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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침이라는 사건, 만남의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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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침이라는 사건, 만남의 장소들

미용실 의자에 앉은 순간을 떠올려보자. 미용사는 분무기로 내 머리카락을 촉촉하게 만든 후, 속수무책으로 엉킨 머리를 곱게 빗어 내린다. 그러고는 미역처럼 착 달라붙은 머리를 분주한 손길로 몇 덩어리로 나눈 뒤 첫 번째 가위질에 들어간다. 머리에 닿는 가위의 차가운 촉감, 귓가에서 유난히 크게 울리는 ‘싹둑’ 소리, 이 모든 긴장감을 완화하는 미용사의 부드러운 손길. 생각해보면 새삼 신기하다.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디폴트가 된 사회에서 날카로운 가위를 든 낯선 사람의 손에 나의 몸을 맡긴 채, 시키는 대로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복종한다는 것이 말이다. 런던의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앤디 필드는 <만남들: 우리는 매일 다시 만난다>(이하 <만남들>)의 첫 장에서 미용사라는 마술적 존재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우리의 눈과 귀 근처에서 날카로운 면도날을 휘두르는 미용사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비밀과 걱정, 시답잖은 잡담, 괴이쩍은 의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도 잘 안다. 미용사와 우리의 관계는 신비로우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화학반응이자 어쩌면 연금술의 한 종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그 연금술이 통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붙잡아야 한다.”

쇼핑이나 영화 관람, 심지어 병원 진료까지 많은 일이 비대면으로 전환된 이 시대에, 미용실은 물리적 접촉이 필수 불가결한 몇 안 되는 장소다(먼 미래를 상상해봐도 원격으로 머리를 자르는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앤디 필드는 우리 삶에 이토록 상대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만남이 드물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휴대전화의 알림 없이 이루어지는 만남 자체가 드문 것이다. “앞으로 1시간여 동안, 내 앞에 있는 거울 속에는 온 세상이 담길 것이다. 휴대전화도 없고, 스크린도 없다. 미용실 바깥의 우리 삶으로부터 방해받지도 않는다. 우리의 상호작용은 좋든 나쁘든 이 심오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산만함의 부재로 정의된다.”

앤디 필드는 <만남들>에서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무수히 많은 타인과의 만남을 펼쳐놓는다. 대부분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라 평소 신경조차 쓰지 않는 순간들이다. 이를테면 산책 중 개가 이끄는 방향으로 끌려가다가 마주친 또 다른 개의 반려인과의 만남. “개는 우리를 낯선 사람들 쪽으로 끌어당기고, 편견 없는 호기심으로 우리가 모른 척하던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하게 만든다. 개는 순전히 자기 의지로 우리를 주변 사람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이끈다. 우리는 서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서 개들이 서로의 주변을 조심스럽게 도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결국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옆자리나 앞자리에 앉아 ‘다리 떨지 마세요’나 ‘쉿!’ 같은 몸짓 언어를 나누다가 어느새 함께 울고 웃는 공동의 경험을 하게 되는 대중과의 만남. “영화관이 제안하는 경험은 예나 지금이나 독특하다. 영화관은 공동체의 이질적인 부분을 한데 모아 서로 친밀감을 느낄 만큼 가까운 위치에 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장소다. 줄지어 있는 모든 좌석에 꽉 들어찬 몸들, 스크린을 함께 응시하는 다양한 표정의 얼굴들.” 혹은 아침에 집 근처를 조깅할 때 마주치는, 각자의 속도로 달리는 사람들 등. “그들은 혼자 달릴 때도 달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 서로가 서로의 아침을 구성하는 작은 조각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그 짧은 인식의 불꽃, 서로의 매일을 지나치는 얼굴들.” 앤디 필드는 이러한 일상의 마주침을 중대한 사건으로 바라보며, 이 사건이 유의미한 만남과 단단한 연대로 확장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만남은 기회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빛이 쏟아져 들어올 가능성을 열어준다.”

사실 현실에서 이런 만남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러한 만남은 가끔 끔찍하게 어색하거나 불편하고, 세상에는 참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며, 인간 혐오에 빠지거나 집에 틀어박혀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싶다는 원대한 소원을 품게 한다. 그러나 앤디 필드가 말하는 ‘만남들’은 이 모든 부정적 경험을 포함한다. 우리 삶을 뒤흔들고, 균열을 내며, 가끔은 송두리째 바꿔놓는 크고 작은 만남은 어차피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으며, 우리가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할 삶의 중요한 구성품이다. 이 책의 선명한 주장처럼 “우리는 모두 서로의 삶에 침입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나의 삶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타인과의 만남, 일상에서 받는 보살핌, 어렵사리 이뤄낸 연대의 순간을 응시하는 일은 좀 더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과 다르지 않다. 이 모든 마주침과 만남의 ‘사건’은 우리 삶을 어떤 방향으로든 흐르게 한다.

