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Декабрь
2023

비범한 확대를 통해 만든 상상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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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확대를 통해 만든 상상의 풍경

국제갤러리에서 내년 1월 28일까지 열리는 중견 작가 이광호의 개인전 <블로우-업(BLOW-UP)>은 회화의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화가만이 볼 수 있고, 포착할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이죠.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어느 습지의 풍경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현지에 케플러 트랙(Kepler Track)이라는 등산로가 있는데, 1시간 정도 더 올라가면 자그마한 습지가 나타난다지요. 가족 여행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습지에서, 작가는 여느 관광객처럼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하다 왔답니다. 그러고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작업실로 돌아와 사진을 확대해보는 과정에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습지가 드러내는 다양한 이미지, 즉 뒤엉킨 수풀, 수면에 비치는 하늘,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 각양각색의 이끼와 식물 등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거죠. 이후 작가는 반복적으로 습지를 방문하며 이를 꾸준히 화폭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광호 작가 프로필 이미지 사진: 전병철
국제갤러리 K1 이광호 개인전 ‘블로우-업(BLOW-UP)’ 설치 모습
국제갤러리 K1 이광호 개인전 ‘블로우-업(BLOW-UP)’ 설치 모습

전시 제목 ‘블로우-업(BLOW-UP)’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동명 영화(1966년 작)에서 차용한 겁니다. 시선의 욕망을 그리는 영화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인가”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동시에 이 단어는 규격이 작은 필름을 더 큰 규격의 필름에 확대해 프린트한다는 의미라고 하는군요. 이번에도 ‘확대’ 과정은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맡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작은 웅덩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이미지가 이렇게 확대되면 더 이상 그 대상을 온전히 재현한 게 아니게 되죠. 확대됨으로써, 이 풍경은 상상의 풍경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는 화가의 시선으로 수풀, 넝쿨, 이끼,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온갖 생명체가 공존하는 시공간을 그립니다. 사진을 확대할 때 기술적으로 생기는 화면상의 노이즈까지 그대로 표현하면서, 풍경은 더욱 몽환적으로 변모합니다. 그의 시선이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발견해낸 셈이죠. 화가의 시선과 욕망,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방식의 상관관계가 이 문제적 세계에 생동감을 부여합니다.

이광호(b. 1967), ‘Untitled 4819-63’, 2023, Oil on canvas, 170Х15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전병철
이광호(b.1967), ‘Untitled 4819-62’, 2023, Oil on canvas, 170Х15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전병철
국제갤러리 K1 이광호 개인전 ‘블로우-업(BLOW-UP)’ 설치 모습
이광호 작가 Studio Visit

상상의 풍경을 보여주는 방식도 퍽 흥미롭습니다. 이광호 작가는 자신이 보고 촬영한 풍경을 60개의 프레임으로 구획 지었습니다. 그래서 작업을 멀리서 보면 하나의 습지를 담고 있지만, 각각의 프레임은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스스로 이번 전시를 ‘붓질 연구’라 칭할 만큼 다양한 기법을 고안하고 실험하던 그는 어떤 프레임에서는 전통적인 기법을, 또 어떤 프레임에서는 현대적인 기법을 구현합니다. 그렇게 매우 명징한 풍경과 아주 모호한 풍경이 공존합니다. 게다가 60점의 그림이 모여 습지를 그려내는 건 구상의 영역이지만, 각 작품에서는 오히려 추상성이 도드라지죠. 심지어 작가는 맨 윗줄에서 그림 한 점을 임의로 빼내고, 그걸 다시 확대해 그려서는 맞은편 벽에 배치합니다. 이렇게 그의 그림은 구획된 캔버스를 벗어나고, 우리의 시선과 상상력을 한정된 전시 공간 밖으로 확장시키면서 그림의 영역을 세상으로 대치합니다.

국제갤러리 K1 이광호 개인전 ‘블로우-업(BLOW-UP)’ 설치 모습
이광호(b. 1967), ‘Untitled 4819-6’, 2023, Encaustic on canvas, 90Х81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전병철

이광호는 ‘단순한 회화적 재현이 아니라 회화적 시선의 재현을 탐구하는 화가’입니다. 어떤 대상을 화가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재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시선과 태도, 방식 등을 총체적으로 규정하는 회화적 감성 내지 근간이 무엇인지,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그는 오늘도 그리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의 습지 풍경은 그렇게, 눈과 손을 통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 됩니다. 눈이 생각한 바를 캔버스에 솜씨 좋게 부려놓는 화가는 이로써 공간과 그 안에 위치한 자신을 일체화합니다. 평범한 풍경은 화가의 감성과 정서를 담아내면서 비범해지고, 덕분에 우리도 어느덧 뉴질랜드의 이름 모를 습지로 성큼 발을 들이게 됩니다. 누구라도 스스럼없이 그 세계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것, 이것이 바로 회화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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