한 사람의 지극히 내밀한 ‘읽다-생각하다-쓰다-산다의 순환’(194쪽) 과정으로 그 잠정적 완성에 이른 이 책은 홀로 고립되지 않고 어떻게든 타인과 세상과 만나려는 부단한 시도로 읽힌다. 마지막에 이르러 저자는 하나의 제안과 바람을 적어둔다. ‘같은 이유로 나는 다른 이들에게도 이 지독히 개인적인 글쓰기를 주저 없이 권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윤이의 이야기도 시작되리라.’(194쪽) 읽고, 생각하고, 쓰며, 함께 살아가자는 너를 향한 나의 컴패션의 상태는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 문장으로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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