예술가로서 작품을 통해 만남과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을 실험해온 앤디 필드의 공연 중 한 장면. ⓒAndy Field

마주침과 만남, 연대의 순간을 기록한 예술 작품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작가, 큐레이터인 앤디 필드는 우리가 생활하는 장소와 거기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전 세계에서 공연을 펼치며 낯선 이들 사이의 실질적 만남과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예술가로서 작품을 통해 실험해온 만남과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을 글로 확장한 <만남들>에도 본인과 동료 예술가들의 흥미로운 예술 작품이 대거 등장하는데, 다음은 그중 일부다.

1. 다이앤 아버스, ‘1963년 뉴욕 허드슨가의 10대 커플’

ⓒDiane Arbus

기묘한 분위기를 지닌 젊은이들의 초상은 사진가 다이앤 아버스의 작품이다. 이 사진을 촬영할 무렵 다이앤 아버스는 35mm짜리 니콘에서 트윈 렌즈 롤라이플렉스로 카메라를 바꿨다. 중요한 변화였다. 가볍고 다루기 쉬운 니콘으로 세계를 묘사하면서 움직임이 흐릿하고 입자가 거친 거리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면, 부피가 크고 다루기 어려운 롤라이플렉스로는 선명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장비의 변화는 사진의 질감뿐 아니라 작가와 피사체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다이앤 아버스는 그때부터 피사체 몰래 사진을 찍는 대신, 낯선 사람을 마주하고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거리 사진은 만남이라는 행위로 재창조되었다. 수줍음이 많고 조용했던 아버스에게 이러한 변화는 모든 것을 의미했다. 그는 카메라를 초대장으로, 때로는 지렛대로 사용하며 경험과 만남, 연결을 찾아 거리를 걸었다. 그는 이러한 상호작용을 좋아했으며, 오랜 친구 마빈 이즈리얼에게 이를 ‘모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다이앤에게 그 사진들은 마치 트로피 같았습니다. 모험을 인정받아 상으로 받은 것이죠”라고 말했다.

2. 제니 헌트와 홀리 다턴, ‘라디오 로컬’

ⓒHunt & Darton

2018~2019년에 예술가 제니 헌트와 홀리 다턴은 ‘라디오 로컬’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번화가 한복판에 야외 라디오 스튜디오를 차렸다. 그리고 행인들에게 차와 비스킷을 나누어주면서 방송 제작에 참여하라고 독려했다. 사전에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시작해 행인들에게 의존하면서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채워나갔다. ‘라디오 로컬’은 우리가 거리를 이용하는 방식을 일시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그들은 먼 과거에는 아마도 일반적이었을 번화한 거리 생활, 즉 도시의 거리가 모든 것의 중심지이고 공공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에 훨씬 더 틈새가 많았던 생활의 축소판을 만들었다. 그들은 사람들 사이에 뭔가 새로운 것이 꽃피울 때까지 기꺼이 사람들의 차이에서 오는 불편을 감수하려 한다. 10대 청소년이나 연금 수급자를 비롯해 각기 다른 환경의 사람들이 라디오 스튜디오에 모여서 함께 ‘놀기’ 시작했다.

3. 위지, ‘영화관의 연인들’

ⓒWeegee

뉴욕 거리의 범죄 현장을 담은 사진으로 유명해진 사진가 위지는 후기로 갈수록 구경꾼 역할을 자처했다. 위지는 관객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으려고 보이지 않는 플래시가 달린 적외선 필름을 사용했다. 이는 자신의 유명세에 대한 반작용이었을 수도 있다.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그는 다시 익명의 사진가가 될 수도, 심지어 투명 인간이 될 수도 있었다. 영화관의 어둠은 특별한 종류의 것이다. 관대하고 난잡한 어둠이다. 영화관의 저렴한 티켓과 비공식적인 분위기는 숨고 싶은 사람들에게 잠시 사라질 기회를 제공한다. 덕분에 영화관은 로맨틱한 만남을 갖기 좋은 장소가 되었다. 위지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붐비는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연인들은 서로를 껴안을 수 있는 둘만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4. 로재나 케이드, ‘워킹:홀딩’

ⓒRosana Cade, Photo: Rosie Healey

영국의 예술가 로재나 케이드는 ‘워킹:홀딩’ 공연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한 번에 한 명씩 낯선 사람과 손을 잡고 도시를 산책하게 한다. 관객이 함께 걷는 사람들은 같은 도시의 거주자로, 연령과 성별, 성적 지향이 매우 다양했다. 관객은 이 사람들과 차례로 걸으면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그저 조용히 걸을 수도 있다. 케이드는 이를 두고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걷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한다. 케이드는 공개적으로 잡은 두 손의 선언적 성격, 관찰자가 맞잡은 손의 함의를 읽어내는 방식을 펼쳐 보인다. 이 공연에 참여한다는 것은 인간 믹스 테이프나 만화경이 되는 것과도 같다. 천천히, 미묘하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이동하는 방식에 관계된 장애물과 억압이 일시적으로 눈앞에 나타난다. 이 걷기와 손잡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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